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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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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인의 세계관… 초원이 만든 사고 방식

김상욱 알마티 고려문화원장/본지 주필

카자흐스탄을 이해하는 데 가장 어려운 지점은 제도나 정책보다 훨씬 깊은 곳,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같은 사건을 보면서도 왜 이렇게 다른 선택을 하는지, 왜 때로는 모호해 보이는 태도를 유지하는지, 왜 매사에 서두르지 않는지 묻다 보면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카자흐인은 어떤 세계를 살아왔는가.

  그들의 세계는 초원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 계절에 따라 이동해야 하는 삶, 고정된 중심이 없는 공간이다. 초원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사고의 틀을 만든 환경이다. 이곳에서 세계는 선이 아니라 흐름으로 인식된다. 경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소유보다 관계가 중요해진다.

  초원의 삶은 빠른 결정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급한 결정이 위험하다. 자연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고 무리한 선택은 공동체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카자흐인의 사고방식에는 기다림과 관찰이 깊이 배어 있다. 판단은 즉각적으로 내려지기보다 충분히 숙성된 뒤에 이루어진다.

  이 태도는 오늘날 정치와 외교에서도 반복된다. 카자흐스탄이 급진적인 선택을 피하고 모호해 보일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결단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초원에서 형성된 위험 관리의 본능에 가깝다. 빨리 가는 것보다 오래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는 감각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관계 중심성이다. 초원에서는 혼자 살아남기 어렵다. 이동과 생존은 언제나 공동체의 문제였고 관계는 자산이었다. 그래서 카자흐 사회에서는 법이나 계약보다 체면과 신뢰가 오랫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말은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일차적 역할 외에도 관계를 유지하는 장치였다. 이 문화는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 공식적인 규칙이 존재함에도 실제 결정은 비공식적 합의와 조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는 이를 비효율로 보기도 하지만 내부에서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 정면충돌보다 우회와 조정이 선호되는 이유이다.

  자유에 대한 감각 역시 독특하다. 카자흐인의 자유는 개인주의적 자유와는 다르다. 그것은 속박되지 않을 자유, 다시 말해 선택의 여지를 남겨 두는 상태에 가깝다. 특정한 틀에 완전히 묶이지 않는 것,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

을 유지하는 것, 이 자유관은 국가의 외교 전략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종교와 전통을 대하는 태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슬람은 카자흐인의 정체성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배타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신앙은 공동체의 일부로 작용하면서도 국가 운영의 절대 기준은 아니다.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유연함이 필요했고 이 유연성은 종교적 실천에서도 유지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사고방식이 젊은 세대에게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시화와 글로벌 문화 가운데 카자흐 사회에는 여전히 느슨한 공동체 의식과 관계의 언어가 살아 있다. 형태는 바뀌었지만 리듬은 남아 있다.

  물론 변화도 분명하다. 젊은 카자흐인들은 더 빠르고 직접적이며 세계화된 감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초원의 기억과 글로벌 도시의 언어 사이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 과정은 갈등을 낳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나라가 정체되지 않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은 그래서 결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이 나라는 언제나 중간 상태에 있다. 전통과 현대, 초원과 도시, 자율과 국가, 동양과 서양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외부에서는 이 중간성이 모호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호함이야말로 이 나라가 오랫동안 살아남아 온 방식이다. 카자흐인의 세계관은 승리를 위한 사고가 아니다. 그들은 지속을 위하여 사고한다. 빠른 도약보다 긴 호흡을, 손쉬운 해답보다 조정 가능한 선택을 선호하는 태도. 이 태도는 앞으로도 카자흐스탄의 선택을 규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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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matykim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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