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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TV에서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입니다. 요리사는 남자인 게 특징이고요. 백종원 아저씨가 만든 집 밥 레시피는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와 중동, 나아가 러시아 문화권에서 가장 인기있는 음식인 쁠롭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쁠롭은 중앙아시아식 볶음밥인데, 영어로는 Plov, 한국어 포기로는 쁠로프, 플로프, 플롭 등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지 발음에 가장 정확한 것은 쁠롭입니다. 쁠롭의 기원은 중앙아시아가 아니라 중동입니다. 중앙아시아에 벼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6세기 이후 킵차크에서 건너온 우즈베크인들이 지금의 페르가나와 안디잔에 정착하면서 부터입니다. 당시 쁠롭은 양고기 기름으로 볶았는데 19세기 중앙아시아에 대규모 목화 농사가 시작되면서 목화 기름이 사용되었습니다.

  아시아식 볶음밥이 먼저 된 밥을 만들고 난 다음 뜨거운 프라이팬에 볶아내는 것에 반해 쁠롭은 맨 쌀을 목화기름을 부은 큰 밥솥에 올려놓으면서 시작합니다. 쁠롭은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밥솥을 오픈하여 시간날 때마다 큰 주걱으로 뒤집어줍니다. 가끔씩 목화기름을 보충하거나 소금을 뿌립니다. 밥이 어느 정도 익으면 당근을 넣어 달달한 맛을 내고 주황빛이 살짝 돌도록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쁠롭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동력이 필요합니다. 유명한 쁠롭 전문 식당은 저녁 때면 쁠롭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쁠롭은 당장 만들 수 있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밥이 황갈색이 되도록 몇 시간동안 볶고 난 다음에는 채 썬 당근과 향신료, 그리고 고기를 넣습니다. 쁠롭에 넣는 가장 대표적인 고기로는 양고기인데 기호에 따라 소고기, 닭고기를 넣기도 합니다. 향신료는 사프란이나 계피, 우크럽, 긴자 등을 넣습니다. 접시에 음식을 담을 때는 마늘, 오이, 자두와 건포도 등을 얹어서 비타민을 보충하기도 합니다.

  중국집 주방장 요리 솜씨는 볶음밥 만드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고 하는데 쁠롭도 누가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맛이 천지차이입니다. 세상에서 쁠롭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타슈켄트 식당을 가보면 우리집 쁠롭이 최고라는 자랑을 들을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는 우리 주방방이 우즈베크 출신이라는 것을 애써 강조합니다. 마할라라는 독톡한 지역공동체를 갖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나눔의 음식으로 쁠롭이 가장 발달하였습니다.

  타슈켄트에서 점심시간에 구시가지나 시장에 가보면 사방에서 진동하는 향기로운 쁠롭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 우즈베크인들이 기름으로 버무리진 밥에다 양고기 고명을 잔뜩 얹은 쁠롭을 좋아하는 반면, 우리 동포인 고려인들은 양고기보다는 소고기를 선호하고 당근, 양파 등 야채를 많이 사용합니다. 우즈베크인들이 밥알이 코팅된 것과 같은 바짝 마른 쁠롭을 좋아하는 반면 고려인들은 약간 찰기가 있는 쁠롭을 선호합니다. 타슈켄트에 가신다면 식당마다 다양한 쁠롭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쁠롭은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이 들기 때문에 혼자 조리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닙니다. 보통 우즈베크에서는 결혼식 같은 집안 행사할 때 야외에다 큰 솥을 걸어놓고 장작불로 쁠롭을 만듭니다. 평소 집안 일에 무관심한 우즈베크 남자들이 주로 만드는데 기름을 얼마 넣어야 하며 언제 밥을 휘저어야 하며, 고기는 어떤 부위로 언제 넣으라고 한마디씩 충고합니다. 다 나름 쁠롭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여자들이나 어린애들에게는 절대 밥주걱을 주지 않습니다.

  쁠롭이 만들어지면 동네 사람들에게 한그릇식 반드시 돌립니다. 실수로 빼 먹었다가는 나중에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여러 가지 행사가 많은 4-6월 사이에는 집에 들어오면 옆집 어디선가 만든 쁠롭 한 그릇이 들어와 있습니다. 우즈베크 남자들이 살찌는 이유가 저녁마다 기름기 잔뜩 낀 쁠롭을 먹고 자기 때문입니다. 행사 때 쁠롭이 만들어지면 지나가는 누구에게나 한 그릇 건네줍니다. 외국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따끈한 쁠롭과 차를 한잔 마시면 실크로드의 풍요함과 넉넉한 인심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시장에서 큰 무쇠솥에서 큼지막하게 썬 양고기를 담뿍 얹어 퍼주는 쁠롭 한 그릇 가격은 천원도 하지 않습니다. 혼자 만들어서 절대 못 먹는 소통과 나눔의 음식이 쁠롭입니다.

  한국에서 쁠롭을 드시고 싶으시면, 동대문에 있는 우즈베크 전통음식집에 가보시기 바랍니다. 저녁에는 쁠롭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점심에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양고기가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소고기로 바꾸어달라고 하십시오. (윤성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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