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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의 불가피성

북한 노동당 5차 전원회의 결과와 북한의 대외전략

성기영(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6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진행되었던 북한 노동당 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는 하반기 북한의 대외전략의 방향을 추정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북한은 김정은 집권 10년을 거치면서 과거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 모델에서 벗어나 당 공식기구의 기능을 꾸준히 증대하면서 국내외 정책방향을 결정하고 대외적으로 공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 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외전략에 관한 한 ‘원칙적 문제와 전략전술 방향이 논의되었다’고 소개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개최했었던 4차 전원회의와도 비슷한 양상이다. 북한은 좀처럼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제난 속에서 당 정치행사의 초점을 경제 회복과 당 기강 확보, 민심 이반 방지 등에 맞추는 대신, 대외전략 공개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10년차를 넘어선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북한이 보여주었던 일련의 외교행태를 바탕으로 추정해볼 때 북한은 하반기에도 대미 강경노선과 대남 적대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말 4차 전원회의에서 ‘북남관계와 대외사업’이라고 언급했던 부분을 ‘대적(對敵)투쟁과 대외사업’으로 수정한 대목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2년 전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대남사업부서 총화를 주도하며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선언한 이후 처음으로 남북관계에 ‘대적’개념을 대입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측에서 북한에 대한 주적 개념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한 대응과도 맞물려 하반기 남북관계는 더 큰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 강경노선은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되어온 것이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 각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유엔 특별총회 대러 규탄 결의안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고 북러 고위급 교류도 재개했다. 북중관계 또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북한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공개한 이후 한미 정부는 물론 국제기구 등에서도 의약품 및 백신 지원 의사 등을 밝혔지만 북한은 일체 응답하지 않은 채 중국으로부터만 의약품과 방역 물자를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북중 간 철로 수송이 중단된 상태에서 고려항공 수송기를 보내 중국으로부터 긴급 방역물품 제공을 수용한 것은 북한 내 코로나 확산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의 대중 의존도 역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 간에 주고받은 각종 친서 및 구두 메시지 등에 서 ‘새로운 정세 하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국면에서 북중 밀착을 통해 양국의 전략적 이익을 확보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등 주요 계기마다 북한이 대미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 또는 러시아를 거들고 있는 것은 북중, 북러관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대미외교에서의 레버리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적 판단의 결과물로 보인다.  

동북아시아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재현은 냉전형 대결 지속과 외교의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 전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냉전형 대립구도는 북한의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 등 군비증강에 명분만을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동맹 강화 전략과 이에 맞선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감싸기, 그리고 이러한 구도를 통해 체제 생존의 내구성을 높이려는 북한의 계산법으로 인해 바람직하지 못한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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