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사회에서 가족은 여전히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가치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들어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부부 간 역할 분담이 보다 평등해지는 등 가족 문화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공공개발연구원(KIPD)이 2020~2024년 진행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경제·사회적 변화 속에서도 가족의 중요성은 오히려 강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2020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92.4%는 가족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2022년에는 이 비율이 93.5%까지 상승했다. 2024년 조사에서도 전체적인 만족도와 가족 가치관은 큰 변동 없이 유지돼, 연구진은 국민의 가족생활 만족도를 약 90~95% 수준으로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행복과 사랑’(44.9%)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이어 ‘가문의 계승’(41.7%), ‘삶의 의미’(40.7%) 순으로 답했다.
“결혼은 가족 형성을 위한 제도”
연구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민들은 결혼을 단순한 법적 관계가 아닌 ‘가족 제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2024년 기준 응답자의 58.5%는 결혼을 “가정을 이루기 위한 배우자 간 결합”이라고 정의했다. 또 18.7%는 “관계를 공식화하려는 상호 합의”, 10.6%는 “공동의 생계와 재정 운영”으로 인식했다.
결혼의 가장 큰 이유로는 ‘사랑’이 59.9%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가치관과 관심사의 일치’(17%), ‘자녀 출산’(10.7%)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은 여전히 남편… 그러나 공동 결정 증가
조사에서는 전통적 가족 구조가 여전히 우세하지만, 부부 중심의 ‘파트너십형 가족’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 확인됐다.
2020년에는 대다수 응답자가 “남편이 가장”이라고 답했지만, 2024년에는 약 35%가 “중요한 가족 결정은 공동으로 이뤄진다”고 응답했다. 다만 여전히 55% 가까이는 남편을 공식적인 가족 대표로 인식했다.
가사 분담에 대해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 2022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47.3%는 “가사와 가족 책임은 동등하게 나눠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28%는 “가사는 주로 여성의 역할”이라고 응답해 전통적 인식도 여전히 존재했다.
육아에서는 여성의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응답자의 44.5%는 “항상 육아에 참여한다”고 답한 반면, 남성은 25.6%에 그쳤다.
부모 세대 가치관 변화… ‘근면’ 다시 중요해져
카자흐스탄 가족은 여전히 가치관과 전통을 전달하는 핵심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20년 부모들이 자녀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고 싶다고 답한 가치로는 근면성(64.1%), 어른 공경(54.9%), 정직성(31.7%), 자존감(31.8%) 등이 꼽혔다.
그러나 2022년에는 근면성을 강조한 비율이 33.8%로 크게 낮아졌고, 애국심 역시 7.1%까지 감소했다. 대신 책임감(11%)과 품위·예절(8.8%)이 새로운 핵심 가치로 부상했다.
다만 2024년 조사에서는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근면성이 다시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며, 응답자의 51%가 이를 우선 가치로 선택했다. 자존감 역시 평균 40% 이상으로 꾸준히 높은 비중을 유지했다.
가족 간 유대 강화 방식으로는 생일 축하(86.4%), 국가 기념일 행사(58.8%), 종교 의식 참여(34%), 가족 식사(31.8%) 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났다.
계획 임신 인식 확대… 실제 준비는 부족
의식적인 부모 역할과 가족계획에 대한 공감대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2024년 조사에서 응답자의 73.5%는 “출산은 계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임신 전 건강검진과 준비를 꾸준히 한다는 응답은 17%에 불과했다.
생식 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2022년 44.8%에서 2024년 39.5%로 다소 감소했다.
도시 지역에서는 77%가 계획 출산에 찬성해 농촌 지역(67.3%)보다 높은 지지를 보였다. 다만 실제 의료 서비스 이용률은 도시(39.6%)와 농촌(39.2%)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지역별로는 아바이주(99%)와 울리타우주(97.1%)에서 계획 출산 지지율이 가장 높았고, 코스타나이주(87.5%), 악토베주(82%), 알마티(83.7%) 등이 뒤를 이었다.
가계부채·경제난, 가족 갈등의 핵심 요인
높은 가족 만족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히 주요 갈등 요인으로 나타났다.
응답 가구의 20.5%는 “돈 문제가 긴장의 원인”이라고 답했고, 16.4%는 재정 관련 의견 충돌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9.5%는 금전 문제로 공개적 갈등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이 경제적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부모·친척 간섭, 부부 간 가치관 차이, 각종 중독 문제가 가족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갈등의 결과로는 재정난과 부채 증가(46.7%), 공격성 및 폭력(33.1%), 가족 간 신뢰 약화(31.3%), 관계 악화(23.2%) 등이 꼽혔다.
연구진은 남부 및 농촌 지역에서는 대가족 문화와 전통적 가족 구조 영향으로 부모·친척의 간섭 문제가 두드러졌고, 도시 지역에서는 개인 경계와 직장 스트레스, 역할 분담 문제가 더 큰 갈등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절반 이상 “저축 여력 없다”
가계의 재정 취약성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2024년 기준 응답 가구의 50.3%는 “수입이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그쳐 저축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반면 73.7%는 가계 수입과 지출을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응답해 재정 관리에 대한 관심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 규모 역시 상당했다. 전체 가구의 절반가량이 현재 대출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52.4%는 할부 구매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부 가구는 연체 상황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