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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의 어머니, 천산산맥 트레킹

한텡그리와 침불락을 품은 천산산맥

제주도의 3.5 천산산맥의 진주이식쿨 호수

해발 3천미터 송쿨호수에서 보는 은하수

천산산맥

    인류사의 변화와 발전을 추동한 유목민들은 초지를 찾아 수평과 수직이동을 해왔다. 계절에 따라 수평이동을 하면서 유목을 하는 대표적인 민족은 몽골 고원을 무대로 가축을 키우는 몽골인이고, 수직이동을 하며 유목을 하는 이들로는 천산산맥의 해발 4~5천 미터까지 오르내리면서 유목을 하는 카자흐, 키르기즈인들을 꼽을 수 있다.

 천산산맥의 고봉들은 중앙아시아의 건조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만년설을 간직하면서 여름이면 주변지역으로 생명의 물을 녹여 내림으로써 실크로드 카라반의 목을 적혀주었다. 실로, 천산산맥은 중앙아시아 한가운데 우뚝 솟아올라 동서양을 나누는 경계선이자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동서양을 연결하던 실크로드를 탄생시킨 어머니라 부를 수 있다.

천산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내린 물줄기는 계곡을 따라 강이 되어 중앙아시아 초원을 적시면서 말을 살찌우고 양과 소를 키워낸 것이다. 그래서 천산산맥은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본향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신실크로드 세번째 기행은 바로 이 천산산맥의 품속으로 걸어서 들어가보는 ‘천산산맥 트레킹’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해볼려고 한다.  

   길을 나서기에 앞서 구글 맵에 들어가서 위성보기를 누른 후 중앙아시아를 보면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해발 5~7천 미터급의 고봉들이 있는 천산산맥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에 연해 있는 천산산맥은 그 서쪽 끝자락이 우즈베키스탄에 까지 이르는 고봉준령의 연속이다.  최고봉은 해발 7천439m의 포베다봉(승리봉)이고 두번째가 예로부터 숭배의 대상이었던 한 텡그리(7천10m)봉이다.

  특히 한텡그리에 대해서는 그 어원이 우리말의 ‘크다’는 의미의 한, 그리고 단군을 뜻하는 당굴이어서 우리 민족의 발원지라는 주장도 있다.   높은 곳은 만년설로 덮여 있고 호수가 많아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알려져 있다. 사실 천산산맥은 알프스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커서 여름이 되면 유럽의 여행자, 트레커들이 즐겨 찾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의 여행자와 트레커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텡그리

  백두산이 한민족의 성산이듯이 한 텡그리는 카자흐민족의 성산이다. 그래서 한 텡그리는 카자흐어로 ‘영(靈)의 왕’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천산산맥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한 텡그리는 7천10m의 고봉으로 인근의 포베다(승리봉)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항공사인 에어 아스타나의 사보 제호가 한 텡그리일 정도로 이 산은 카자흐인의 정신적 고향이지만, 막상 그 위치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이 접경한 곳이어서 한 텡그리의 북쪽 경사면은 카자흐스탄, 남쪽은 키르기스스탄의 지경내에 있다. 그래서 한 텡그리의 등정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양쪽에서 다 가능하다.

  카자흐스탄쪽 베이스캠프는 알마티에서 약 280km 떨어진 곳에 있는 해발 2천200m 고지에 있는데, 알마티에서 차량으로 5시간 정도 걸린다. 다만 워낙 고지대이고 여름이 짧아 매년 베이스캠프는  7~9월까지만 개장을 한다.

  한텡그리는 베이스캠프로부터 약95km떨어진 곳에 있어 도보 등정을 하려면 3일 이상이 걸린다. 그래서 전문 산악인들은 헬리콥터로 해발 4천m의 북 이닐첵 빙하까지 이동하여 거기서부터 등정을 시작한다. 두 곳을 연결하는 수송 수단인 헬리콥터는 20인승의 키르기스스탄 공군 소속 군용기(MI-8)이다. 카자흐스탄 영토인 베이스캠프에서 키르기스군용기가 떠서 양국 공동영토인 한 텡그리까지 알피니스트들을 수송하는 것이니 한텡그리는 두 이웃 국가간 국제협력에도 한몫을 하는 셈이다.

  해발 4천m에 위한 제2베이스캠프는 약300m 두께의 빙하 위에 있고 여름에도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곳이다. 여름에는 표면의 눈이 녹아 암석층이 나타나서 캠프로서 제 역할이 가능하지만 9월 말이면 다시 결빙되어 동면에 들어가는 곳이다.

