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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20]

[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20]

토카예프 대통령의 분신… 알라타우 신도시

김상욱 알마티 고려문화원장/본지 주필

알마티에서 북쪽으로 차를 몰고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도시가 끝나고 거대한 평원이 펼쳐진다.

  멀리 자일리 알라타우 산맥의 설산이 보이고, 코나예프와 캅차가이 호수로 이어지는 고속도로 주변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광활한 초원이 이어진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정부는 바로 그 땅 위에 미래 도시를 세우고 있다. 이름은 알라타우 신도시(Alatau City).

  단순한 주거 신도시가 아니라 공항과 철도, 물류단지와 산업단지, IT 산업과 교육기관, 금융과 관광 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거대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다.

  어떤 사람들은 이 도시를 두고 “토카예프 대통령의 분신 같은 도시”라고 말한다. 그만큼 이 프로젝트는 현재 카자흐스탄 정부가 그리고 있는 미래 국가 전략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카자흐스탄은 독립 이후 여러 차례 도시를 통해 국가의 미래를 바꾸려 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수도 이전이다.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긴 것은 단순한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가 공간 구조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국가 프로젝트였다. 북부 초원 한가운데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고 정치·행정 중심을 이전함으로써 국가 균형 발전과 북부 지역 개발을 동시에 추진했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은 “왜 아무것도 없는 초원에 수도를 옮기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금의 아스타나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현대적인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되었고, 수도 이전은 결과적으로 카자흐스탄 국가 건설의 상징적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알라타우 신도시 프로젝트를 이해하려면 먼저 약 20년 전 추진되었던 G4 시티 프로젝트를 이야기해야 한다.

  당시 국제유가 급등으로 카자흐스탄 경제에 막대한 오일달러가 유입되던 시기였다. 카자흐스탄 정부와 개발 세력은 알마티 주변에 새로운 미래형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Gate City, Golden City, Green City, Growing City의 머리글자를 따서 G4 시티라고 불렀다.

  알마티 주변에 산업도시와 주거도시를 동시에 조성하고 중앙아시아의 새로운 경제 중심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5월 19일 신도시 알라타우에서 카자흐스탄 및 중앙아시아 최초의 에어택시(eVTOL) 시험 비행이 진행됐다.>

당시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고려인 출신 사업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채유리 전 상원의원이었다.

그는 카자흐스탄 경제 성장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도시 개발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오래 호황을 유지하지 못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국제유가가 흔들렸고, 투자 환경 역시 급변했다.

결국 G4 시티 프로젝트는 초기 구상만큼 크게 진행되지 못했다. 완전히 실패한 프로젝트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경험은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단순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산업과 물류, 금융과 교육, 첨단 기술과 일자리가 함께 존재해야 도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교훈 위에서 다시 등장한 프로젝트가 알라타우 신도시다.

알라타우는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구상하는 새로운 경제 구조의 실험장에 가깝다. 이곳에는 물류단지와 산업단지, IT 산업 클러스터, 교육기관, 관광 인프라, 금융 기능이 동시에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국제 물류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 도시가 되겠다는 전략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최근 카자흐스탄 현지 언론은 의회 양원 합동회의에서 “알라타우시 특별 지위 부여 법안”이 1차 심의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알라타우를 국가 전략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래형 교통 시스템인 에어택시(UAM) 도입 계획도 공개되었다. 카자흐스탄 정부와 관련 기업들은 알라타우와 알마티를 연결하는 도심항공교통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5월, 알라타우에서는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 최초의 에어택시 시험 비행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고려일보는 이 시험 비행을 “미래 교통 시대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시험 비행은 Alatau Advance Air Group(AAAG)이 주관했으며, 행사장에는 정부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에서 공개된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는 조종사 1명과 승객 5명 등 총 6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최고 시속은 약 320km에 달했다. 배터리 한 번 충전으로 약 160km를 비행할 수 있는 미래형 항공 이동 수단이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전망대에서 시험 비행 장면을 직접 지켜보았다. 기체는 수 초 만에 수직 상승한 뒤 정해진 항로를 따라 부드럽게 비행했고, 조종은 지상에서 원격으로 이루어졌다. 기존 비행기처럼 긴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고, 작은 공간만 있으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현재 알라타우에서는 알마티–코나예프 고속도로 인근에 카자흐스탄 최초의 버티포트(Vertiport)와 UAM 센터 건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알마티 도심과 메데우 같은 산악 관광지까지 연결하는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AAAG의 허가이 세르게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카자흐스탄에서 UAM 발전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4년 한국 방문 당시 처음 도심항공교통 기술을 접했고, 이후 미국·중국·싱가포르·일본·UAE 등의 사례를 연구해 카자흐스탄 도입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술 수입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자체 산업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 인프라와 IT 시스템, 항공 관제 플랫폼, 드론 물류 시스템까지 포함한 새로운 산업 자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에어택시뿐 아니라 무인 배송 드론 시연도 함께 진행되었다. 중국과 미국 기업들이 참여한 드론 배송 시스템은 물품을 자동 보관함에 배송하거나 공중에서 줄을 내려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까지 공개했다. 고려인협회 채유리 회장이 직접 첫 주문 고객 역할을 맡아 드론 배송 시연에 참여한 장면도 화제가 되었다.

