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오피니언칼럼, 기고한국-중앙아시아, 경제협력의 길 함께 만들어야

한국-중앙아시아, 경제협력의 길 함께 만들어야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

우라늄·원유·리튬 ‘광물 보고’

시장경제 전환 이후 고성장

플랜트·제조산업 투자 유망

김성수 KOTRA CIS지역본부장

비단, 종이, 화약, 나침반은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를 오갔다. 고대부터 중앙아시아는 문명 간 교류의 중심이 되는 길이었다. 현재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도 중앙아시아는 여전히 중요하다. 오랜 지정학적 요충지일 뿐 아니라 근래에는 지리와 경제를 결합한 ‘지경학(Geo-economics)’ 관점에서 중앙아시아를 바라보는 시각이 커졌다.

지난해 중앙아시아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우즈베키스탄 5.5%, 카자흐스탄 4.3%, 투르크메니스탄 6.3% 등이다. 이들 국가는 시장경제 전환 이후 축적된 학습효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16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이는 2022년 대비 2배 규모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도 강한 의지를 보인다. 카자흐스탄은 에너지·도로 등 인프라 개발과 함께 연 7% 경제 성장을 노리고 있다. 2029년까지 GDP 4500억 달러에 도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빠르게 도약 중인 중앙아시아는 한국에도 중요한 경제협력 파트너다. 중앙아시아는 광물자원의 보고다. 우라늄, 원유 등 전통 에너지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등 첨단산업 광물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 특히 카자흐스탄에서 추진 중인 2800MW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발전소 현대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우리 전력기자재 기업의 기회로 작용한다. 이를 통해 지구적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에도 양국이 공동으로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는 플랜트·제조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투자 진출이 유망한 지역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가스관 공급 확대를 비롯해 요소·인산·암모니아 등 석유화학 시설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기업 참가를 희망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20년 넘은 노후 차량 비율이 전체 40%를 차지할 만큼 신차 교체 수요가 많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제조 현지화 정책에 따라 기아자동차도 현지조립을 확대하고 있다. 생산설비·유지보수 뿐 아니라 인력양성, 기술협력 분야 요청도 늘고 있다. 한국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통해 우리의 지식을 나누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인지도도 빼놓을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는 1991년 출시된 대우자동차의 경승합차 ‘다마스’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 국영 자동차기업 ‘우즈오토(UzAuto)’가 여전히 다마스를 만들기 때문이다. 2023년 우즈오토는 다마스를 9만 대 생산했다.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전체 승용차 생산대수는 41만8000대였다. 신차 다섯 대 중 하나가 다마스였다는 뜻이다. 다마스는 현지 국민차나 다름없다.

중앙아시아에는 고려인 디아스포라 30만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이 한국 비즈니스의 가교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CU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중앙아시아 1호 한국 편의점을 열었다. CU의 현지 파트너는 고려인 2세가 경영하는 중앙아시아 최대 아이스크림 제조사 신라인(Shinline)이다. 신라인은 20년 전 우리 기업의 유휴 설비를 수입해 한국식 아이스크림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중앙아시아 순방과 연계해 KOTRA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개최했다. 기계·장비·부품, 소비재, 미래산업을 주제로 열린 무역 상담회에는 69개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참가했다. 몽골, 아제르바이잔 등 인근지를 포함해 200명이 넘는 중앙아시아 파트너가 현장을 찾았다. 앞서 언급한 신라인도 행사에 참석해 소매유통, 의료기기로 범위를 넓혀 한국 기업과 거래하기를 희망했다.

카자흐스탄 속담에 “쇠는 뜨거울 때 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 함께 토대를 다질 적기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한국과 중앙아시아가 경제협력의 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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