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AI 기반 국가를 향해
김상욱 알마티 고려문화원장/본지 주필
카자흐스탄을 이해하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이 나라를 ‘자원의 나라’로 규정하는 것이다. 광활한 초원과 그 아래 묻힌 석유와 가스, 그리고 다양한 광물 자원은 오랫동안 카자흐스탄 경제를 지탱해온 핵심 기반이었다.
실제로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은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오늘날 이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이제 카자흐스탄은 더 이상 자원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모델을 구축하려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산업 정책의 전환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생존 전략에 가까운 선택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과 자원 의존 경제의 구조적 한계는 카자흐스탄으로 하여금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저유가 시대의 장기화는 기존 성장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 전환과 혁신 경제였다.
이 흐름 속에서 카자흐스탄 정부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디지털 전략을 국가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2018년 시작된 ‘디지털 카자흐스탄’ 프로그램은 그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현재는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2029년까지 이어질 새로운 디지털 전환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이 전략의 핵심에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국가 경쟁력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디지털 개발・혁신 및 항공우주부를 이끌고 있는 자슬란 마디예프 장관은 이러한 방향성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목표는 단순한 디지털화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디지털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는 특히 IT 서비스의 국내 비중을 80%까지 확대하고, 전자정부와 사이버보안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다.
이러한 목표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국가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마디예프 장관은 인터뷰에서 “AI는 카자흐스탄의 디지털 전환의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은 국가 AI 플랫폼 구축, 대규모 언어 모델 개발, 공공 서비스 AI 도입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KazLLM으로 불리는 국가 언어 모델은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디지털 자립을 상징하는 시도다.
또한 공공 영역에서의 AI 활용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가족 지도’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가구의 복지 상태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몇 분 안에 복지 상태 변화의 주요 요인을 도출하는 이 시스템은 행정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처럼 AI는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국가 운영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마디예프 장관은 인터뷰에서 “인적 자본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 아래 카자흐스탄은 향후 5년간 100만 명에게 AI 기초 교육을 제공하는 ‘AI 무브먼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10만 명의 IT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Tech Orda’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 전략이다.
이러한 국가 전략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벤처 펀드 오브 펀드 이니셔티브는 그 상징적인 사례다.
초기 1억 3천만 달러 규모로 출범한 이 펀드는 궁극적으로 10억 달러까지 확대될 예정이며, 이는 중앙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벤처 투자 플랫폼이다.
이 펀드의 목적은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카자흐스탄으로 끌어들여, 국내 스타트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이는 곧 카자흐스탄 경제가 내부 중심 구조에서 글로벌 연결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아스타나가 있다. 이 도시는 이제 단순한 수도를 넘어 중앙아시아의 디지털 허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아스타나 허브는 카자흐스탄 혁신 생태계의 핵심 플랫폼이다. 현재 1,500개 이상의 기업과 스타트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인큐베이션과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마디예프 장관은 아스타나 허브를 “카자흐스탄 혁신 생태계의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이곳에서는 구글과 협력한 ‘실크웨이 액셀러레이터’, AI 창업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 전역에 18개의 IT 허브가 구축되면서, 혁신이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IT 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수십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86개국에 5억 달러 이상의 IT 서비스를 수출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단적인 사례다. 그리고 정부는 2026년까지 10억 달러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진출 역시 눈에 띈다.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카자흐스탄 스타트업들은 현지 시장을 경험하고, 제품을 현지화하며,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Beep, Acro, Parqour, Flowsell, Cybernet 등 다양한 기업들이 그 사례다. 특히 한국의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 참여한 GoDays는 상위권에 오르며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카자흐스탄 스타트업이 더 이상 지역적 한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들은 중앙아시아라는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다. 카자흐스탄은 ‘디지털 실크로드’라는 개념 아래,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데이터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카스피해 해저 광케이블, 위성통신 프로젝트,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등은 이러한 전략의 핵심 요소다.
특히 스타링크와 아마존 카이퍼 프로젝트와의 협력은 카자흐스탄의 통신 인프라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카자흐스탄은 국제 협력을 통해 기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은행과의 협력,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와의 파트너십, 해외 혁신 허브 설립 등은 카자흐스탄을 글로벌 혁신 네트워크의 일부로 편입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경제 정책을 넘어 사회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은 행정 효율성을 높이고,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며,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의 근본적인 향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기술 산업에서 여성 참여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TECHNOWOMEN, Tech Girls, She Commerce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인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혁신 생태계의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을 종합해 보면, 카자흐스탄은 단순히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국가를 넘어, 혁신을 국가 정체성으로 삼으려는 국가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디예프 장관이 언급한 ‘생성적 국가(Generative Nation)’라는 개념은 이러한 방향성을 잘 보여준다. 이는 기술과 인간의 창의성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혁신을 만들어내는 국가를 의미한다.
물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투자 생태계의 깊이, 글로벌 경쟁력, 규제 환경의 안정성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방향성과 속도다. 카자흐스탄은 분명히 과거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고, 그 변화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초원의 나라에서 디지털 혁신 국가로. 카자흐스탄은 지금 거대한 전환의 길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스타트업이 있다.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유라시아 혁신의 중심으로 나아가려는 이 나라의 도전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20] [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20]](https://haninnews.info/wp-content/uploads/2026/05/image-13-385x300.png)
![[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19] [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19]](https://haninnews.info/wp-content/uploads/2026/05/image-3-385x300.png)
![[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18]](https://haninnews.info/wp-content/uploads/2026/05/image-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