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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과 중앙아시아의 선택…“확전은 안 된다”

미-이란 전쟁과 중앙아시아의 선택…“확전은 안 된다”

미-이란 전쟁과 중앙아시아의 선택…“확전은 안 된다”

  중동에서 다시 전쟁의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사회는 또 하나의 지정학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전쟁의 무대는 중동이지만, 그 파장은 훨씬 넓게 퍼지고 있다. 특히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중앙아시아는 전쟁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중앙아시아는 지리적으로 이란과 가까울 뿐 아니라 경제·교통·외교 측면에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이란 충돌은 중앙아시아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중앙아시아의 공통된 메시지: “확전은 안 된다”

  최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공식 반응은 매우 신중하다. 어느 한쪽 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않고, 대신 한결같이 “긴장 완화와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군사 충돌이 확대될 경우 중동 전체가 불안정해지고 그 여파가 중앙아시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래서 국제사회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과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태도는 중앙아시아 특유의 외교 전략을 잘 보여준다. 바로  ‘균형 외교’ 다.

  왜 중앙아시아는 중립을 유지하려 하는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대해 조심스러운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지역은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협력 관계가 필요하다. 안보 협력과 경제 협력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란 역시 중앙아시아와 오래된 경제 파트너다.

  특히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이란을 통해 페르시아만으로 연결되는 교통망을 활용하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바다와 멀리 떨어진 내륙 지역이기 때문에 이란 항구는 매우 중요한 물류 통로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이 통로가 막힐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무역과 물류에도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이번 전쟁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직결된 문제다.

교역로와 에너지 시장의 불안

  전쟁이 중앙아시아에 미칠 또 하나의 영향은 에너지 시장이다.

  중동에서 긴장이 높아지면 국제 유가가 상승한다.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국가에게는 유가 상승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세계 경제 전체가 불안정해질 경우 수요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한다.

  또한 물류 비용 상승과 보험료 증가 등도 중앙아시아 경제에 부담이 된다. 이미 글로벌 공급망이 여러 차례 충격을 받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는 셈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전쟁 확대를 특히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국민 보호라는 현실적 문제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자국민 안전이다.

  이란과 중동 지역에는 중앙아시아 출신 노동자와 유학생, 기업인들이 적지 않다. 전쟁 상황이 악화될 경우 각국 정부는 자국민 대피와 안전 확보라는 긴급 과제를 떠안게 된다.

  최근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외교 채널을 통해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질 경우 공동 대응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아의 지정학적 딜레마

  중앙아시아는 역사적으로 늘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지역이었다.

  러시아, 중국, 미국, 그리고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지 않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미국–이란 충돌에서도 최대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확전될 경우 중앙아시아 역시 정치·경제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동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교통망의 중심에 있는 중앙아시아는 국제 정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전쟁, 그러나 가까운 미래

  지금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전쟁의 불길이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중앙아시아가 국제 정치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다시 보여준다. 이 지역은 더 이상 세계의 변방이 아니라,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공간이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중동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파장은 이미 중앙아시아까지 도달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전쟁처럼 보이지만, 중앙아시아에게는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김상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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