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기획특집[기획 시리즈] 카자흐스탄 독립 30주년 기념 ‘유라시아의 심장, 카자흐스탄의 탄생과 성장’

[기획 시리즈] 카자흐스탄 독립 30주년 기념 ‘유라시아의 심장, 카자흐스탄의 탄생과 성장’

알마티선언과 서중국 – 서유럽 고속도로 

세계여성의 날 연휴

이 땅에 사는 남성들은 2월말이 되면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다. 어떤 이들은 새해 첫날부터 올해의 여성의 날은 어떻게 보낼지를 고민하고 계획한다고도 한다.

나는 이들 처럼은 아니지만 달력의 세번째 장을 넘기면서 고민을 시작했고 그 결론으로 서중국 서유럽 고속도로를 타고 카자흐스탄 땅의 동쪽 끝까지 달려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춘자’마을의 온천 리조트와 중국과 소련의 세력 다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국경도시 자르켄트의 매력을 설명하면서…

3일 연휴가 사실상 시작된 5일(금) 오후, 우리는 알마티를 출발했다. 근데, 날씨가 도와주질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 혹시 도로가 결빙이 되어 미끄럽지는 않을까 짐짓 걱정이 되어 하루 늦추어서 출발해 볼까 고민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예정데로 출발… 집을 출발한 지 40분 만에 알마티에서 캅차가이 호수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마자 첫 주유소에 들러 자동차에 기름을 가득 채운 뒤 10분이 채 안되어서 우리 차는 서중국 서유럽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드디어 출발인 것이다. 그때까지 내리던 눈은 진눈깨비로 변했고, 차장밖에는 하얀 은세계가 펼쳐졌고 카오디오에서는 이지상 6집의 CD가 돌아가고 있었다.

기차는 여기에서 떠났다

황제의 밀서를 가슴에 숨긴

이준과 이상설을 태우고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

기차는 여기에서 떠났다

얀치혜 들판에 무명질 버린

대한국인 안중근을 태우고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

우수리스크 캄챠카 하바롭스크

볍씨같은 고려인들 모두 태우고

비구름처럼 눈보라처럼

사나운 계절을 칸칸이 달려갔다

기차는 여기에서 떠났다

총을 빼앗긴 노병 홍범도

백마탄 김경천을 태우고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

기차는 여기에서 떠났다

헤이그로 하얼빈으로 떠났다

우즈벡 카자흐로 떠났다

기차는 그 새벽을 떠났다

저리도 멀고 끝없는 곳으로

떠나서 슬픔만 돌려보내고

정작 그들은 단 한사람도

그리운 고향 땅을 밟은 이 없다(이지상 6집 중 “기차는 여기에서 떠났다”)

다시 10여분을 달리자 진눈깨비는 비로 변하는가 싶더니 구름 저 멀리서는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으로서는 최고의 기상조건이라고 할까? 결빙을 우려했던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도로는 바싹 말라서 쾌적함을 더해주었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2시간 넘게 달려서 (이 도로 개통 전 예전 길로 달렸다면 3시간 넘게 소요) 우리는 칠릭이라는 마을을 지나자마자 춘자 방향의 나들목에서 서중국-서유럽 고속도로를 벗어나 다시 약 2시간 가까이 달려서 예약해두었던 온천 리조트에 여장을 풀 수 있었다.

알마티선언과 서중국-서유럽 고속도로

지난 2009년 알마티에서는 ‘실크로드의 부활’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유라시안 교통포럼이 열렸다. 카자흐스탄 교통 인프라부의 후원하에 국제 자동차운송연맹이 주최한 제 5회 유라시안 교통포럼이 개최된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에 국제고속도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제안들을 개발하고 회원국들간의 국경 통과 절차의 간소화, 통일된 등록절차와 원만한 협조를 위해서 개최된 이 포럼에서 카자흐스탄 교통인프라부 아벨가지 꾸사이노프 장관은 유럽과 중동국가에서 온 대표단들과 만나 이들 국가들과 교통영역에서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는데, 그 핵심내용은 ‘알마티선언’에 요약되어 있었다.

