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연과 도시 등 우리 국토에 대한 기본 지식도 알아야…”
최근 알마티한국교육원장으로 부임한 김태환원장. 그의 한국어 교육에 대한 첫 일성은 ‘한국어교육은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것과 함께 우리 국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한반도에 대한 기초적인 지리지식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이해했고, 이는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한국어교육관이기도 해서 즉각 공감이 갔다.
사실, 1991년 구소련권 최초의 한국교육원이 알마티에 개원되고 초대 신계철 원장부터 최근 이임한 남현우 원장까지 수많은 교육원장을 인터뷰해본 나로써는 ‘한반도에 대한 기초적인 지리지식’ 이라는 말을 언급한 김태환원장의 발언은 역대 교육원장으로부터 들어본 적이 없는 매우 신선한 것이었다. 지리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후 전공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지리 교과서까지 집필한 그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터였겠지만…
반면, 그는 교육원의 운영에 있어서는 설립취지에 맞게 기본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포들의 민족 정체성 확립을 돕고 한국문화를 전하는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한국어수강생들에게는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고려인이나 카자흐 학생들에게 한반도 지도를 펼쳐보이고 서울이 어디에 있는지 독도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을 때 머뭇거리지 않고 가리킬 수 있도록 교육하겠다는 김태환 원장.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쯤엔 카자흐스탄에 대한 책을 한권을 쓰고 싶다는 김원장을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 회의실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의 인터뷰 전문이다.
ㅇ. 알마티교육원장으로 부임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마티에 오신지 달포 정도 지나서 이제는 시내가 어느 정도는 눈에 들어오실 텐데요, 처음 도착했을 때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알마티 풍경중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눈덮힌 천산이었습니다. 너무 아름답고 감동이었습니다. 제가 첫날 묵었던 호텔에서 바라 본 여명의 천산은 정말 멋지더군요. 시차적응이 안되어서 그런지 한국 시간에 맞춰 눈이 떠져서 일찍 일어났거든요. 그 다음날 시내를 다니는데 거리는 예뻤지만 말이 안 통하고 매연 섞인 공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지금은 날씨가 너무 좋아져서 또다른 새로운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ㅇ. 카자흐스탄 동포사회에서 차지하는 교육원의 역할은 크고 막중합니다. 알마티교육원의 역할과 목표 혹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방향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알마티한국교육원은 민족 정체성 교육과 활동을 지원하고 한국어 보급 및 유학생 유치활동 등을 위하여 설치한 공공기관입니다. 설립취지에 따라 고려인들이 민족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하고,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한국의 역사나 문화 그리고 우리 국토인 한반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도 힘을 쏟겠습니다. 저는 교육원이 한국어학원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고 느꼈는데, 교육원이 어학원 역할 뿐만 아니라 정체성과 문화교육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볼려고 합니다.
둘째는 카자흐스탄의 젊은이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친구들이 한국어를 배운 후의 비젼을 제시해주고 싶습니다. 단순히 K-POP이나 K-DRAMA, K-MOVIE 등의 유행에 치우치기 보다는 한국어를 획득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ㅇ. 저도 원장님의 생각에 적극 동감합니다. 26년 전, 제가 KOICA 파견으로 카자흐스탄에 처음 왔을 때부터 10여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절감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모국어로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완벽한 한국어 구사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는 과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포 차세대들에게는 한국어와 함께 우리의 역사와 문화, 지리 등을 함께 가르침으로써 그들의 가슴속에 민족정체성의 씨앗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는 한국어가 서툴더라고 가슴속에 자신이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학생이고, B는 그 반대의 경우라고 할 때 저는 B보다 A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A학생은 최상급의 언어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키울 수 있는 반면 B학생은 쉽지 않다는 걸 여러 번 경험해 봤었습니다.
