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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의 자원부국 카자흐스탄이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핵심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 스타일의 뷰티 뷰티숍이 보이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 거리/이용성 기자
한국 스타일의 뷰티 뷰티숍이 보이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 거리/이용성 기자

카자흐스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9월 일대일로 구상을 처음 발표했던 곳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서방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에 처한 러시아가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카자흐스탄의 위상 제고에 도움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올해 초 구소련 연방 소속 국가들 중심의 경제공동체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출범했다. 여기에 더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대일로와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연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합의문에 최근 서명하면서 양쪽 모두 발을 담그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중국의 신실크로드 경제벨트는 카자흐스탄의 경제중심지 알마티를 통과한다. 러시아의 육상 물류수송의 중심축인 시베리아횡단철도(TCR)의 경우 카자흐스탄을 지나지 않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합의에 따라 두 라인을 연결하는 구간이 카자흐스탄을 통해 이어진다. 이 때문에 일대일로와 EEU를 메개로 한 중-러 협력은 “카자흐스탄 없이는 불가능한 계획”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일대일로-EEU 협력으로 유라시아 물류 중심 떠오른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내의 한 한국식당에서 만난 카자흐스탄 키멥(KIMEP)대학교 경영학과의 이근중 교수는 카자흐스탄 정부도 주변국의 상황 변화로 촉발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카자흐스탄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데다 러시아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대국 카자흐스탄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Nursultan Nazarbayev)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이 참에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카자흐스탄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현지 진출을 노리는 우리 기업도 늘고 있다. 문제는 경제상황이다. 지난해 유가 하락과 러시아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1991년 구소련 붕괴로 독립한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이미 진출한 국내 기업 중에는 일대일로와 EEU 효과가 본격화하기만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간 곳도 많다.

이 교수는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경제적인 이유 외에도 “언제 올지 모를 통일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귀중한 자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특히 카자흐스탄은 북한과 마찬가지로 구소련식 시스템에 기반을 둔 구소련(CSI) 출신 국가 중 유일하게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지적하며 “통일이 되면 카자흐스탄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주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통일은 ‘유라시아 시대’의 진정한 완성이다. 그렇게 본다면 중앙아시아 경제의 요충지 카자흐스탄과의 협력 강화로 유라시아 경제권에서 위상제고는 물론 통일시대에 대비한 경험과 노하우를 체득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인 셈이다.
 

 이근중 키멥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근중 키멥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키멥대학은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경제특보를 맡고 있던 한국인 방찬영 총장이 1992년 설립했다. 미국식 학위제도를 도입하고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등 혁신적인 운영으로 짧은 역사에도 명문대학으로 도약했다. 이 교수는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재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2011년부터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신흥 명문대학인 키멥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4년간 카자흐스탄 생활을 거울삼아 ‘통일 이후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믿음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했다.

◆ 고속 성장에도 시장경제 펀더멘털 취약

유가가 한참 높을 때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3%에 불과했지만 카자흐스탄 경제는 오랫동안 10%에 가까운 고속성장을 이어왔다. 이 교수는 그럼에도 카자흐스탄에는 아직 시장경제의 기본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카자흐스탄에 ‘이자’(利子)라는 개념이 도입된지 15년이 흘렀지만 대학을 나온 사람 중에도 그 개념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이 이자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통일이 되면 북한에 금융시스템 마련하고 공장 지으면 경제가 돌아갈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림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 교수는 이어 “북한도 어느 정도는 카자흐스탄을 롤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북한이 지난해 초부터 카자흐스탄 고위 인사를 초청하는 등 관계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구소련 붕괴 직후인 1992년 1월 카자흐스탄과 수교를 맺었지만,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협력관계가 확대되는 와중에 별다른 관계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1998년 2월 카자흐스탄 주재 북한대사관을 폐쇄했다. 이어 2000년 11월에는 알마티에 있던 무역대표부 마저 철수했다.

북한과 마찬가지로 소련식 시스템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카자흐스탄에서는 모든 것을 문서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 차량 등록을 위해 경찰에게 보여줘야 하는 문서가 12장이나 된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식으로 기업을 운영하면서 ‘문서를 없애라’고 하면 이곳 사람들은 ‘일 못하겠다’고 합니다. ‘업무통합’이란 개념도 없어서 학생 수가 3500명인 키멥대학에 교직원은 700명이나 됩니다. 북한도 비슷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는 통일만 되면 이런 사고방식과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중앙아시아가 다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카자흐스탄 경제의 성공요인에 더해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실패사례들을 함께 연구하면 ‘통일의 길’이 어느정도 보일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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