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생협력의 파트너, 카자흐스탄을 가다
류창수 전라북도 국제관계대사
지난달 17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시(市) 중심부에 위치한 고려극장에서 대한민국 전통 음악이 울려 퍼졌다. 전북 전통 공연단이 알마티시를 찾아 판소리와 해금 연주 등의 공연을 펼쳤는데, 연세가 지긋하신 고려인들은 귀에 익은 민요 가락을 따라 부르며 깊은 감회와 향수에 젖었다.
고려극장 엘레나 김 극장장은 “카자흐스탄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어 이러한 한국 전통 공연을 통해 고려인들의 위상이 올라갈 뿐 아니라 젊은 고려인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일깨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며 우리 공연단에 고마움을 표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1937년 국권을 잃고 강제 이주를 감내해야 했던 암울한 역사 속에서도 민족 특유의 끈기와 성실함으로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해 왔다. 현지에서 존경받는 소수민족으로 성장한 고려인들은 한국과 정서적 문화적으로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양국 간 교류를 강화해 가는데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해오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대륙 중앙에 위치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안보와 물류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고, 우리의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초강대국 간 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신시장 개척이 긴요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앙아시아는 대한민국의 미래 신흥 시장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우리나라와 65억불 규모의 교역량을 기록한 중앙아시아 최대 교역국이다. 우리나라의 대(對)카자흐스탄 누적 투자액은 41억불에 이르며 양국의 경제 협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중앙아시아 진출을 위한 전라북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김관영 지사는 올해 5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주(州) 마랏 일로시조비치 지사 방한을 계기로 양지역간 교류 협정 의향서를 체결했다. 전북기업의 카자흐스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일로시조비치 지사는 우리지역 농생명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전북 방문 첫 일정으로 김제 스마트팜혁신밸리를 찾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카자흐스탄의 넓은 토지와 농업분야 성장 가능성이 자리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한반도의 12배나 되는 넓은 국토(세계 9위)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농생명산업 수도’인 전북의 농생명 과학 기술을 광활한 카자흐스탄 농지에 접목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로시조비치 지사는 필자에게 현재 추진 중인 코나예프 신도시 개발 계획 건축 모형을 직접 제시하면서 새만금과 연계된 상생 발전 가능성을 언급했고, 우리 건설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전라북도는 오는 10월 열리는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와 11월 ‘전북-카자흐스탄 경제통상 포럼’에 카자흐스탄 기업인들을 초청해 수출 상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실질적이고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협력체계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 밖에도 올해 12월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카자흐스탄 청년작가전’이 개최되어 문화적 교류도 이어간다. 나아가 탄소, 수소,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분야와 에너지, 자원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상생발전 가능성을 모색해나갈 것이다.
우리 고려인 동포들의 강제 이주 당시 화롯불과 따뜻한 음식으로 정을 나누었던 카자흐스탄은 이제 우리의 경제개발 경험과 문화를 공유하는 상생협력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양국의 밝은 미래를 개척하는데 우리 전북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