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스 여행기 3 – 조지아 / 하나]
카프카스 3개국 중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를 여행하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단순여행정보를 나열한 글은 아니고 필자가 보고 느낀 감상을 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다. 틈틈이 정리해서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이다. (김상욱)
친러와 친서방의 갈림길에 선 나라, 조지아
조지아는 1990년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고 이를 대체하는 독립국가연합(CIS)이 탄생되는 과정에서 독립한 나라이다. 기원전엔 그리스 영토였고 이어서 로마제국과 페르시아 그리고 동로마제국, 셀주크투르크 , 몽골제국, 오스만투르크제국, 이란의 사파비왕조의 지배를 차례로 받다가 19세기 후반에 러시아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러시아인들은 트빌리시를 점령한 후 정교회 성당들을 대대적으로 증축, 보수했는데, 이때 이슬람 사원 상당수가 정교회 성당으로 개조되었다. 그래서 트빌리시는 러시아인들에게 이국적인 고대 기독교 왕국의 도시로 각인되었으며, 푸쉬킨이나 레르몬토프의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됨으로써 더욱 유명해졌다.
조지아에는 세계최대규모의 정교회인 성삼위일체교회가 있고,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전해 준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심장을 쪼이는 형벌을 받았다는 카즈베기산이 있다. 스탈린이 태어난 곳인 이 나라는 역설적이게도 과거 소련시절의 국가명인 ‘그루지아’대신 ‘조지아’로 불러달라고 공식 요청할 만큼 러시아와 멀어지는 대신 서유럽과 가까워질려고 애를 쓰는 국가이기도 하다.
최근 트빌리시에서 일어난 반러 시위소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독립한 지 28년이 되었지만 친러를 할 것인지? 반러(친서방)를 해야 할 건인지를 놓고 아직도 국민여론은 갈리고 있다. 독립 후 조지아가 취한 반러 친서방정책은 러시아와의 대립을 불러왔고, 이는 곧 조지아 경제에 타격으로 돌아왔음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러시아가 조지아의 최대 수출국인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실제로 조지아인들이 러시아 각지에서 일해서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액수가 국내총생산(GDP)의 10%를 넘지만 서방국가들과 경제교류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독립국 조지아를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윤택한 선진국으로 만들고 싶은 것 또한 조지아인들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변화가 온 건 2012년 총선에서 친러 성향의 이바니쉬빌리 총리의 집권하면서 부터이다. 이바니쉬빌리 총리는 기존의 반러친서방정책 대신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를 통해 조지아산 포도주와 광천수, 농산물 등의 대러 수출을 재개했다. 그동안 친서방정책을 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아의 국민경제는 나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서방의 지원 약속도 실효성 있게 집행되지 않았고 그러는 동안 대부분의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음식 여행과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즐기는 트래킹, 해양스포츠 등 뿐만 아니라 문화유적과 스파 등을 한번에 만끽할 수 있는 조지아의 관광업만큼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한국의 모 방송국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식예능프로그램의 첫회분이 조지아에서 촬영되어 방영되자 우리나라 관광객들 또한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다.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물가가 저렴해 ‘조지아에서 한 달 살기’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지아인들은 관광객들에게 매우 친절한데, 영어로 필요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치안 또한 좋고 영어표지판이 있기 때문에 현지어를 모른다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또한 카자흐스탄에서도 이미 널리 애용되는 얀덱스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현지서 심카드를 사서 끼우면 통화와 인터넷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얀덱스 앱을 깔고 현지인들처럼 택시를 잡아 타보자.
수도 트빌리시와 카즈베기산
5세기에 세워진 오래된 도시인 수도 트빌리시는 므트크바리 강을 따라 암벽위에 세워진 도시로써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과거 영어권에는 오스만 제국시절의 지명인 티플리스(Tiflis)로 알려져 있었는데, 인구는 112만 명이 사는 이 트빌리시는 시내 한복판 나리칼라 성 밑에는 유황목욕탕이 있다. 그래서인지 트빌리시는 ‘따뜻하다’라는 어원을 지니고 있다.
트빌리시의 구시가지는 나리칼라 요새, 온천, 오페라하우스, 성삼위일체성당 등을 걸어서 가 볼 수 있다. 이때 구글맵을 이용한다면 도심 주요 관광지를 잘 안내 받을 수 있다. 물론 나리칼라 요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강 맞은 편 평화의 다리 방향으로 이동해도 된다. 수도 트빌리시에서는 도시 야경을 꼭 볼 것을 권한다. 특히, 나리칼라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시내야경은 매우 아름답다.
흔히, 조지아 여행의 하이라이트 또는 여행자를 조지아로 이끈 단 한 장의 사진이 바로 카즈베기산이라고들 한다. 그곳엔 만년설을 배경으로 게르게티 성삼위일체 성당이 그림처럼 서 있기 때문인데, 조지아 관광지를 알리는 홍보물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조지아의 랜드마크라고도 할 수 있다.
카즈베기산은 수도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150km 떨어져 있다. 제우스신 몰래 불을 훔쳐서 인간에게 전해준 대가로 평생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야 하는 벌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한국여행객들 사이에서는 이곳을 가보지 않으면 조지아 여행을 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말이 회자된다. 특히 한국 여행업계에서는 카즈베기의 설산을 볼 수 있는 룸스호텔을 예약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서 마치 여행사의 능력을 평가받는 분위기마저 있을 정도이다.
카즈베기로 가는 길에는 원수지간인 두 집안의 애뜻한 스토리가 있는 아나누리 성채와 조지아와 러시아 친선 파노라마가 있는 우다구리를 보면서 갈 수 있는데, 트빌리시를 출발해서 약 3시간 만에 스테판츠민다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게르게티 성삼위일체성당으로 가는 방법은 오솔길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것과 지프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는데, 오솔길을 트래킹하는 것은 2킬로 남짓으로 2시간 가량 소요된다. 4륜구동차로 갈 경우에는 미리 예약을 하거나, 현장에서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이때 숙소나 스테판츠민다 마을의 가게에서 미리 와인 한병과 치즈를 준비해 갈 것을 권하고 싶다. 게르게티 성삼위일체성당에 도착하여 내부를 둘러보고 난 뒤 조지아 관광홍보사이트에서 본 게르게티수도원 사진을 촬영했음직한 곳까지 최대한 떨어져서 인증샷을 남겨보자. 그리고 프로메테우스가 묶였던 바위산과 성삼위일체성당을 바라보면서 미리 준비한 조지아 와인과 치즈를 꺼내서 미니 피크닉을 즐겨보자. 자리를 깔고 앉아 조지아의 대표적인 와인인 ‘무꾸자니’ 한잔을 한다면 카즈베기의 절경이 모두 내 가슴속으로 들어옴을 느낄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 보길 권한다. …. 여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김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