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한테 쫓기지만 말고 먼저 잡자”… 홍범도 기습공격, 청산리 대첩 일궜다
이동순 시인 ‘민족의 장군 홍범도’
순국 80주기 맞아 일대기 출간
대한독립군과 일본군의 결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1920년 10월 어느 날 백두산 부근 산악지대 청산리 근처. 대한독립군을 포함한 연합부대가 모여 긴급 작전회의를 연다. 이전까지는 방어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상황. 부대 지휘를 총괄했던 홍범도 장군(1868∼1943)은 “청산리 부근의 유리한 지세를 이용해 적의 선두부대를 기습 공격하자”고 제안한다. 결국 그의 주장이 채택됐고, 독립군은 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한다.
홍 장군 순국 80주기를 맞아 이동순 시인(73)이 1일 출간하는 ‘민족의 장군 홍범도’(한길사)의 한 대목이다. 1982년부터 홍 장군과 관련된 사료를 모아 온 이 시인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41년 만에 마침내 홍 장군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은 이 책을 그의 묘소에 바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840쪽에 이르는 이 책은 홍 장군의 출생부터 1943년 10월 25일 카자흐스탄에서 눈을 감기까지의 일생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일대기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 시인은 할아버지인 독립지사 이명균 선생(1863∼1923)의 삶을 전해 들으며 “언젠가 조부처럼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들의 삶을 문학으로 엮어보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목한 인물이 바로 홍 장군. 이 시인은 “홍 장군이 한국 독립운동사에 남긴 족적을 제대로 조명하는 것이 일생의 목표였다”고 했다.
이 시인은 ‘홍범도 일지’(홍 장군이 카자흐스탄에 살아 있을 때 고려극장 소속 극작가가 기록한 구술 채록집)에 드러난 홍 장군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2003년 민족서사시 ‘홍범도’ 1∼10권을 펴내기도 했다. 이후 20년 만에 산문으로 홍 장군의 생애를 다시 써내려간 이유에 대해 “단순 사실의 조합은 생애를 평면화하기 쉽다. 홍 장군의 생애를 소설적 상상력으로 입체화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이어 “홍 장군에 대한 새로운 사료들이 추가로 밝혀진다면 얼마든지 새롭게 써내려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1920년 청산리 전투 이후 연해주에 살던 홍 장군은 1937년 스탈린의 한인 강제이주 정책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생을 마감했다.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 공동묘지에 안치돼 있던 홍 장군의 유해는 순국 78주년인 2021년 광복절 고국으로 돌아와 현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치돼 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