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 인기 절정인 K-푸드들이 이젠 월드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초코파이, 김, 라면, 프리마 등이 그 주인공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에게 K-푸드란 비빔밥, 불고기와 같은 전통적인 음식들을 의미했다. 최근에는 분식, 간식 등 한국에서 만든 모든 음식이 K-푸드의 범주에 속하게 됐다. 이러한 변화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힘이 컸다. SNS에서 ‘Korean Fire Food Challenge’라는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K-푸드 열풍을 일으켰다. 전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으로 7180조원이다. 이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3배가 넘는 규모로 엄청나게 큰 시장이다. 국내식품업계도 국가별 맞춤 전략으로 K-푸드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을 넘어 전세계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를 살펴보자.
☆카자흐스탄 식문화의 필수품, '프리마'
동서식품의 커피 크리머인 프리마는 2017년 ‘7000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프리마는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 식사 자리의 필수품이 됐다. 프리마는 2017년 기준 키르기스스탄 100%, 타지키스탄 86%, 카자흐스탄 82%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평균 82%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목민이면서 추운 지방에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은 차 문화와 가축의 젖을 짜 마시는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에 프리마가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이 지역에서는 현재 우유의 자리를 프림이 대신하고 있다. 또 타지키스탄은 빵을 만들거나 홍차를 마실 때 프림을 넣는다.
동서식품은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요리에 프리마를 적용하는 현지 식습관에 착안해 이를 마케팅과 제품개발에 적극 활용했다. 타지키스탄에서 방송된 광고에는 프리마를 넣어 반죽한 빵으로 저녁 식사를 하는 가족의 모습도 나온다. 제빵과 여러 음식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품의 구성과 형태를 새롭게 개발해 내놓았다. 우유 대신 빵에 넣어 먹는 프리마인 ‘하이밀키(대용 분유)’ 제품은 일반 소비자 대상을 타기도 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오랜 유목 민족의 역사를 지닌 이들 지역 소비자가 커피와 차에 우유를 넣어 마시는 점에 주목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화끈한 매운맛 삼양 ‘불닭볶음면’
Korean Fire Food Challenge 영상에 소개된 제품은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을 형성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다. 2014년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영국남자로 잘 알려진 유튜버 ‘조쉬’가 지인들과 함께 불닭볶음면을 먹고 매워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해당 영상은 700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올리면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불닭볶음면의 인기가 치솟았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2015년 2052억원, 2016년 950억원, 2017년 2052억원으로 1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그중에서도 불닭볶음면 시리즈는 전체 수출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 됐다. 2012년 불닭볶음면 출시 첫 해 1억원에 불과한 수출액은 2015년에 100억원을 돌파하고 2016년 660억원, 2017년에는 1800억원을 달성하면서 폭발적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주지역, 유럽과 오세아니아로 판매 지역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따리상이 전해준 팔도 ‘도시락’
팔도가 출시한 라면 ‘도시락’은 일본, 베트남산 라면을 제치고 러시아에서 ‘국민 라면’의 자리에 올랐다.
도시락이 러시아로 퍼지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부산항에 거점을 두고 활동한 보따리상인들 덕분이다. 부산항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상선의 선원과 보따리상 사이에서 우연히 소개된 용기면 도시락은 인기가 높았다.
원형의 다른 컵라면과 달리 사각 형태의 도시락은 러시아 선원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수프 용기와 비슷했다.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도 먹기 편했다.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선원과 보따리상이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들여온 도시락은 점차 도시 전체로 퍼져 나갔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은 2010년 이후 해마다 10% 이상 증가했다. 2005년 7000만달러(약 786억원)를 기록했다. 2016년 처음으로 연매출 2억달러(약 2245억원)를 돌파했다. 수량으로는 3억개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러시아인 1명당 2개씩 먹은 셈이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 시장 내 누계 판매량은 45억개로 국내 판매량의 7배에 이른다.
러시아에서 출시되는 도시락은 크게 돼지고기맛, 소고기맛, 닭고기맛 3가지다. 특히 기차 여행용 먹거리로 인기다.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도시락에 햄과 마요네즈를 넣어 먹는 게 유행일 정도라고 한다. 이런 소식을 알게 된 팔도는 라면에 햄과 마요네즈를 넣은 제품을 따로 판매하고 있다.
