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에 남을 2018년 한해를 돌아보며….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올 한해는 그 어느 해보다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의 모국에 더 많은 관심과 주의가 기울여졌던 한해였다. 바로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비핵화를 위한 일련의 회담과 조치들이 숨가쁘게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동포사회는 이 역사적인 사건들을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2018년 한 해에만 세차례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은 우리 동포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우리의 역사적 조국이 더 이상의 반목과 대결이 아닌 화해와 평화 그리고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4.27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약속했던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지상,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의 합의 내용을 이행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북-미 협상’에 달려있음을 우리 고려인 동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만큼 끈기를 가지고 이 과정을 지켜볼 것이고 협력해 나갈 것이다. 다행인 것은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공동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또 이러한 노력들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평화에 한걸음 더 다가선 한반도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카자흐스탄에서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일들이 진행되었다. 무엇보다도 고려인 카자흐스탄 정주 80주년의 해였던 2017년을 잘 마무리하였다. 고려인협회와 동포사회는 이와 관련된 행사들을 성과적으로 치루었고, 더불어 한-카 수교 25주년에 즈음한 각종 행사들도 성황리에 마쳤다.
이런 평가속에서 시작된 2018년도는 알마티고려문화중앙이 주관하는 설날행사를 시작으로 막이 열렸다. 카자흐국립대학교 학생궁전에서 개최된 이 행사에서 신 브로니슬라브 세르게이비치 알마티고려민족문화중앙회장은 “설 명절은 예로부터 가족들이 모여서 쇠는 명절인데 우리도 한 가족처럼 오늘 이 행사장에 모였습니다. 새해에 여러분 모두가 건강하시고 집집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고 말했다.
3월 중순,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만남이 있었다. 바로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만남이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면담을 위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정의장은 알마티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숙소가 아닌 국립공화국 아카데미 고려극장으로 바로 향했고, 이 자리에서 동포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작은 감동을 선사했다. 정 의장은 이후 아스타나로 향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만났는데, “비핵화나 수도이전 결정과 같은 열정이라면 카자흐스탄의 2050년 국가발전계획이 목표로 하는 30대 경제대국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 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좋은 파트너가 되어 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양국의 관계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상태” 라면서 “앞으로는 경제통상 등을 넘어 한국의 IT, 의료분야 등 신기술 분야와의 협력을 바란다” 고 화답했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고려인들이 어려운 시절에 카자흐스탄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카자흐스탄 국민과 정부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것을 잊지않았다.
4월에는 동포사회에 경사가 있었다.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새극장건물을 받았는데, 이를 자축하는 행사가 23일(수), 알마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새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니 류보피 고려극장장은 “알마티 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동포들이 자주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많았던 기존의 고려극장 대신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새로운 극장 건물을 받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면서 “이를 계기로 고려극장이 카자흐스탄의 문화발전과 고려인 동포사회내 민족문화발전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는 통일부와 카자흐국립대, 고려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8 한반도 국제포럼(KGF) 카자흐스탄 회의`가 열렸다. 이 행사는 북한 외교관과 전문가가 발표, 토론에 참석하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전체 국제사회에서도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면서 적극적인 협력 의사를 보이고 있다는 것과 남과 북, 해외동포, 국제사회가 함께 어우러져서 한반도와 아시아가 평화롭게 공동 번영하는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한편, 이 행사에는 남과 북 그리고 고려인이 함께 꾸민 한민족 축제로 이어졌다. 정설향, 리진주, 김설아 등 북측 가수들은 ‘휘바람’, ‘황성옛터’와 함께 고려인동포들이 좋아하는 민요 등을 불렀고 고려인 동포사회를 대표한 고려극장은 화려한 북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이날 무대의 마지막은 한국에서 온 K-POP 그룹 ‘BNF’가 장식했다.
7월에는 동포사회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과 한국에 있는 팬들이 큰 슬픔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카자흐스탄의 피겨영웅 ‘데니스 텐’이 강도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사망하였다. 동포사회는 이 소식을 접하고 큰 충격에 빠졌다. 21일 거행된 데니스의 장례식은 어릴적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꾸었던 ‘발루안샬락’경기장에서 엄수되었는데 수만명의 추모인파가 그를 추모함으로써 단순히 ‘고려인의 영웅’이 아니라 ‘카자흐스탄의 피겨영웅’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이후 동계유니버시아드 경기가 진행되었던 ‘할릭 아레나’에는 데니스 재단이 설립되어 평소 그가 하고자 했던 소망들을 이어가게 되었다.
9월에는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의 주관으로 고려일보 창간 95주년 행사가 개최되었다. 고려극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는 전현직 고려일보 기자, 국내언론사들의 축하사절단을 위시하여 김대식 대사, 김로만 의원 등 많은 하객들이 참석하여 축하를 해주었다. 오후에는 라핫 팔라스 호텔 컨퍼런스룸에서는 ‘국제미디어포럼’이 열렸는데, 고려인의 전통문화와 언어를 보존하는데 큰 역할을 고려일보의 발전 방안을 놓고 우즈벡, 키르기즈, 독일, 한국 등에서 온 전현직 기자들은 격론을 벌였다. 고려일보는 1923년 ‘3월1일’이라는 제호로 창간되었다가 연해주공산당 기관지 ‘선봉’으로 바뀐 뒤, 1938년부터 ‘레닌기치’라는 이름으로 끄즐오르다에서 발행되었다. 1978년 현재의 알마티로 이전해왔고 구소련의 해체와 함께 재정난으로 폐간되었다가 2000년에 고려인협회지로 재발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1월에는 봉오동 전투의 영웅으로 구한말 의병 활동과 일제 강점기 무장독립투쟁의 선봉장 홍범도 장군(1868-1943) 순국 75주기를 맞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25일 추모행사가 열렸다. 마침 2018년은 만주 지역에서 독립군과 일본군이 벌인 최초의 대규모 전투였던 봉오동 전투 전승 99주년을 맞이하는 해인데, 그 전투를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홍범도 장군에게 육군사관학교는 홍범도 장군에게 육사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하여 그 의미가 더했다. (김상욱 한인일보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