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의 심장 그리고 통일시대를 맞이하는 세계인
이 짧은 글을 작성하고 있는 본인은 공학자이며, 더욱 전문적으로 말하자면 구조공학자(Structural Engineer)이다. 소위 공학박사이고, 다른 말로 대학교수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전공은 건물, 철도 및 교량과 같은 일반 건축물 및 사회기반시설의 설계와 관련되어 있으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구조물의 안전을 책임진다. 지난 약 3년간의 소중한 시간을 이곳 유라시아의 심장이고 유라시아의 거인인 카자흐스탄에서 보내면서 나의 이상과 사고의 방식이 조금은 성숙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바야흐로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인으로써 건설분야 엔지니어의 작은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박사공부를 마치고, 미국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뒤에 한국에서 연구교수로 열정을 불사르고 있었다. 아직 가야 할 길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2017년 5월 낯설고 미처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직장을 잡기 위하여 인천공항에서도 가장 구석진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도착지는 머나먼 땅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당시는 누르술탄이 아니라 아스타나였고, 우리로 치면 “수도 또는 한양”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최고의 대학중 하나인 나자르바예프 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에서 교수가 되었다. 이국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도시적이면서도 웅장하지만 이질적인 투박함, 그리고 도시를 벗어나면 펼쳐지는 넓은 초원의 땅 그래서 이곳은 독특한 곳이다. 세계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지만 간판에 적힌 키릴문자가 낯설고, 넓은 땅과 다인종의 물결 속에서 이들의 서구적이면서도 동양적인 독특함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많은 이곳의 학생들을 포함하여 많은 카작 사람들이 나를 두고 종종 “카작 사람같이 생겼다” 라고 한다. 이곳은 과거 소비에트 및 유럽의 영향 뿐만 아니라 동양적인 색채 역시 강하다.
이곳에 오기전에 다큐 3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한국의 건설회사가 이심강의 기적(우리의 한강의 기적과 비슷하지 않은가?)을 쓰고 있다는 영상을 보았다. 또한 한국문화의 물결인 한류가 있고, 고려인이 사는 곳, 오늘과 내일이 다르게 발전하는 그곳에서 3년을 보낸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카자흐스탄은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이유는 건설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산유국이다.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의 높은 교육열이 있다. 그리고 유목민의 진취성이 있다. 한편, 과거 소비에트 문화가 여전히 혼재되어 있으며, 가끔은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나름의 인간미가 있고, 의리와 친구를 중시하며, 자존심을 목숨으로 여기는 것 같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기업이 있는 곳 그리고 통일시대의 초원길이 지나는 곳이 여기 카자흐스탄이다.
고려인에 대하여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많은 고려인들이 성공적인 오늘을 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몇 세대에 지나며 우리말은 잊혀졌고, 언어의 장벽은 다시 문화적 장벽을 만들었다. 성공한 이가 적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을 위한 우리의 배려는 너무나 초라하다. 대학의 근무하는 사람으로써 많은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충분한 배려와 고려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교육을 통해 미래의 동반자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은 한국의 뿌리는 가지고 있어 우리에게 긍적적인 자산이 될 것이 분명하다. 우연히 본 다큐에서 몇몇 고려인들이 러시아를 횡단하여 북한을 지나는 긴 여정을 통해 남한에 도착했다. 감동적이다. 그러나 그날의 감동은 짧았고, 잊혀졌다. 이제 다시금 그들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우리 미래의 동반자로써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해 본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단일민족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과거에서 부터 변방에 살지만 세계인이었고, 지금은 생존을 위하여 반드시 세계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통일시대를 생각해 본다. 젊은이들에게 진취성을 강조하여 이야기하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에 다른 한쪽 면은 비무장지대(DMZ)에 가로 막힌 섬나라인 것 같다. 밖을 보지 못하고 안쪽에서 싸우는 우리들이다. 그리고 우리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의 젊은이들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생각이 갇혀있을 가능성이 높고, 혁신은 힘들기만 하다. 우리는 승자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명한 “길”이 필요하다. 통일은 당장어렵지만 교통과 물류의 연결은 어찌 보면 쉬울 수 있다. 소위 윈-윈 (Win-Win) 게임이라 말하고 싶다. 중국차지하도라도 러시아, 몽골 모두 철길로 연결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럽이 코앞이다. 물류이동은 바닷길뿐만 아니라 제2의 비단길로 불릴 만한 값어치 있는 기찻길이 될 것이며, 나아가 고속도로가 될 수 있다. 혹시 한국에서 아시안 하이웨이(Asian Highway)를 달려본 적이 있는가? 테헤란로를 지나가 본적이 있는가?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재미교포 화가인 한 지인께서는 아래와 같은 그림을 그렸다. 그림의 제목은 기차로 런던까지…(Train to London) 언제쯤 가능할까? 이런 날이 온다면 꼭 그날이 온다면 건설인으로써 역사의 한부분에 서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이런 미래가 온다면 이곳 카자흐스탄은 물류의 요충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에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가 있다면 우리는 유라시아를 관통하는 아시안 하이웨이와 유라시아 횡단열차와 합쳐지는 기찻길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유럽(런던)까지 안정적인 수출길이 열릴 것이며, 유럽이라는 거대시장과 더욱 가지를 쳐서 함께 중동까지도 도전해 볼만 할 것이다. 미국은 태평양을 건너 있지만 가까운 나라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견제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절호의 찬스는 지금 여기 있지 않은가? 묻고 싶다.
소위 공대사람이라 두서없는 글을 용서해 주시길 바라며, 이 글이 한인일보에 실릴쯤이면 이미 나는 한국에 있을 것 같다. 이 짮은 칼럼을 통해 일일이 찾아뵐 수 없는 송구함을 표하고자 한다. 지난 3년간 아스타나(현 누르술탄)에서 도움주신 나의 동료 교수님들과 제자들 그리고 많은 한인분들께 감사드리고, 언젠가 먼 미래에 유라시아의 중심에서 외친 나의 작은 목소리가 이들의 발전과 번영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Linda Hyong, “The Train to London,”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