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오피니언칼럼, 기고[카프카스 여행기 5 – 조지아 / 셋]

[카프카스 여행기 5 – 조지아 / 셋]

카프카스 3개국 중 아르메니아와 조지아를 여행하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은 단순여행정보를 나열한 글은 아니고 필자가 보고 느낀 감상을 적은 지극히 개인적인 글이다. 틈틈이 정리해서 시리즈로 연재할 예정이다. (김상욱)

푸쉬킨 “조지아음식은 시와 같다”

알마티에서 성업중인 조지아식 레스토랑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분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먹어본 양꼬치구이와 달리 카자흐스탄의 양고기 샤슬릭은 정말 맛있다.” 또는 “양고기는 원래 특유의 냄새가 나는 줄 알았는데, 카자흐스탄에서 양고기 샤슬릭을 먹어 본 뒤, 모든 양고기는 냄새가 난다는 통념을 깼다” 등이다. 그리고, 알마티를 방문하는 분들은 시내 어디에서나 먹을 수 있는 샤슬릭의 매력에 푹 빠져들어 샤슬릭의 마니아가 될 뿐만 아니라 ‘샤슬릭’을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요리로써 기억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샤슬릭은 카자흐인들의 대표음식이 아니다. 카자흐인들의 대표음식은 바로 말고기나 양고기를 삶아서 수제비와 같은 밀가루 반죽과 함께 먹는 ‘베스빠르막’이라는 요리이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는 ‘샤슬릭’의 원조는 카프카스지역이다. 특히, 조지아인들이 만드는 샤슬릭은 ‘므쯔바리’라고 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고 카자흐스탄 외에도 구소련지역 전역에서 맛볼 수 있다. 즉, 모스크바에서부터 동쪽 끝 블라디보스톡에 까지 조지아식당들이 성업중이다.
그 만큼 조지아음식이 이 지역에서 차지하는위상은 대단하다. 그래서일까? 일찍이 러시아의 유명한 시인 푸쉬킨은 ‘조지아 음식 하나하나는 마치 시와 같다’고 까지 극찬을 하였다. 특히,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동쪽 관문인 시그나기로 방향을 잡고 길을 떠나보면 길거리에서 무수한 양떼와 멋진 조지아 양치기를 만날 수 있는데, 이들을 피해 잠시 쉬거나 일부러 들러게 되는 와이너리에서 와인 한잔과 함께 먹는 양고기 또는 돼기 고기 숯불구이 즉, ‘므쯔바리’ 맛은 그 어디에도 비유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말 그대로 환상의 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가수 심수봉씨가 부른 <백만송이 장미>의 실제 모델인 조지아의 화가 ‘삐라스마니’의 이름을 딴 와인 한잔과 양고기 ‘므쯔바리’ 를 드셔보길 권한다. 조지아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지아인들은 ‘므쯔바리’는 포도나무 가지를 태운 숯으로 구워야 제 맛이 난다고 하는데, 이는 마치 카자흐인들이 샤슬릭은 사막에서 자라는 삭사울 나무로 구워야 제 맛이 난다고 하는 논리와 같다. 포도나무 숯불에 굽던지, 아니면 삭사울 숯불에 굽던지 간에 사실, 맛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보다 신선한 고기와 적당한 온도의 숯불 그리고 셰프의 손맛과 정성 등이 어우려진 결과이겠지만, 조지아인들은 유독 포도나무 숯불로 구워야 함을 고집한다.
문득, 20여년 전, 키르키스스탄을 처음 방문했을 때 석탄에 양고기를 구워 파는 샤슬릭 식당 주인이 양고기는 석탄에 구워야 최고의 맛이라고 했던 것이나 모스크바를 처음 여행했을 때 돼지고기 샤슬릭은 자작나무 숯에 구워야 제맛이 난다고 했던 모스코비치(모스크바시민)의 말이 기억났다. 사람들의 입맛이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과 자신들이 어릴 때부터 먹어왔던 그 입맛과 레시피 그리고 요리 조건 등을 최고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조지아 여행을 통해 재확인 할 수 있었다.

‘므쯔바리’다음으로 조지아를 대표하는 음식은 ‘하차푸리’라고 하는 조지아식 피자 또는 피자의 원형이라고 불리는 빵요리이다. 화덕에 구운 빵을 여기서는 ‘푸리’라고 하는데, 이 빵에다 치즈나 계란 등을 얹어서 맛을 더했다.이 ‘하차푸리’가 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건너가서 좀 더 다양한 재료가 얹어지면서 지금의 피자가 되었다는 말도 있다. 알마티에도 ‘하차푸리’를 맛있게 하는 집들이 참 많은 편인데, 조지아에서 먹어본 정통 ‘하차푸리’는 빵과 치즈가 오묘하게 결합된, 이 하나로 한끼 식사를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맛있는 종합영양음식임을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조지아의 대표적인 음식은 우리네 만두와 비슷한 ‘힝칼리’ 가 있다. 얇고 쫄깃한 식감의 만두피에 익숙해 있는 우리네 입맛에는 이 힝칼리의 두꺼운 만두피가 약간 거슬릴 수 있다. 내용물은 우리보다는 압도적으로 고기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 피가 두꺼운 만큼 속이 터지지 않아서 고기육즙을 생생히 맛보면서 먹을 수 있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 한반도가 만두의 동방 한계선이라고 한다면 조지아는 바로 만두의 서방한계선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흑해 넘어 동유럽이나 서유럽에서는 이러한 만두형태의 음식을 즐기는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르츠헬라>

조지아에는 ‘조지아의 스니커즈’라고 불리는 유명한 간식도 있다. 바로 포도즙을 굳히고 그 안에 호두와 같은 견과류를 넣어 만든 간식도 있는데, 조지아를 여행하면서 자주 보게 되는 거리나 가게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바로 ‘추르츠헬라’이다. 호두나 견과류를 실에 꿰어 농축시킨 포도주스와 전분으로 한 반죽으로 돌돌 말아 말린 저장음식이다. 색깔이나 울퉁불퉁 한 모습이 독특하여 모양새는 조금 그렇지만 씹는 식감이 쫄깃하고 씹을수록 포도의 향과 호두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진다. 포도와 호두가 흔한 조지아의 환경이 반영된 음식이고 와인의 안주로도 자 어울린다.
이외에도 튀긴 닭을 전통 토기에 담고, 그 위에 다진 마늘, 물, 우유를 끓여 골고루 부어 오븐에서 살짝 조리한 마늘을 사용한 닭요리인 ‘시크메룰리’, 쌀, 쇠고기, 살구 열매로 만든 퓌레와 잘게 다진 견과류를 넣어 만든 조지아의 전통 스프인 ‘하쵸’도 맛보길 권한다.

조지아의 전설에 의하면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저녁을 먹다가 카프카스산맥의 높은 봉우리에 걸려 넘어져서 그 음식이 쏟아진 곳이 조지아라고 한다. 그만큼 조지아 음식이 맛있다는 것인데, 트빌리시내에서 먹어본 조지아 음식이나 와인으로 유명한 텔라비나 시그나기로 가는 길에 식당을 겸하고 있는 와이너리에서 맛본 조지아음식은 또 먹고 싶고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맛있다.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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