  일반인들도 제2베이스캠프까지 헬리콥터로 갈 수 있는데 기후의 변화가 심한 곳이라 운이 종아야 예정대로 다녀올 수 있다. 우리나라 산악인들도 한 텡그리에 1년에 몇 차례씩 도전을 하고 있고 1996년, 2004년에 조난사고가 있었다.

에베레스트보다는 훨씬 낮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손때가 덜 묻은 한텡그리는 에베레스트 원정을 앞두고 마지막 실전 훈련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동시에 트레킹을 즐기는 일반인들의 휴식 공간으로써 우리와도 친숙해지고 있다.

천산산맥 트레킹의 축소판  ‘침불락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중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천산산맥의 웅장한 모습을 맛보고 싶다면 ‘침불락’으로 가 보길 권한다. 이곳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개발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다양한 천산산맥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알마티 시민들의 사계절 휴식처이기도 한 침불락(러시아어 발음)은 카자흐어로 ‘쉼'(산봉우리)과 ‘불락'(샘, 근원)의 합성어로 ‘산봉우리에 있는 샘’이라는 뜻이다. 침불락을 가기 위해서는 알마티 도심에서 천산산맥 속으로 자동차로 3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메데우에서 출발하는 곤돌라를 이용하면 된다.

  메데우는 지주, 기둥이라는 카자흐어인데,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빙상경기장이 있고, 80년대 우리나라의 배기태선수가 금메달을 딴 곳이다. 도심에서 메데우로 가는 길가에는 우리나라 경기도 북부지역에서 볼 수 있는 대전차 장애물과 같은 구조물을 볼 수 있다. 겨우내 천산산맥에 내린 눈이 봄과 여름에 녹아내려 일어나는 산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설치한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의 끝판왕이 바로 메데우 댐인데, 70년대 건설부 차관을 지낸 고려인 허가이 알렉세이가 건설했다고 한다.

  그는 카자흐스탄 최대의 댐 공사에 특이한 공법을 사용하여 세계 각국의 토목 공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해발2천미터 산속에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자재를 실은 공사 차량 진입이 여의치 않고 진흙이 흘러내리는 악조건에서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속에서 그는 협곡 좌우에 있는 높은 산을 폭파시켜 산에서 쏟아져 내린 흙과 돌로 100m 높이의 댐을 축조한 공법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공법을 보기 위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와 일본, 유네스코에서 견학을 오고 모스크바에서 전문가들이 찾아오는 등 한동안 허가이 알렉세이의 명성이 드높아진 적이 있다고 전해지며 이 공로로 허가이는 국가 공로훈장을 받았다.

  침불락은 본래 스키장으로 개발된 지역으로 1940년대 말 영국인들이 해발 2천 200m에 위치한 침불락이 스키장으로서 적합한 요건을 갖추고 있음을 발견했고, 소련 시기인1954년에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스키장이 개장됐다. 침불락 스키장 주변에는 숙박시설과 식당 및 사우나 등을 갖춘 16개의 코티지와 108개 객실과 식당, 가케 및 나이트클럽을 갖춘 호텔이 영업중에 있다.

2011년 알마티 아스타나 동계아시안게임을 치루면서 침불락과 메데우는 더욱 현대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메데우(해발 1600)에서 출발해서 두 번 만 갈아타면 해발 3천200m의 ‘탈가르 패스’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곤돌라가 운행되고 있다.  

  해발 3천 200m에서 빙하를 보면서 천산의 정기를 받고 내려올 때는 곤돌라 2단계(2850)에 오픈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 볼 것을 권한다.  박스형의 곤돌라와는 달리 깨끗한 천산의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스키어용 오픈 리프트는 발아래 닿을 듯한 침엽수림 사이를 통과하면서 곳곳에 남이 있는 잔설 위를 지나간다.  

