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년 새해 동포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존경하는 고려일보 독자 여러분! 카자흐스탄에 같이 생활하시는 동포 여러분! 을사년 새해를 맞아 인사를 올립니다. 지난 해 이룩하신 많은 일들 축하드리며 올해에는 하시는 모든 사업들에 더욱 큰 성공과 보람이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12월 고국에서 발생한 비상계엄사태로 인해 동포 여러분들은 그 어느때 보다 혼란스러운 연말을 보낸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위대했습니다. 전세계는 이들이 보여준 평화적이고 아름다운 시민의식과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민주주의에 경탄을 마지 않았습니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비상계엄사태였지만 이를 거부하고 정상화시켜나가는 과정(지금도 진행중인)을 통해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K-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88년 전, 연해주에 살던 우리 동포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되는 고난에도 불구하고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실로써 이 땅에서 찬란한 영광과 성취를 이루어낸 고려인의 역사와 맥이 닿는다고 하겠습니다. 고려인들은 이주 직후 낯선 환경과 가혹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논밭을 일구고 학교를 다시 열었습니다. 불과 몇 년 뒤 황무지를 옥토로 바꿨을 뿐만 아니라 키가 6미터가 넘는 옥수수를 재배해 내고 시르다리야 강물을 끌어들여 만든 논에서는 일반적인 평균 벼 생산량의 3~4배에 달하는 벼수확을 기록해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국제사회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이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고려인 꼴호즈를 방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쌀의 나라 베트남의 호치민 전주석마저 고려인 꼴호즈의 벼 생산현장을 방문했을 정도였습니다. 푸른 뱀의 해인 2025년에는 국내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공식화되어 버린 신냉전체제는 올해에도 더 강화되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되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 2.0 시대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곧 나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안타깝게도 양 진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최전선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모국인 한반도가 그러하고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 지역도 양 진영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전선입니다. 정말, 30여년 전 소련의 해체와 세계화의 물결속에서 자유로운 하늘길과 뱃길, 철길을 통해 사람과 물건이 마음껏 오가던 그 시절이 그립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유리사아 대륙의 동서를 이어주던 물류는 곳곳에 생긴 장벽으로 인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중앙아시아는 동서물류의 교차로 대신 유라시아 대륙 깊숙히 위치한 오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동포사회는 2007년 서브프라임사태와 연이은 세계금융위기,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한 미국의 대러제재 여파로 발생한 카자흐스탄의 경제침체 등을 잘 극복해 왔습니다. 우리에게는 산업화와 찬란한 민주화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든든한 모국이 있고 동시에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젊고 의욕적인 카자흐스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가올 고난도 잘 헤쳐나갈 것이고 밝은 미래를 열어나갈 것입니다. 끝으로, 동포 여러분들과 함께 광복 80주년과 카자흐스탄 민족회의 창립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자 합니다. 더불어, 독자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고 큰 성취 있으시길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한인일보 주필 김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