팔도 관계자는 “국내 생산 제품 또한 활발히 수출하고 있다”면서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30여국에 판매 중으로 앞으로 판매기반이 확고한 지역 외에도 유럽, 아시아 등지로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대표 브랜드 조짐 보이는 농심 ‘신라면’
농심이 지난해 해외실적이 전년보다 18% 성정한 7억6000만달러(약 8557억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농심의 해외사업 역대 최고 실적이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전 해외법인이 최대 실적을 거뒀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주춤한 중국 사업도 23%가량 성장했다.
특히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미국 시장은 전년보다 12% 성장한 2억2500만달러(약 25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동엽 농심 미국법인장은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남미까지 다양한 고객층이 농심 제품을 찾고 있는 만큼 농심의 제품력과 체계적인 생산·유통 시스템을 바탕으로 수년 내 일본을 넘어 미국 시장 1위에 올라서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국은 사드 이슈를 극복하고 전자상거래와 1선 대도시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가면서 전년보다 23% 성장한 2억8000만달러(약 315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편의점 판매를 강화하고 신라면 데이, 신라면 키친카 등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는 중이다. 호주에서도 교민 시장 판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시장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 등 주요 동남아 국가에서는 현지 대형마트와 편의점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축구 열풍으로 한류 상품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베트남 시장의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내수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잠재력이 큰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면서 “신라면을 중심으로 라면 한류 열품을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식품 대접받는 오뚜기 ‘마요네스’
러시아인들이 라면에 ‘마요네스’를 넣어 먹는 점을 유심히 살펴보면 또 하나의 한국 제품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오뚜기 ‘마요네스’다. 라면이나 과자 못지않게 러시아에서 발군하고 있다. 국내 매출의 절반인 500억원 정도가 러시아에서 나오고 있다. 점유율도 70% 정도로 단연 으뜸이다.
1996년 오뚜기 골드 마요네스의 맛을 본 러시아 상인들이 사가면서 수출이 시작됐다. 러시아인들은 기름이 있는 음식을 선호해 마요네스를 좋아한다. 러시아 소비자들은 마요네스를 육류와 과자, 빵을 찍어 먹는 소스로 애용하고 있다. 심지어 라면에도 넣어 먹는다. 오뚜기 마요네스는 러시아 외에도 미국과 몽골 등 저 세계 2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여러 업체들이 오뚜기 마요네스의 모방 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고소한 맛에서는 오뚜기 제품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면서 “국가에 맞춰 동남아 지역에는 담백한 맛, 러시아에는 고소한 맛 등 현지화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은 것이 인기 요인”이라고 꼽았다.
☆중국인의 좋은 친구, 오리온 ‘초코파이’
세계 60여개국에서 해마다 21억개 이상 팔리는 간식이 있다. 바로 국내 제과기업인 오리온의 ‘초코파이’다. 초코파이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최근 사드 배치 문제로 매출이 다소 주춤했지만, 2년 연속 중국 내 브랜드 파워 지수 1위를 차지하면서 중국인들의 국민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1997년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초코파이는 2년 만에 파이·케이크류 매출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20여년간 중국인들의 대표 간식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결혼답례품 등으로 선호될 만큼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오리온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 비중은 35%, 해외는 65% 전후다. 해외는 중국 지역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초코파이가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각 나라의 기후와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 덕분이다. 중국 북부 허베이성 제1공장에선 현지의 밀가루를 혼합해 제품 생산에 적합한 반죽을 만든다. 남부 상하이 제2공장에서는 높은 온도에 견디면서도 입에서는 잘 녹도록 초콜릿을 배합하는 노하우를 오랜 연구 끝에 발견해 적용하고 있다.
☆네슬레와 코카콜라 이긴 ‘롯데칠성음료’
세계최대 커피 업체인 네슬레가 사업을 철수하고 최대의 음료업체인 코카콜라도 공장 수를 축소한 러시아에서 승승장구하는 국산 제품이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탄산음료 ‘밀키스’와 캔 커피 ‘레쓰비’다.
이 제품들은 각각 러시아 탄산음료와 캔 커피 시장에서 90%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지난해 밀키스는 80억원, 레쓰비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레쓰비도 2010년 이후 러시아의 ‘국민 캔 커피’로 자리 잡았다.
밀키스와 레쓰비는 다양한 맛으로 러시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밀키스는 러시아 시장에서 총 11가지 맛을 판매하고 있다. 파인애플, 복숭아, 오렌지, 망고 등 국내에서 보기 어려운 맛이 많다. 레쓰비 역시 모카, 초코라떼, 에스프레소, 아라비카, 아메리카노 등 9종류가 유통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초기에는 제품군이 7개를 넘어서자 생산성이 떨어지고 판매 관리가 어렵다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러시아 바이어들의 ‘지역별로 선호하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성공에 주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