바로 서유럽과 서부 중국을 연결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국제 금융기관과 국제 운송업체 등이 대거 참여하여 명실상부하게 실크로드를 부활시킬 것을 천명한 ‘알마티 선언’을 한 것. 이로써 이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실크로드 천산 북로를 시원하게 동서로 가로지르는 현재의 저 모습의 도로가 탄생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카자흐스탄 정부는 ‘누를졸릐’프로젝트에 따라 수도 누르술탄를 중심으로 알마티, 우스찌까메노고르스크, 파블로다르, 악토베, 아티라우, 악타우 등 카자흐스탄의 주요도시들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고속도로들을 정비, 건설하였다. 이에는 알마티에서 캅차가이를 지나 딸띄꾸르간 세메이까지 가는 도로도 포함되어 있다.

2016년 말에 완공된 서중국 – 서유럽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중국과 유럽을 잇는 대규모 도로건설 프로젝트이다. 이 도로의 카자흐 구간은 2,500여km로써 중국과의 국경인 호르고스에서부터 알마티와 타라즈, 침켄트를 지나 크즐오르다와 아랄스크를 지나 러시아국경 도시인 오렌부르그까지 이어진다. 이 도로는 시속 110킬로까지 밟을 수 있는 도로인데, 연약 지반이 많고 화물차량들의 통행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서 대부분의 구간이 콘크리트로 설계되었다. 실재 중국향 카자흐스탄 화물이나 중국산 공산품과 농산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이 도로를 달린다. 직선으로 쭉 뻗은 이 도로의 완공으로 인해 중국향, 러시아향, 우즈베키스탄 향 등 카자흐스탄을 경우하여 동서양을 잇는 물류환경은 확기적으로 좋아졌다.

나는 이 도로공사가 시작될 초창기인 2011년에 아랄스크에서 알마티까지 2000킬로 미터를 1박 2일 동안 자동차로 달리면서 현장을 직접 가본 적이 있다. 아래 사진들은 중간중간 쉴 때 마다 한 컷씩 현장의 모습을 담은 것인데, 주로 우리나라 업체인 ‘KCC’ ‘포스코건설’, ‘극동건설’이 공사를 하던 구간들이었다.

춘자와 자르켄트

천연 온천으로 유명한 ‘춘자’마을에는 옛부터 다양한 휴양시설이 있던 지역인데, 최근에는 현대식 온천 리조트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온천리조트로는 ‘미라쉬’, ‘오아시스’, ‘아쿠아 그랜드’, ‘에코 파크’ 등이 있다.

자르켄트는 중국과의 국경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19세기와 20세기 초 제정러시아와 청,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진 소련과 중국간의 세력다툼의 현장이었음을 보여주는 유적지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채 1km 도 안떨어진 곳에 중국식 팔각지붕과 단청으로 장식된 이슬람 사원과 정통 러시아정교 성당은 자르켄트를 방문하는 이로 하여금 독특한 매력을 갖게 한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단청과 팔각지붕으로 된 이슬람 사원은 중국인 건축가에 의해 설계된 사원으로써 1887년에 시작하여 5년만에 완공시켜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변했지만 1978년까지 이 지역 주민들이 기도를 올리는 이슬람 사원으로 사용했었는데 당시 이 지역이 청나라의 종주권(영향권)하에 있었던 곳임을 보여주는 건물이라고 하겠다.

반면, 근처에 있는 러시아정교 성당은 제정시대부터 카자끼(카자흐가 아니고 카자끼는 슬라브계통의 호전적이고 유목민적인 성정을 가진 민족으로서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개발에 최선봉에 섰었다)에 의해 이 지역이 조금씩 러시아화 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건물이다.

오늘도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와 진눈깨비가 마치 지난 주 금요일 처럼 내리고 있다. 장기 일기 예보를 보면,올해 3월은 잦은 비와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꽃샘추위로 몸이 웅추려들기 쉬운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서 서중국 서유럽 도로를 타보시길 권한다. (김상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카자흐스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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