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대체할 ‘바이테렉 프로젝트’를 아시나요?
김상욱 본지 주필
카자흐스탄에 새로운 우주로켓 발사 기지가 건설될 예정이다.
차세대 우주로켓발사기지인 ‘바이테렉’ 기지 건설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우주개발 기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힌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바이테렉 우주로켓기지’ 건설 관련 법령에 서명하고 여기에 러시아가 우주 협력을 약속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바이테렉 프로젝트는 사실, 구소련권의 최대 우주개발계획이다. 노후화된 바이코누르 기지를 환경친화적 연료를 사용하는 첨단 발사기지로 바꾸는 것이 목표인데, ‘앙가라’로 불리는 러시아산 신형 로켓이 주력 발사체가 될 전망이다.
20여 년 간의 우여곡절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에 위치한 구소련 시절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극동지역에 있는 보스토치니 기지를 활용하는 쪽으로 선회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코누르 기지 설립 60주년이었던 2015년,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2021년부터 새로운 발사대 건설을 시작하기로 합의하면서 협력시대가 시작되는 듯 했지만, 우주기지 운용을 놓고 양국이 견해차를 보임에 따라 프로젝트 실행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은 바이코누르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러시아와 임대 계약이 끝나면 각국의 투자를 받아 국제우주기지로 만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에 바이테렉 프로젝트에 필요한 첨단기술 이전에 대해 여전히 난색을 보이고 보안을 이유로 관광단지 조성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이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관광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자 러시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등 양국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한때, 러시아는 자국 로켓의 잦은 폭발 사고 등에 따른 카자흐스탄에 대한 환경보상금 문제로 바이코누르 기지의 조기 폐쇄를 검토하기도 했다.
실제 러시아는 극동지역에 새롭게 건설 중인 보스토치니 기지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바이코누르 기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우리나라와도 인연 ?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1961년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를 발사한 곳이다.
바로 이곳에서 2008년 4월,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러시아산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올라가 과학실험 및 우주 임무를 수행한 뒤 바이코누르 기지로 귀환했다.
몇 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로 개발된 우리나라 최초의 차세대중형위성도 바로 이곳에서 발사되었다.
소련 시절인 1955년 지금의 카자흐 영토에 건설된 세계 최초 우주선 발사 기지인 이곳에서는 여전히 많은 우주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의 소유스 우주선과 각종 인공위성 등 1년에 총 23회의 로켓을 쏘아 올려 미국의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를 제치고 한해 최다 로켓 발사 우주기지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지난 가을, 러시아가 발사 상황을 생중계한 미-러 우주인이 함께 탑승한 소유스 우주선이 발사되기도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서방국가들간의 갈등이 우주 활동에까지 번져감으로써 냉전 종식 이후 30여년간 이어져온 우주 국제협력망이 깨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실제로 러시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제재에 대응해 보복성 조처로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발사될 예정됐던 저궤도 인터넷위성업체 원웹의 36기 위성 발사가 취소되기도 했었고 미국에 대해서는 국제우주정거장(ISS) 협력을 재고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반면, 미국은 자국의 우주패권을 유지를 위해 여전히 우주정거장에서의 러시아와 지속적인 협력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지구 귀환용 우주선 손상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발이 묶인 미국과 러시아 우주인을 위한 구조선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발사했다.
이로써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고, 또 아이러니하게도 신냉전 시대에 두 진영의 협력 사업의 현장이 되고 있기도 하다.
미, 러 우주인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202일 동안 42가지 실험을 한 뒤 올해 4월 귀환할 예정이다.
카자흐스탄에 기지 사용료 내는 러시아
소련이 붕괴한 뒤에는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에 기지 사용료 즉, 임차료를 내고 있다.
이 기지는 현재 러시아가 기지 운용 전반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카자흐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매년 1억1천500만 달러(약 1천270억원)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양국의 임차계약은 2050년 끝난다.
그러나 현재의 이러한 양국협약이 도출되기 전, 그러니까 구소련 해체 직후 이 기지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간의 관계를 긴장시키는 분쟁유발자 였다.
당시 바이코누르의 폐쇄를 요구하는 카자흐스탄의 여론은 모스크바의 지도부를 격노하게 했다
러시아인들이 소련의 우주 연구 계획의 핵심인 바이코누르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당연하였다.
이곳에서는 1957년 지구 최초의 인공위성 비행 그리고 1961년 유리 가가린에 의한 최초의 궤도 비행, 1963년 최초의 여류 우주비행사 발렌티나 테레시코바의 비행과 뒤이은 ‘소유즈’ ‘프로톤’, ‘치클론’과 같은 우주선발사가 있었다.
당시 이러한 업적은 미국의 유사한 프로그램을 앞질렀다. 그래서 러시아 국민과 학자들 특히 바이코누르에서 우주연구계획을 주관했던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자긍심의 원천이었다
카자흐어로 바이코누르 란 단어는 “약초가 많은 풍부한 갈색 땅” 을 의미한다. 처음엔 레닌스크 라 불렀다. 길이 약 60마일, 폭 50마일에 이르는 지역을 소련군 사단이 지키던 기지에 학자들과 기술자들 그리고 군인들을 정착시켜 완벽한 도시를 건설했다.
잦은 우주선 발사는 필연적으로 환경재앙을 불러왔다. 이 환경보호 논리는 이 기지 관할권을 카자흐스탄이 행사해야 한다는 논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