알라타우 프로젝트를 보면 카자흐스탄이 단순히 새로운 도시를 짓는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 자체를 설계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도시 개발과는 상당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과거 도시 개발이 부동산 중심이었다면, 알라타우는 물류·교통·디지털 기술·항공 모빌리티·친환경 에너지까지 결합한 미래형 도시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물류 네트워크다. 카자흐스탄은 이미 누르졸(Nurly Zhol) 프로젝트를 통해 전국적인 도로와 철도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중국에서 출발한 화물열차가 카자흐스탄을 지나 러시아와 유럽으로 향하는 철도 물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카스피해를 거쳐 아제르바이잔과 터키를 연결하는 중간회랑(Middle Corridor)의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이제 카자흐스탄은 단순히 “길”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길 위에 물류도시와 산업도시를 세우고 있다.

알라타우는 바로 그 전략의 핵심에 있는 도시다. 드라이포트와 물류센터, 산업단지와 자유경제구역이 결합된 이 도시는 중국과 유럽 사이를 연결하는 거대한 경제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채유리 회장은 알라타우를 “동서 회랑을 연결하는 교통·물류 허브이자 스마트시티와 친환경 기술이 결합된 혁신 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도시가 간소화된 세금 및 관세 제도를 갖춘 자유경제구역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카자흐스탄의 국가 발전 방식이다. 많은 나라에서는 산업이 먼저 성장하고 그 결과 도시가 커진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반대로 도시를 먼저 만들고 산업과 기업을 끌어들이는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아스타나가 그랬고, 여러 산업 도시가 그랬다.

알라타우 역시 그런 흐름 속에 있다. 먼저 거대한 인프라와 도시를 만들고, 그 위에 산업과 사람과 자본을 모으는 방식이다.

이러한 흐름을 보면 카자흐스탄의 국가 전략이 하나의 긴 이야기처럼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스타나 건설과 수도 이전, 누르졸 프로젝트를 통한 도로·철도 인프라 구축, 그리고 알라타우 신도시 건설까지 모두 하나의 거대한 국가 공간 재편 전략 속에 연결되어 있다. 각각의 프로젝트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움직이는 톱니바퀴와 같다.

물론 알라타우는 아직 완성된 도시가 아니다. 지금도 상당 부분은 거대한 공사 현장에 가깝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 프로젝트를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도시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알마티 외곽의 광활한 평원 위에 새로운 도시가 세워지고, 그 도시가 공항과 철도와 물류와 산업과 미래 교통 시스템을 연결하는 중심지가 된다면 카자흐스탄 경제 구조 역시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스타나는 나자르바예프의 도시이고, 알라타우는 토카예프의 도시가 될 것이다.”

그 말이 맞을지 틀릴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카자흐스탄이 또다시 도시를 통해 국가의 미래를 바꾸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원 위에 새로운 도시를 세우고, 그 도시를 통해 경제 구조를 바꾸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세계 각국의 기업과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나라.

카자흐스탄은 지금도 여전히 미래를 건설하고 있는 나라다. 그리고 알라타우 신도시는 그 미래 지도의 한가운데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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