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람’사이트 운영자, 한 블라지슬라브 별세
(한인일보) 최재형 기자 =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 통계 등 고려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오던 한 블라지슬라브 선생이 운명을 달리하였다.
항일독립투사였던 한창걸 선생의 손자이기도 했던 한 블라지슬라브 선생은 지난 13일 운명했다. 향년 72세
한 선생은 러시아와 CIS 지역에서 고려인 관련 정보를 검색하려면 반드시 접속하는 사이트인 ‘고려사람'(www.kore-saram.ru)를 만들고 운영해 온 분이다.
‘고려사람’에는 150년의 이주사를 간직한 고려인의 역사, 문화, 문학, 연구, 통계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와 정보가 러시아어로 집대성돼 있다.
한 선생은 생전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할아버지 형제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담은 책 ‘한씨 형제’를 출간하기 위해 고려인 역사를 공부하다 보니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없어 2009년에 직접 사이트를 만들었다”면서 “고려인 후손들의 정체성에 도움을 주려고 모국인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련 정보도 담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결국 2006년 ‘한씨 형제’를 펴냈고 이를 근거로 한국 정부는 2007년과 2008년 한창걸(1892∼1938)과 그의 동생 한성걸에게 각각 건국훈장 애족장과 건국포장을 추서했다.
한 선생은 사이트를 만든 계기에 대해 “책을 쓰려고 도서관과 각종 문서 보관소를 발이 닳도록 찾아다녔습니다. 자료를 찾을수록 제 자신이 고려인의 역사에 무지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실 관심이 생겨도 정보를 제공해주는 곳이 거의 없어서 제대로 알 도리가 없었죠. 러시아혁명 전후 고려인의 역사와 러시아·CIS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의 현 상황을 제대로 알려보자는 오기가 생겨서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러시아의 첫 이민에 관한 역사부터 현재까지 고려인과 한국 관련 정보를 폭넓게 소장한 ‘고려사람’은 하루 평균 사이트 방문객 500명에 1천500페이지뷰를 자랑하고 있다.
한 블라지슬라브는 생전, 최신 정보의 업데이트가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다방면의 단체와 개인과 협력해 정보를 모았다.
고려인 관련 미디어 대표, 예술전문가, 고려인 연구가, 한국 학자, 타슈켄트·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톰스크 등의 고려인 문화단체 등의 정보를 수시로 사이트에 올렸다.
고인은 이 사이트를 고려인 차세대들이 즐겨 찾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했는데, 생전에 “고려인 3, 4세는 모국어를 거의 잊을 정도로 현지에 동화됐음에도 한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고려인 청년들이 당장 자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관심이 없더라도 어느 때고 정체성을 고민하고 뿌리가 알고 싶어지면 쉽게 찾아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사이트를 꾸며 놓고 있습니다. 또한 흩어져 사는 고려인끼리 서로 교류해서 단합하도록 소통의 장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독립유공자 후손 답게 그는 “우리의 과거를 잊지 않고 연구하고 기록하고 배우는 한 고려인은 사라지지 않고 역사를 이어갈 것”이라며 “고려인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로 ‘고려사람’을 계속 꾸려나가겠다”고 굳은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