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한국교육원 개원 3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
구소련지역에는 모스크바를 비롯해서, 타쉬켄트, 비쉬켁, 사할린 과 알마티 등지에 한국교육원이 개원되어 우리말과 우리문화를 가르치면서 한국어와 한류 확산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중에서 가장 먼저 개원한 한국교육원은 어디일까? 정답은 바로 알마티한국교육원이고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1년에 소련권 최초로 개원되었다. 현재는 우리나라가 세계 각지에 개원한 교육원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면서 동시에 종합교육원으로써 위상을 가지고 있다.
2021년 올해로써 개원 30주년을 맞이한 교육원은 당시 고려인 동포사회가 원했던 ‘모국어 재생’과 ‘전통문화의 보존과 고유 풍습의 계승’을 도움으로써 민족 정체성 확립을 돕고 한국문화를 전하는 기능에 충실하였다. 더불어, 매년 크게 늘고 있는 한국어수강생들에게는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본지는 ‘알마티한국교육원’ 개원 30주년을 기념하여 교육원의 지난 30년의 역사를 뒤돌아 보면서 새로운 30년을 전망해보고자 김태환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ㅇ. 먼저, 알마티한국교육원의 개원 3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30주년을 맞이하신 감회가 궁금합니다 ?
“카자흐스탄이 구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에 알마티한국교육원이 함께 개원하여 30년이 흘렀습니다. 카자흐스탄과 함께 해온 지난 30년을 되돌아보면서 동시에 함께 나아갈 향후 30년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ㅇ. 부임하신 지 1년이 다가오고 있는데, 교육원의 현황과 올해 이룬 성과 그리고 30년 동안 카자흐스탄에서 어떤 역할과 기능을 수행했다고 생각하시는지?
“코로나로 인해 올해 한국어 강의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봄과 가을학기에 총 3000명 정도의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알마티한국교육원은 한국어 보급 뿐만 아니라 한국을 알라기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해왔으며, 한국 대학에서 공부할 유학생을 선발, 지원해왔습니다.”
ㅇ.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속에서 교육원이 어떻게 교육을 하고 있으며 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국어 학습과 문화체험은 비대면 상황에서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한국어 수업과 각종 문화행사는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에 익숙한 젊은 친구들에게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알마티에 살고 있지 않은 학생들이 온라인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더 많이 접하고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원 30주년 기념행사 기간에 한국어 말하기 및 글쓰기 대회를 비롯하여 K-POP 댄스 및 홍보 동영상 공모전, 한국어 발전 방안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를 온라인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ㅇ. 지난 30년간 한국어 수강생이 얼마나 늘었으며 앞으로 (코로나가 약화되면) 교육원에서 어떤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고 계시는지?
“1991년에 알마티한국교육원이 개원하면서 작은 강의실에 10여명이 모여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연간 3000명이 한국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수백 배가 넘는 한국어 학습자가 현재 한국교육원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방역 상황이 나아지면, 그동안 온라인으로 운영되어 온 한국어 강좌를 오프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고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화 행사를 교육원 대강당에서 개최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ㅇ. 교육원은 한류확산의 근거지이기도 한데, 카자흐스탄 한류에 대해서 소개해 주십시오.
“한국에 대해 알고 싶고, 한국에 가고 싶고,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음악과 드라마, 영화, 음식,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이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카자흐스탄에 퍼져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난 9월에 개최된 한국유학박람회에 온오프라인으로 1100여명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카자흐스탄에서 한류의 파도는 앞으로 더욱 거세어 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ㅇ. 알마티교육원장으로 오시게 된 동기와 개인적인 포부 또는 계획?
“대한민국의 교육부는 교육의 국제교류와 재외동포교육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육부에 근무하면서 최근의 한류 분위기를 계기로 삼아 한-카 교류를 증진하고 양국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한국교육원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이곳에서 한국을 알리고 동시에 한국에 카자흐스탄을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ㅇ. 카자흐스탄에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것을 한국에서 이미 알고 계셨는지?
“일제강점기 연해주에 살고 있던 한인들이 강제이주를 통해 이곳에 정착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고려인들이 한국에 많이 이주하여 광주, 안산, 진천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들이 모국의 성장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높아진 국격 만큼이나 고려인들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ㅇ. 알마티에 상주하시는 과정에 고려인들, 카자흐인들에 대한 인상이 어떠한지?
“ 제가 개인적으로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기대 이상으로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고려인들의 역량과 위상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재계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및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고려인들의 이름을 보고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고려인의 인구 비율이 카자흐스탄의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각 분야에서 두각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때 매우 뿌듯함을 느낍니다. 아울러, 카자흐인들은 친절하고 성실하며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적응력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국인들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기에 너무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ㅇ. 교육원에서 한글을 배운 후에 한국에 가서 학업을 계속하여 한국어를 소유한 젊은이들이 주로 어떤 분야에서 근무 하는지?
“알마티한국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으로 유학을 간 학생들은 주로 이공계로 진학하여 IT분야 엔지니어 및 과학, 기술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경영, 경제,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에 취업하여 한-카 경제교류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재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ㅇ 끝으로 동포사회에 한마디 해주십시오.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이주과정은 아픔의 역사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자리잡고 뿌리내리고 장엄한 숲을 이룬 지금의 모습은 한민족의 또 다른 새로운 역사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려인을 중심으로 형성된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의 한민족 네트워크는 모국의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결합하여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인터뷰 및 정리 : 김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