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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스 3개국 중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를 여행하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단순여행정보를 나열한 글은 아니고 필자가 보고 느낀 감상을 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다.  틈틈이 정리해서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이다. (김상욱)
 


제노사이드 그리고 최초의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

 

 image1[1].jpg
<아라라트산을 배경으로 아치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호텔에서의  아침식사는 과일과 유제품과 빵 그리고 주방장이 직접 만들어주는 아르메니아식 아침 메뉴까지 무척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었다. 우리 식탁 바로 옆에는 서양인으로 보이는 가족들이 자녀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건네면서 말을 걸어보았다. 그들은 알고보니 관광객이 아닌 모스크바에서 온 아르메니아인들로서 부모님의 기일에 맞춰 고향에 온 사람들이었다. 
예레반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은 모스크바 유학을 마치고 바로 그곳에 정착을 했고 현재는 비즈니스를 한다면서 예레반에 형제와 친척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매년 부모님의 기일에 맞춰서 산소에 성묘를 온다고 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어린 자녀들과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부인의 모습에서 참행복이라는 게 저런게 아닌가라는 것을  살짝 느껴보았다. 
공항에서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많은 노천 카페에서 친절하게 미소지으며 손님을 부르는 예레반시민들에 더해서 아침식사 때 만난 부부의 행복한 모습은 아르메니아에 대한 나의 이미지를 무척 좋게 만들었다.
식사 후 나는 유적지를 돌아보고 아르메니아 음식을 즐기기에 충분한 현지화폐(드람, Dram)로 환전을 하고 예레반 교외로 나갈 준비를 마쳤다. 숙소인 시내호텔에서 출발한 차량은 모퉁이를 돌아 역사 박물관, 중앙 우체국, 호텔 아르메니아와 수많은 상점과 미드랜드 아르메니아(Midland Armenia), 미랏(Milat)같은 외국 은행이 위치한 공화국광장을 지나 교외로 방향을 잡았다.  조로아스터교인 페르시아를 물리친 아르메니아 기독교 군의 바르단 마미코냔의 거대한 기마상을 지나 가르니신전을 행해 달렸다.
예레반을 출발하여 1시간쯤 지났을 무렵, 자동차가 잠시 멈춰섰다. 그곳은 흰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아라라트산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삼면이 언덕으로 둘러 쌓여 있으며 동북부에서 남서부의 아라라트산으로 완만하게 경사져있기 때문에 예레반의 어디서든지 아라라트 산을 볼 수 있으나 시내에서 보는 아라라트산과는 달리, 아치가 만들어져 있는 이곳에서 보는 눈덮힌 아라라트산은 장엄한 한편의 파노라마였다.
나도 이 아치속에 아라라트산이 들어가도록 구도를 잡고 카메라 셔트를 눌러댔다. 소위 말하는 인생샷을 한컷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이때 바로 아치 아래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엄숙한 분위기에서 묵념을 하는 듯했다. 추모식을 하는 듯한 이들은 독일에서 온 사람들로서  1915년 대학살로 피해를 당한 아르메니아인들을 추모하는 중이었다. 나도 함께 묵념을 하면서 이들에 대한 예의를 갖춘 후 그 자리를 떠났다.
 
‘아르메니아 제노사이드’로 알려져 있는 이 학살사건은 1915년 1차 세계대전의 격랑속에서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이 희생된 사건이다.  당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중립을 지키던 오스만투르크는 러시아(3국 연합국)가 남하해 오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3국 동맹(독일편)에 가입하고 러시아에 대항한다. 이 와중에 오스만투르크제국의 국민이었던 아르메니아인들이 같은 기독교국가인 러시아편을 들자, 오스만정부는 이들을 현재의 시리아지방으로 강제이주를 시킨다. 이 과정에서 저항하는 아르메니아인들과 이주 과정에서 사망한 아르메니아 인들이 약 150만명을 기록될 정도로 비극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도 터어키는 전쟁과정에 발생한 비극이라는 입장이고 아르메니아인들은 인종청소라고 규정하고 있는 상태인데 원인제공자에 해당되는 서구열강들이 아르메니아의 아픈 역사에 대한 공감을 선행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국가이익에 따라 이 문제를 바라보는 슬픈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최초의 기독교 국가
 

image2[1].jpg

<게하르트 수도원에는 동굴과 바위산안 곳곳에 십자가 모양이 새겨진 기념비로 장식되어 있다.>

 
 image3[1].jpg

 