  이식쿨 호수 

  천산산맥의 산중 호수 중 가장 크다.   이식쿨 호수의 중심 도시 촐판아타에는 트레킹에 지친 심신을 쉴 수 있는 넓은 모래사장과 다양한 리조트와 펜션이 잘 준비되어 있다. 이식쿨 호수를 가기 위해서는 중앙아시아의 항공 허브인 알마티공항에서 차량을 이용해서 가 보길 권한다.   이식쿨 호수까지 약 6시간이 소요되는 자동차 여행은 천산산맥을 북에서 남쪽으로 넘어감으로써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차량으로 알마티에서 이식쿨호수까지 가는 길은 두가지가 있는데, 알마티를 출발해서 동쪽으로 달려서 케겐 국경 검문소를 지나서 가는 방법이 있고, 알마티에서 서쪽으로 3시간 정도를 달려서 도착하는 쿠르다이 국경 검문소를 통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케겐국경 검문소를 통과해서 가는 걸 더 권하고 싶다. 왜냐면, 알마티를 출발한 지 2시간 정도 만에 푸른 초원 대신 불모지와 같은 반사막의 스텝 끝에 작은 그랜드 케년이라고 불리우는 차른 케년을 볼 수 있고, 또 다시 1시간을 달리면 다시 푸른 초원과 설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케겐 국경 검문소 해발 2천미터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한여름의 짧은 소나기만 지나가도 기온이 급강하한다. 카르카라 계곡내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곳은 한텡그리로 향햐는 헬리콥터 이착륙장이 있고 모든 풀들이 말라버리는 스텝지역과는 달리 한여름에도 푸릇푸릇한 야생화들이 많아서 꿀벌을 키우는 러시아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꿀은 알타이산 꿀과 함께 최고 품질의 꿀로 인정받는데, 국경검문소를 통과해서 이식쿨로 가는 길가에는 이들이 가판대에 꿀을 놓고 팔기도 한다.

  이식쿨은  현지어로 ‘뜨거운 호수’라는 뜻인데, 암염이 녹아 형성된 염수호로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호수물의 염도는 바닷물보다는 훨씬 낮지만 식용이나 농업관개에는 적당치 않고 초대형의 송어가 산다고 한다.

  해발 1천600m에 위치해 있고 제주도의 약 3.5배 크기이다.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700m에 달하고 수질이 깨끗해 수심 20m까지가 그대로 보일 정도로 깨끗한 이곳은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서 돌아온 뒤 휴양을 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시절, 이식쿨 호수 주변이 해발 4천m를 웃도는 산악지대이고 수질이 염수인 점에 착안, 미국의 첩모 정찰기를 피하고 바다와 유사한 환경에서 실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잠수함을 띄워 어뢰발사실험을 한 곳이라고도 한다.

  소설가 아아트마토프의 작품 ‘하얀배’로 더 잘 알려지게 된 이 호수를 찾는 이들의 80%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이다. 그래서 알마티에서 천산산맥을 관통하여 이식쿨 호수로 바로 가는 약 100km의 관광도로를 건설하는 계획이 추진되었고 2009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그 도로는 완공되지 않고 있다.

  만약 완공된다면, 북 천산의 대표도시이자 카자흐스탄의 제1도시인 알마티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반 만에 이식쿨 호수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알마티에서 걸어서 천산산맥을 북에서 남으로 종단해서 이식쿨 호수로 갈 수도 있다.  현지인 알피니스트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3박4일 동안 트레킹해야 하는데, 한여름에도 눈보라를 맞을 수 있어서 단단히 준비를 해서 떠난다면 색다른 추억으로 가득찬 ‘인생 트레킹’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송쿨호수

  이번 기행의 화룡점정은 바로 천산산맥 속 해발 3천16미터에 위치하고 있는 송쿨호수이다. 이 호수를 찾는 이들은 한결같이 “해발 3천미터의 고산에 이렇게 넓은 초지와 맑고 아름다운 호수가 자리할 수 있는가?”라며 탄성을 질러댄다.  송쿨호수로 가는 도중에 보게 되는 낙타와 반사막의 풍광과는 전혀 대비되는 녹색의 초원과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짧은 여름 3~4개월 동안 나른, 카치코르, 아트-바쉬 등 주변지역에서 온 유목민들이 자신들의 말과 양떼들을 살찌우기에 충분한 초지와 물을 가지고 있다. 천산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맑디 맑은 얼음물 그 자체인 송쿨호수는 매일 아침마다 물을 마시러 호수를 찾아오는 주변의 수많은 말들로 장관을 이룬다. 유목민들이 이곳을 파라다이스라는 의미의 ‘쟈일라우’고 부르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한다.

  이곳에서는 전통 유목민의 텐트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밤하늘에 쏟아지는 은하수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려볼 수 있다.  유르타에서의 하룻밤은 여러분들의 몸을 활기차고 건강하게 리셋시켜줄 것이다.

  만약 한국산 립스틱이나 과자류를 유르타의 안주인과 아이들에게 선물하는 센스를 보인다면, 여러분의 마음까지도 깨끗하게 정화시켜줄 그들의 진심 어린 환대와 함께 천사와 같이 환하게 웃는 송쿨호수의 아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자 이제는 떠나는 일만 남았다. (김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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