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알마티고려문화원장
카자흐스탄 한국어교육 현황
카자흐스탄에는 중, 고등 과정에서 한국어를 정규 과목으로 채택해서 가르치는 학교가 있고, 비정규 과목으로 가르치는 일반 학교도 있다. 과학영재를 양성하는 국립 ‘나자르바예프 영재학교’는 전자에 해당되고 일주일에 2시간씩 수업을 하고 있다.
1991년에 문을 연 알마티한국교육원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진행된다. 2024년의 경우 한국교육원 수강생 수는 3천200 명이다. 또한 전국에 25개의 한글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이중에서 가장 운영이 잘 된다고 평가받는 꾸나예프 한글학교는 주로 초,중, 고등 과정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고려인 동포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글학교에서는 우리말과 함께 건강 강좌와 수지침 강의, 한국사 등도 함께 가르치고 있다.
한국어 사설 학원도 성업 중인데, 단기간에 한국어 능력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한 이들이 주요 수강생들이다. 한국어과 졸업생이 원장으로서 직접 운영하는 학원을 비롯해 100여개의 학원이 운영 중이다.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운영이 잘 되고 있다고 평가받는 꾸나예프 한글학교 학생들이 사물놀이 팀을 구성해서 공연을 하고 있다. 2024. 12월 2일>
마지막으로, 현지 대학의 한국어과에서 이루어지는 한국어 교육이 있다. 구 소련의 개혁개방정책이 시작되던 80년대 후반기, 모국어 재생 운동을 강력하게 펼쳤던 박일, 정상진 선생 등에 의해 알마티국립사범대학교에 한국어 과가 개설된 것이 시초이다. 필자는 한국정부에서 이 대학에 파견한 최초의 한국인 교수로서 북에서 파견된 교수님들과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과를 운영하였다. 현재는 북에서 파견된 교수님들은 모두 철수했고 학과의 이름도 조선어과가 아닌 한국어과로 바뀌었다. 당시, 이분들은 카자흐 정부에 모국어 재생을 위해 한국어 교원 양성의 필요성을 호소한 끝에 학과 개설 허가를 받아 낸 것이었다.
이후 카자흐스탄국립대학교와 연해주 원동사범대학의 후신인 끄즐오르다 국립대학교, 고려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딸띄꾸르간 뿐만 아니라 수도 아스타나의 나자르바예프대학, 유라시아국립대학에도 한국어과가 개설되어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이들 중 세종학당으로 지정되어 한국 정부로부터 일부 지원을 받고 있는 학과도 있다.
고려인의 위상과 한국어 열기
카자흐스탄은 1991년, 소련 해체로 인해 탄생한 신생 독립국이다. ‘카자흐’는 “자유로운 사람” 이라는 뜻을 가진 튀르크어 로써, 카자흐스탄은 자유를 사랑하는 유목민 후예들의 나라이다. 카자흐스탄은 130여개 이상의 다양한 민족들이 사는 다민족 국가이고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민족간 화합과 관용을 추구해 왔다
카자흐스탄에는 현재 약12만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다. 4만여 명의 고려인이 사는 알마티는 카자흐스탄 내 최대 고려인 거주지 일뿐 아니라 도시의 랜드마크인 공화국 궁전, 카자흐스탄 호텔, 소년 궁전은 물론이고 천산산맥의 산사태로부터 이 도시를 지키는 메데우 댐도 고려인 건축가가 설계하고 건설 했다.
카자흐스탄 끄즐오르다에는 홍범도 기념공원과 홍범도 거리가 조성되어 있고, 전국에 걸쳐 고려인의 이름을 딴 거리가 32 개 있으며, 아티라우 지역의 유전과 잠빌 지역의 경기장의 명칭도 저명한 고려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매년 포브스 지가 발표한 2024년 카자흐스탄 자산가 순위를 보면, 고려인 김 베체슬라브 카스피 은행 회장이 1위, 김 블라지미르 카작므스 회장이 4위에 올랐다. 이어 오 에두아르드, 강 세르게이, 채 야콥, 김 에두아르드 테크노돔 회장 등이 13위, 31위, 38위, 43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가히 카자흐스탄은 고려인의 나라라고 말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카자흐스탄의 주 언어는 카자흐어 이지만, 3개 국어를 사용하는 젊은 세대의 수가 늘고 있다. 카자흐어는 조상들의 언어로 여겨지며 생활속에서는 러시아어가 많이 사용되는 편이지만, 영어와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어는 K-팝, K-드라마와 함께 현지2030세대를 중심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고려인들의 위상이 높고 한국어 열풍이 일고 있는 카자흐스탄에서는 시민들이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또 하나의 랭귀지 로써의 한국어 교육이 잘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고려인 차세대들에게 민족 정체성을 유지, 신장시켜주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