제 말이 길었는데요, 다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교육원은 교실과 실내체육관, 대강당과 숙소까지 갖춘 종합교육원입니다. 97년 현재의 교육원 건물로 이전 한 후 우리 동포들은 이 시설들을 잘 활용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고려극장이 잠시 오갈 때가 없었을 당시 교육원 대강당은 고려극장이 되어줌으로써 우리말 연극의 맥이 끊이지 않게 했고, 2002년 월드컵때에는 교민합동응원을 할 수 있었으며, 삼일절 행사 뿐만 아니라 인민배우 김림마 선생이 동포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전통 춤사위를 가르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카자흐스탄 동포사회 활성화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같은 교육원의 시설물과 공간에 대한 원장님 나름의 활용/운영 원칙이 있으시다면?
“일단은 코로나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공간을 놀리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코로나 상황때문에 어쩔 수가 없지만 이런 위기상황이 지나고 나면 한국어 교육을 매개로 동포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여야 되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과 재외동포지원이라는 취지에 맞는다면 적극적으로 장소를 제공할 것이구요 다만, 너무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깐 안전상의 문제나 부식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 계속 보완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 및 관리상 필요한 최소한의 실비를 제외하고는 거의 무상으로 장소를 제공할 내부 방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빨리 코로나 상황이 끝나서 한국교육원이라는 공간이 텅빈 의미없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 있고 활기찬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희망합니다.”
ㅇ. 현지의 한국어 열기는 매우 뜨겁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있는 여러 한글학교를 더 활성화시키기 위한 계획이나 교재지원 계획은?
“교육원에 들어와 있는 알토랑 한글학교와 고려 주말한글학교 그리고 각 지역에 있는 한글학교들의 모임인 한글학교협의회 등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어 봤습니다. 저는 먼저 자생적으로 생긴 한글학교가 알차게 운영되고 있는데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였습니다. 교육부나 국립국제교육원, 재외동포재단 등과 연계해서 한글 교재를 만들고 업데이트를 하고 있거든요. 이미 30여개 한글학교에 필요한 교재 신청을 받은 상태이고, 대략 1000여권 정도의 교재를 이들 학교에 우편발송을 시작했고요, 교재 보급을 통한 교육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올해가 교육원 개원 30주년인데 한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어린 학생들과 함께 이벤트도 개최할 예정입니다.
ㅇ. 어떤 계기로 중앙아시아에 관심을 가지셨는지요?
“저는 지리교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지리교육으로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고 한국의 중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지리교과서도 집필하였습니다. 우리 알마티한국교육원 도서관에 가면 고등학교 세계지리교과서가 딱 한권 있더라구요. 보니깐 제가 쓴 거예요. 저도 그 책을 안가지고 있는데, 알마티에 와서 제가 썼던 교과서를 보게 된 거죠.
지리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쳤기 때문에 한국의 역사문화도 중요하지만 고려인 학생들이나 카자흐 학생들이 한반도 지도를 펼쳐놓고 바로 서울이 어디에 있고, 독도는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우리 국토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한국 자연, 한국의 도시 그리고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려주고 싶고, 제가 3년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쯤엔 꼭 책 한권을 쓰고 싶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지역에 대한 다양하고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한국에 알리고 동시에 한국의 자연과 도시와 사람에 대한 얘기를 여기에 알리고 싶습니다.”
ㅇ. 끝으로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운동이나 건강관리 비결 하나 소개해주시다면?
“제가 처음 도착해서 주위분들로부터 운동은 뭘하냐? 는 질문을 자주 받았습니다. 아마도 질문하신 분들은 골프를 하느냐는 뜻으로 질문하신 것 같은데, 저는 족구를 좋아합니다. 한국에 있을 때 교육부 족구 동아리 회장을 맡았었어요. 아직 이사짐이 안들어오긴 했지만 그 속에는 저의 족구화가 실려있답니다. 그런데 여기는 족구하는 분들이 없더라구요. 족구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서 주변이 정돈되고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우리 동포와 교민들, 공공기관 직원들과 족구를 같이 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현재는 코로나 상황이라서 건강과 안전이 가장 우선이구요, 그런 것들이 안정화되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하고 싶습니다.”
ㅇ.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 김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