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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저녁 국내 대기업의 스마트폰 론칭행사에 K-POP 그룹과 러시아의 유명 여성그룹이 출연한다고 해서 보러 갔다. 큰 딸은 한국에서 온 그룹들이 유명하지 않다고 안 갔지만 나는 나머지 남자 애들 셋을 데리고 아내와 함께 반강제로 콘서트 관람을 강행했다. TV로도 잘 보지 않는 가수 공연에 꼭 가고자 한 것은 사실은 러시아에서 온 여성 그룹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서 였다.

  더듬어 보면 아마 90년대 말쯤 필자가 모스크바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혜성같이 등장한 우크라이나 출신의 여성 그룹으로 기억이 난다. 이 3인조 미녀 그룹은 섹시함을 컨셉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필자를 비롯해서 친구들은 등교하면 이 그룹에 대한 얘기들이 가장 큰 화제였고, 다른 뉴스는 이미 보잘 것 없었다. 당시에 러시아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므로 경제시스템은 붕괴한 상태였고, 푸틴이 소방수로 서서히 등장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어쨌든 우리의 관심은 이 여성 그룹이었다. 내 기억으로는 학교 대로 건너편 상점에서 쉬는 시간에 보드카를 따고 빵조각을 뜯어 먹으면서도 그 여성그룹에 관해 이야기했다. 최고의 인기 그룹이었다. 처음에는 그룹 이름이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와 동일해서 싸구려 그룹으로 생각하고 몇 달 가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그런 추억 속의 그룹이 이 곳 알마티에 온다하고 지금도 최고 러시아 걸그룹으로 건재하다니 더욱더 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열광하는 청중들 틈 속에서 그들의 공연을 보면서 문득 스쳐 지나가는 상념이 있었다. 최근까지 우리 나라 언론에 오르내리던 문화계 ‘블랙리스트’라는 말. 블랙리스트가 있다면 반대 개념은 ‘화이트리스트’일 것이다. 이상하게도 이 섹시를 표방하는 그룹이 등장했던 시기가 묘하게도 러시아 체제전환이 민생을 더 궁핍한 곳으로 몰아 실패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 던 때였다. 이 여성 그룹은 탄탄대로를 달렸고, 자주 TV에도 등장했으며, 필자를 포함해서 러시아 국민들은 열광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조금 상상력을 더해 보자. 이 그룹이 푸틴 정권의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고, 조작된 부분도 상당히 있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 푸틴이 의도적으로 지원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우리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폭동은 없었고, 체제전환 시도도 없었다. 이 후에 다행히(?)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경제는 살아 났고, 푸틴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과거 10년의 우리 정권과 푸틴 정권은 권위주의적인 측면에서 매우 닮아 있다. 권위주의 체제는 항상 문화와 예술을 통제하려고 든다. 그 극단적인 형태가 파시즘이다. 문화는 스스로 생성되고 발전해 나가는 속성이 있다. 거기에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본질을 구성한다. 이제 우리나라 문화계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이다. 정부는 문화계를 지원할 방법을 모르겠다면 인위적으로 방향을 설정하려 들지 말고 스스로 가만히 있는 것도 답일 것이다. 그게 똑 같은 우를 되풀이 하지 않는 방법이다. 어제 이 곳 사람들은 K-POP에 열광하였다. 이제 새로운 장르로서 K-POP이라는 것이 글로벌 현상이 된 듯하다. K-POP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계속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K-POP은 분명 우리 DNA에 오랜 기간 축적되어 온 뛰어난 문화 유전자와 민족적 저력의 결과물이다. 어제 우리는 우리들 속에서 생성된 문화가 글로벌 문화가 되고 있는 것을 목도 하였고, 이것이 우리나라 기업들과 결합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는 것도 보았다. 다시금 우리의 문화적 저력이 자유로운 체제와 환경에서 한껏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양용호 AK그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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