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도시 곳곳서 전승절 기념행사 개최
(알마티=연합뉴스) 김상욱 통신원 = 소련이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의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념하는 전승절을 맞아 카자흐스탄 도시 곳곳에서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최대도시 알마티에서는 9일(현지시간) 예르볼라트 도사예프 알마티시장과 의원, 참전노병, 소수민족 대표들의 ‘영원의 불꽃’ 재단 헌화를 시작으로 군 퍼레이드, 기념콘서트, 2차대전참전 차량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특히, 전몰용사와 무명 희생자들을 기리는 ‘영원의 불꽃’ 재단에는 헌화하기 위해 나온 시민들로 아침부터 붐볐다.
카자흐스탄은 2차 대전 당시 소련의 일부였기 때문에 나치 독일 군대가 소련 영토를 침공한 순간부터 전쟁에 참전했다.
카자흐인 부대는 1941년 모스크바 전투와 레닌그라드방어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1942년 여름,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최전선에서 싸워 전공을 세웠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소련의 유럽지역이 나치독일에 점령되자 군수산업에 필요한 광물의 생산지로서 뿐만 아니라 이전해온 군수공장과 문화예술단체들로 공업과 문화 수준이 크게 발전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CIS국가 정상들과 함께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전승절 기념행사에 모두 참석했다.
9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에는 옛 소련권인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 국가 정상이 모두 참석했다.
또 다른 옛 소련권 국가인 벨라루스와 아르메니아에서도 각각 대통령과 총리가 모스크바를 찾았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을 전승절 행사에 잇달아 초청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한 지난해에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초대받은 해외 정상이 한명도 없었다.
주빈 자격으로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해외 정상들 가운데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전날 대규모 사절단과 함께 모스크바에 미리 도착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군사 분야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뒤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정상은 성명에서 국제 테러 조직의 무장 공격 등으로부터 키르기스스탄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키르기스스탄 군대를 강화하고 이 지역에 있는 러시아 군사시설을 확충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올해 안에 키르기스스탄을 공식 방문해 달라는 자파로프 대통령 제의도 수락했다.
러시아 정치학자인 알렉산드르 코브린스키는 러시아 시사주간지 ‘아르구멘티 이 팍티'(논증과 사실)와 인터뷰에서 미국·유럽의 압력에도 옛 소련권 국가 정상들이 전승절 행사에 대거 참석한 것에 대해 “러시아의 동맹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중립을 지키는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모스크바를 찾은 것을 두고는 “가까운 이웃과 친척이 좋지 않은 상황에 있으면 마음으로라도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중앙아시아 5개 국가 정상의 이번 방문이 조만간 중국에서 열릴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은 회의 기간인 오는 16~20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각각 양자 회담을 열 예정이다.
카자흐스탄 유라시아 모니터링 연구센터 소속 역사학자 타이시야 마르몬토바는 “해외 정상들의 열병식 참석은 우리가 공동의 역사를 기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세계에서 기억의 정치는 우리가 통일성을 느끼는 데 도움을 주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옛 소련 사람들에게 5월 9일은 매우 중요한 공휴일 가운데 하나로 남아있으며 많은 독립국가연합(CIS·옛 소련권 국가 모임) 회원국은 이날을 기념해야 할 성스러운 날로 여긴다”고 언급하며 이날 모스크바를 찾은 해외 정상들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