<게하르트 동굴수도원>

예레반을 출발한지 약 2시간만에 도착한 곳은 예수님을 찔렀던 창이 보관되어 있었던 동굴 수도원 게하르트.
301년 유럽에서 최초로 기독교를 국교로 받아들인(참고, 로마는 392년) 아르메니아의 세계문화유산 게하르트수도원은 특유의 건축양식 때문에 해다마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초입에는 아르메니아의 전통 간식, 가타파이와 양념된 말린 소시지 수죽 등을 파는 상인들이 나에게 음식을 보여주며 살 것을 권하기도 했다. 마침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무렵이라 살짝 유혹을 느꼈으나 나는 곧장 게하르트로 들어갔다.
 1215년 동굴과 바위산을 파내고 수도원의 중심 예배당을 지은 후 13세기와 14세기에 걸쳐 나머지 건물이 지어진 이 수도원은 동굴과 바위산안 곳곳에 십자가 모양이 새겨진 기념비로 장식되어 있었다. ‘카차카르’라고 불리는 이 장식들은 아르메니아의 오래된 예술이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눈에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얼마나 종교적 신심이 강했으면 바위에 저렇게 새길 수 있었을까? 하는 경외감으로 다가왔다. 또한 현지인들은 수도원내 신성한 샘물이 특별한 힘을 지녔다고 믿기 때문에 물을 마시며 복을 기원하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아르메니아에 전래된 기독교는 동방정교이다. 초기 기독교 시절 5대 교구 즉, 알렉산드리아, 안디옥, 예루살렘, 콘스탄티노플, 로마 중에서 로마를 제외한 4대 교구가 모두 동방정교회이다. 삼위일체를 공인한 종교회의로 알려져 있는 니케아 공회(종교회의)에서 예수의 탄생을 직접 본 사람들이 대부분을 이루었던 4대 교구(후에 동방교회가 된다)지역은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로마지역은 예수님의 신성을 인정하게 되고 이 종교회의에 모인 지도자들은 예수의 신성을 인정하는 아타나시우스파를 정통으로 인정하는 정치적 결정을 내린다. 이 결정으로 인해 예수님의 인성을 중시하는 아리우스파는 이단으로 배척된다.
이는 또한 마리아의 신성성 논쟁을 촉발시켰는데, 예수님의 신성을 인정한다는 것은 바로 예수님을 낳은 어머니 마리아의 신성성 논쟁과 연결되기 때문이었다. 이때 로마는 마리아의 신성성을 인정하고 성모 마리아로 추앙하는 데 비해 동방교회지역에서는 마리아의 신성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논쟁들로 인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카톨릭과 동방교회가 나뉘게 되는데 이 둘간의 결정적 차이는 바로 성령에 대한 견해 차이이다. 즉, 로마카톨릭은 성부와 성자로부터 성령이 발현된다고 보는 반면, 동방교회는 '성령은 성부로부터 임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외에도 성화와 성물은 우상이냐? 아니냐 논쟁이 있는데  로마카톨릭은 성화와 성물은 우상이 아니다고 한 반면, 동방교회는 이를 우상이라고 생각했다. 476년 서로마가 망한 후 당시 야만족이었던 게르만족의 선교를 위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게르만족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하나님의 표상인 십자가를 만들어 활용했다. 그리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성화를 활용했다. 그래서 현대까지도 예수님과 마리아의 표준성화는 실제 약간 검고 곱슬머리인 팔레스타인 지역 사람의 얼굴이 아니고 게르만족의 얼굴을 닮아서 백인형 얼굴이다. 
서로마를 무너뜨린 게르만은 십자가에 기도를 하면서 오늘의 전투에서 적의 목을 더 많이 치게 해달라고 빌게 되는 기복신앙적 성격을 띠기 까지 했다. 이런 영향때문일까? 게르만사회에서는 교회가 날로 커지고 세력이 확장되는데 비해, 동방교회는 오히려 약화되었다. 그래서 동로마황제는 834년에 성화와 성물은 더 이상 우상이 아니다고 선포했고, 이후엔 오히려 로마 카톨릭보다 동방교회가 더 화려한 성화를 그리게 되는데, 마치 성화와 성물이 동방교회의 전유물처럼 인식되게 되었다.  카톨릭은 조각이 많은 반면 동방교회는 조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차이들로 인해 결국 동서교회는1054년 결별을 하게 되고 그후 십자군 전쟁 때에는 동로마교회를 약탈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초토화시키기까지 한다. 이런 역사적 기억때문에 1453년 투르크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될 때 당시 동로마제국 황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기며 제국의 몰락을 받아들인다. "터번을 쓴 이교도 앞에 무릎을 꿇을 지라도 서로마의 도움은 절대 받지 않겠다"
 
동로마가 망하자 동방교회(그리스정교)의 본산지는 자연스럽게 러시아정교회로 이전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예수님을 찌른 창이 보관되어 있었다는 게하르트에서 인간과 종교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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