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사회‘합계 출산율 3′ 카자흐스탄… 18살 되면 주택·교육자금 준다

‘합계 출산율 3′ 카자흐스탄… 18살 되면 주택·교육자금 준다

올해부터 성년되는 청소년들에게 주택-교육비 지급

원유 수출대금 등으로 운영하는 국부펀드가 재원

신실크로드 지향하는 유라시아 중심국가에 걸맞는 인구 인프라 목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고민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해 낮은 출산율에 따른 인구 감소는 대부분 국가들의 공통적인 고민이다. 이 때문에 각 나라별로 상황에 맞춰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저마다의 정책을 만들어내는데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에서 면적이 아홉 째로 넓은 영토대국이자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이 올해부터 어른 문턱에 접어든 모든 청소년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끈다.

카자흐스탄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이들. 카자흐스탄은 민족적으로는 카자흐인, 종교적으로는 이슬람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다민족-다종교국가로 국가정체성을 내세운다.

   카자흐스탄 전통의상을 입은 젊은이들. 카자흐스탄은 민족적으로는 카자흐인, 종교적으로는 이슬람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다민족-다종교국가로 국가정체성을 내세운다.

에를란 카린 카자흐스탄 국무장관은 최근 수도 아스타나에서 해외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690만명에 이르는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새출발자금(inaugural payments) 지급이 올해부터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6년 1월 이후 태어난 국민 691만9131명 중 올해 18세가 되는 30만4815명에게 1인당 약 100.52 달러의 새출발자금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주택 마련과 교육 등을 용처로 해서 한 사람당 약 14만원이 지급됐고, 앞으로 이런 방식의 지급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일종의 현금복지인 셈이다.

   카자흐탄은 합계출산율이 3이다.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가 세명이라는 뜻이다. 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전국민 새출발자금에 소요될 비용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 방대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될까? 2000년 설립된 카자흐스탄 국부펀드다. 이 펀드를 굴려서 나오는 운용 수익의 절반을 성년이 돼 사회에 진출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의 교육·주택자금으로 쓴다는 구상이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12위의 원유 생산국이면서 크롬·우라늄·금·은·아연 등 희토류와 광물자원 매장량이 풍부한 자원 부국이다. 전체 국내 총생산의 20%, 재정수입의 50%, 수출의 75%가 에너지 부문에서 창출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해외 자본의 투자도 활발하다. 2000년 설립된 카자흐스탄 국부펀드는 원유를 포함한 주요 자원에 대한 판매 수익을 핵심 재원으로 삼는다. 여기서 창출되는 수익의 절반을 ‘어린이 기금(National Fund For Children)’이라는 이름으로 배정한 것이다.

카린 국무장관은 이를 비롯한 카자흐스탄 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국정 개혁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에 이어 2019년 취임한 카심 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정치·사회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에는 어린이 기금을 비롯해 수도인 아스타나와 최대도시 알마티에 24시간 운영하는 도서관 도입 등 어린이와 보육환경과 연관된 내용들이 눈에 띄었다.

   카린 장관은 “나라의 근본정신은 바뀌지 않으면서 법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치개혁을 진행 중”이라며 “그 중에서도 성인이 되는 18세 국민에게 주택·교육 자금을 국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특히 직접 효과가 있는 정책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린 장관은 이 밖에 “토카예프 행정부는 의회 의석수 중 30%의 여성·청년층 할당하고,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 실시했으며, 사형제를 폐지하는 등의 국정 개혁을 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권위주의 색채를 탈피해 서구민주주의로의 전환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부각시킨 것이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국부의 상당부분을 어린이 기금에 할당한 것은, 그만큼 인구 증가를 절실한 국정과제로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째로 넓은 방대한 국토에 비해 적은 인구가 경제 발전의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웃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면적은 6배가 넓지만 인구는 인구(1982만명)은 55%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68%가 카자흐족이고, 73%가 무슬림이지만, 다민족·다종교국가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는다.

<전통의상을 입은 카자흐스탄 남성들. 카자흐스탄 정부는 18세가 되는 모든 국민에게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한 뒤에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인구 감소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은 2021년에 정부 차원의 첫 인구 공식 조사를 실시하는 등 최근 인구 정책 체계화에 주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주요 지역은 과거 실크로드의 루트 및 및 유목민 왕조의 세력권과 겹친다. 이런 지정학적 특징을 활용해 ‘뉴실크로드(New Silk Road)’라는 기치를 내걸고 유라시아중심 국가로 도약한다는 대외 전략을 수립했다. 이런 목표에 다가서기 위해서도 사회간접자본 확충 뿐 아니라 영토크기에 걸맞는 인구 확보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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