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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유르타 지붕에 앉아 쉬어가는 곳, 야크들의 낙원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땅

거대한 산맥을 품으며 수많은 물줄기를 만들어 내는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

그곳엔 혹독한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이 있다.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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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르갑에서 오쉬 방향으로 10분 정도 달리다가 완쪽으로 꺽어 20분을 더 달렸다.

  하늘과 땅이 맞닿을 정도로 해발고도가 높은 그곳엔, 야크와 양을 키우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유목민 부락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은 마치 구름이 유르타 지붕에 앉아 잠시 쉬어갈 정도로  하늘 아래 첫 동네였다.

  5개의 유르타가 옹기 종기 모여 있고 그 사이 사이로 파미르의 만년설이 녹아 내리는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알마티의  까스찌예바 미술관의 그림속이나 카자흐스탄 홍보 영상에서나 봄직한 바로 그 유목민 마을과 너무나 똑 같은 그런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수백년 전, 아니 천여년 전의 유목민들도 저런 풍광속에서 살지 않았을까? '

  이렇게 혼자서 중얼거리며 첫 유르타 앞에 차를 세웠다. 차 소리를 듣고 나온 듯, 유르타에서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들이 나에게 인사를 건네왔다.

  순간, 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마치 징기스칸 시절의 유목민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의 벽을 넘어 내 앞으로 걸어나온 듯 했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 손녀들에게는 문명의 때 묻은 시간들이 비겨간 듯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나를 맞아준 아이나벡씨(56)는 소련시절 독일에서 군대생활을 한 덕분에 독일어도 곧잘 알아듣을 뿐 아니라 러시아어가 능통하여 세상 돌아가는 것을 훤히 다 알고 있었다.  군 제대 후 두샨베의 공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소련 해체와 함께 공장이 문을 닫자 고향인 파미르로 돌아와서 지금껏 야크와 양을 키워며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슬하에 3남 3녀를 두었는데, 손녀처럼 보였던 메르굴이라는 이름의 어린 소녀는  그 분의 막내딸이란다.

  한여름인데도 쌀쌀한 날씨때문에 이들은 이미 양털로 만든 외투를 입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의 조상이 입었던 것 처럼......

   30마리의 야크와 150마리의 양을 키우는 아이나벡씨는 둘째아들을 무르갑에 있는 의과전문대학에 보낸다고 했다.  3개월간의 긴 여름방학 동안 유르타에서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었다.

   이 산속 유목민 부락의 유르타들은 약 100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고 유르타엪에는 야크와 양의 축사로 보이는 공간(분뇨를 보고 짐작함)이 있었고, 가축똥을 말려 만든 연료 저장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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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 산 아래서 웬 트럭이 한대 올라고 있었다.  그 차는 이쪽으로 곧장 달려왔다. 아아나벡씨의 첫째와  둘째 아들이 무르갑으로 야크 우유를 팔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런데, 트럭에서 내리는 것은 빈 우유통만이 아니었다.  파미르에 일찍 찾아오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벌써부터 땔감을 싣고 온 것이었다. 

  이들이 트럭에서 내리는 땔감은 바로 가축들의 배설물.  아이나벡씨는 "이것을 잘 말려두어야 온 식구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두 아들들이 배설물들을 삽으로 내리는 동안 트럭은 잠시나마 꼬마들의 좋은 놀이터로 변했다.   핸들을 잡고 온갖 폼을 다 잡는 아이나벡씨의 어린 손자는 아마도 나중에 커서 운전기사가 될려는 모양이다.

  유르타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걸 보니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아이나벡씨는 막내아들이 아침에 몰고 나갔던 야크와 양을 몰고 돌아올 때가 되었다며 연신 산쪽을 쳐다보았다.

  막히는 게 하나도 없고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이 있는 파미르 고원은 1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거리도 마치 100미터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개미처럼 작아보이던 야크와 양떼들이 가까워지면서 점점 커게 보였다. 막내아들이 몰고 오는 야크는 덩치가 보통 큰 게 아니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그냥 털이 길고 몸통이 두툼한  소 정도로만 여겼는데, 막상 내 앞에 서 있는 야크를 보니까 무게가 500KG 이상은 되어 보였다. 아이나벡씨는 무려 1톤까지 나가는 놈도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들이 먹어치우는 풀의 양 또한 많아서  만년설이 녹는 요즘 파미르 고원의 푸른 초지가 이들을 살찌운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하늘과 맞닿을 정도로 높은 이 파미르야 말로 야크들의 낙원이란다.

  야크는 우유와 살고기뿐 아니라 심지어 뿔까지도 요긴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질긴 가죽으로는   채찍을 비롯한 말 마장 도구를 만들고, 딱딱한 뿔로는 송곳이나 열쇠고리 손잡이를 만든다고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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