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경제미국-이란 전쟁과 카자흐스탄 환율이 던지는 신호

미국-이란 전쟁과 카자흐스탄 환율이 던지는 신호

<국제유가 그래프>

자원이 만든 기회, 자원이 만든 제약

  며칠 전, 한국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초등학교 동창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다소 급한 목소리였다. 요지는 단순했다. 한국에서는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는데, 왜 카자흐스탄에서는 오히려 달러가 약세를 보이느냐는 질문이었다.

  그의 고민은 현실적이었다. 올해 중앙아시아 여행 상품을 이미 원화 기준으로 공지해 놓은 상황에서, 한국에서는 환율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현지에서는 달러 약세로 환전 시 확보할 수 있는 텡게화가 줄어드는 ‘이중 손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연초에 책정한 상품 가격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짧은 통화는 단순한 환율 문의를 넘어, 오늘날 글로벌 경제가 얼마나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었다. 같은 ‘달러’를 두고도 한국과 카자흐스탄에서 전혀 다른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가가 움직이면, 텡게가 반응한다

  현재 카자흐스탄의 달러 환율은 약 1달러당 480텡게 수준까지 내려왔다. 불과 얼마 전 510~530텡게 수준과 비교하면 의미 있는 하락, 즉 텡게화 강세다. 이 흐름의 핵심 변수는 단연 국제 유가다.

  카자흐스탄 경제에는 비교적 명확한 ‘공식’이 존재한다.

  유가 상승 → 텡게 강세(환율 하락), 유가 하락 → 텡게 약세(환율 상승)

  산유국이라는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원유 수출을 통해 외화가 대거 유입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국 통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28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테헤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오는 28일로 한 달째를 맞는다. 전쟁이 ‘단기 참수 작전’으로 끝날 것이라던 낙관론은 산산조각 났다.

  이제 전쟁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교전을 넘어 중동 전역의 에너지 동맥을 끊으려는 ‘공멸의 치킨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3월 26일 기준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91달러 선,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103달러 선을 상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카자흐스탄에는 향후 외화 유입 확대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고, 이는 텡게화 강세로 직결됐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변수도 존재한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심화될수록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전자산’인 달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경우 달러는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으며, 신흥국 통화인 텡게는 약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현재의 텡게 강세는 유가 상승이라는 ‘순풍’ 위에 서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역풍’ 가능성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텡게 환율과 국제 유가 그래프>

환율에 새겨진 구조: 자원의존 경제

  카자흐스탄 경제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자원’이다. 이 나라는 세계적인 에너지·광물 부국으로, 경제 구조 자체가 자원 수출에 깊이 의존하고 있다.

  전체 수출의 약 70% 이상이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에 집중되어 있으며, 원유 단일 품목만으로도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우라늄, 구리 등 주요 광물 자원이 더해지면서, 국가 경제는 사실상 원자재 가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우라늄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비중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분명 강력한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2025년 카자흐스탄은 약 6%대 중반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이는 텡기즈 유전 확장과 같은 에너지 생산 증가, 그리고 국부펀드를 통한 재정 투입이 결합된 결과였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세계 50대 경제권에 이름을 올리는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구조는 동시에 뚜렷한 한계를 내포한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경제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반대로 유가가 하락하면 재정과 통화가 동시에 압박을 받는다. 경제의 변동성이 외부 요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확대를 통한 산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자원 부문의 비중을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다. 자원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수익이 여전히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쟁, 서로 다른 환율

  이번 미국–이란 갈등은 한국과 카자흐스탄에서 전혀 다른 환율 반응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는 지정학적 불안이 커질수록 달러 수요가 증가하고, 이는 곧 원화 약세로 이어진다. 반면 카자흐스탄에서는 같은 사건이 유가 상승이라는 경로를 통해 텡게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같은 글로벌 이벤트가 국가별 경제 구조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점에서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한 국가의 산업 구조, 수출 구성, 금융 시스템, 그리고 지정학적 위치까지 모두 반영된 ‘경제의 거울’이다.

  여행사 대표의 고민 역시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제 해외여행 상품을 기획하는 데 있어 단순히 원·달러 환율만 보는 시대는 지났다. 방문 국가의 통화 구조, 자원 의존도, 국제 정세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자원이 만든 번영, 자원이 만든 굴레

  카자흐스탄 경제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성장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결국 ‘자원’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수렴한다.

  자원은 국가에 부를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경제를 특정 구조에 묶어두는 힘도 가진다. 유가가 오르면 웃고, 유가가 내리면 흔들리는 구조. 이것이 바로 자원의존 경제가 가진 양면성이다.

  이번 미국–이란 갈등과 그에 따른 환율 변화는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자원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어떻게 산업 다각화와 연결시키고,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 체질로 전환할 것인가.

  카자흐스탄이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이자, 자원의존 경제를 가진 모든 국가가 마주한 공통된 질문이기도 하다.  (김상욱 고려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