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나의 한국어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이 글은 한인일보의 현지 독자인 ‘예르잔’씨가 보내온 한글 수필이다.
하늘 나라에서도 푹 주무시길 김선생님…….
햇살 빛이 강한 여름이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가고, 싸늘한 가을의 첫째 달이었다.
한국어를 공부하기 전, 대학교 1학년 때 공학을 전공하면서 한국어를 독학으로 시작한 내가 알마티 카자흐외국어대 한국학과로 편입했던 시절이었다. 한국어를 스스로 인터넷에서 공부하고 온 나는 한국학과에서 “저의 첫 한국어 선생님이 누구일까?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설렌 마음으로 여름을 보냈다.
개강을 학수고대했던 나는 막상 개강 첫날 첫 수업을 앞두고 무척 긴장을 하였다. 한국학과 학생 신분으로서의 한국어 첫 수업이라 떨린 마음으로 학교 교실을 겨우 찾아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갔는데, 아무 사람도 없었다. 빈 교실에 앉아 있으면서 문뜩 생각에 빠져 들었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여자 분들이 내는 웃음 소리가 나자 슬슬 긴장됐다. “어떤 선생님이 올까요 하고 잠시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인사 소리로 한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밝은 미소를 지어 깔끔하게 옷차림을 입으신 그 분은 바로 김 선생님이셨다.
김 선생님과 인연을 맺었던 나는 진심으로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2학년부터 한국어를 가르치시며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셨다. 우리 그룹뿐만 아니라 한국학과 전체를 통솔하고 관리하시는 업무도 열심히 하셨다. 특히 매년 “한국어 교실” 여름 프로젝트 때마다 현장에서 바로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나 작은 빈틈들을 메꾸고 보조하시는 역할을 맡으셨다는 모슴이 아직도 저의 기억속에 생생한다. 우리가 한국어능력시험 잘 보기 위해서 매주마다 테스트를 하신 것, 수업 교실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일 때 우리 학과의 선생님들과 모여, 각 반에 들어가 교실 교칙 및 주의 사항 등에 대해 이야기하신 것,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없는 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시려고 애썼던 것, 등 등의 선생님의 모습이 모든 학생들의 기억에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자기 계발을 어떻게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일 때 선생님이 저를 이끌고 인도해주신 적도 많았었다. 특히, 4학년까지 쉼 없이 달려오며, “내가 가는 이 길은 과연 나에게 맞는 길일까? 라는 망설이는 시간이었을 때 위로와 격리를 선생님께서 찾아 줄 수 있었다. 대학교 다니면서 졸업 후에 가장 먼저 이루어야 할 목표로 계획했던 것은 한국 대학원이었다. 그래서 학업 활동을 열심히 하여 대회도 많이 나갔고, 봉사활도 많이 했다. 대학원에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 많았는데 그때 재수가 없어서 그랬는지 계속 실패만 하고 말았다. 때때로 포기하고 좌절하고 싶을 때도 선생님이 응원하시는 말씀이 힘이 되어 저는 해낼 수 있었다. 대학교 내 올림피아드, 정부 초청 장학생 프로그램, 말하기 대회 같은 등 등 대회 나갔을 때마다 내 편이 되어 주시고, 도전할 자신만마저 잃고 있는 상태였을 때 항상 내 속마음을 들어주셨다.
그러나 작년에 김 선생님이 많이 편잖으시고 이 세상을 떠나셔 버렸다. 아직까지도 믿지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때는 마음이 찢어질 만큼 너무나도 아팠다.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이 정도 힘들지를 세상 몰랐다. 사실은 선생님은 나에게는 선생님보다도 “인생 스승이”가 되었다. 선생님께서 한국어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 공부”를 많이 얻았던 것 같은 느낌도 들기도 한다. 스승과 제자, 선생과 학생, 이런 뜻 깊은 호칭의 뜻을 실제적으로 김 선생님 덕분에 깨달았던 것 같다. 그래도 한국 말 중에 “사람의 삶은 인연으로 시작해서 인연으로 끝난다” 라는 말이 있듯이 선생님이 지금 내 곁에 없어도, 선생님과 보냈던 나날들이 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늘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선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삼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푹 쉬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