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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국과 중앙아시아 경제관계에 미칠 영향(상)

성동기

인하대학교 국제관계 연구소 교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유라시아에 존재하는 주변 국가들이 직접적인 경제적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그 타격이 더 크다.

  전쟁 이전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경제 교류는 매우 크고 활발했다.

  첫째: 카자흐스탄. 2018년 카자흐스탄과 러시아의 전체 무역액은 181억 달러에 달했으며, 러시아의 대카자흐스탄 수출은 129억 달러, 수입은 52억 달러였다. 양국 교류의 주요 제품은 기계, 광물, 금속, 화학 등이었으며, 에너지 분야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러시아가 건설한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을 통해서 자국의 석유를 수출했기 때문에 현재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둘째: 우즈베키스탄. 2016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에 취임한 미르지요예프는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를 확대시켜 나갔다. 2018년 10월 18-19일에 러시아 대통령인 푸틴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하여 2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양국의 경제교류를 통해서 2021년에 러시아가 중국을 앞지르고 우즈베키스탄의 최고 교역국이 됐다. 당시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의 전체 무역액은 75억 달러였다.

  셋째: 키르기스스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러시아 경제제재로 인해서 러시아로 이주노동을 떠난 약 100만 명의 키르기스인들이 본국으로 수백만 달러를 송금하지 못하게 됐다. 키르기스스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1년 자국민이 러시아에서 본국으로 송금한 금액은 27억 7천만 달러 이상이었다.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은 거의 모든 에너지와 가스를 연간 100만 톤 이상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특히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에 상당한 금액을 원조했다. 러시아는 2014년 자국이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에 키르기스스탄이 가입하기 전에 ‘러시아-키르기스 개발기금’(RKDF)을 조성하고 투자 목적으로 5억 달러를 할당했다. 2019년 러시아의 대(對) 키르기스스탄 투자는 14억 달러였는데, 이는 캐나다 다음으로 2위에 해당되는 수치였다.

  넷째: 타지키스탄. 러시아는 타지키스탄과 에너지, 제조, 금속, 광업, 건설, 항공 및 철도 운송, 첨단기술, 농업 등과 같은 산업에서 경제교류를 진행했다. 2021년까지 러시아는 총 7억 달러 이상을 타지키스탄에 직접 투자했다. 특히 타지키스탄의 석유화학 제품의 60%를 러시아가 공급했다. 타지키스탄 역시 키르기스스탄과 마찬가지로 러시아로 이주 노동을 떠난 자국민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이 해당 국가의 경제에 상당히 높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러시아에서 타지키스탄 국민들이 송금하는 금액은 해당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에 약 31%나 됐는데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섯째: 투르크메니스탄. 양국은 연료 및 에너지 단지 건설 협력에 주력했다. 2021년 8개월 동안 투르크메니스탄 제품의 러시아로의 수출은 6억 8,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92% 증가한 수치였으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2019년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와 5년 동안 자국의 천연가스를 연간 55억㎥ 제공하는데 합의했다.

경제교류와는 별개로 나타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전쟁관련 입장

  이처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까지 중앙아시아 5개국에 미친 경제적 영향력은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경제 교류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카자흐스탄의 티무르 술레이메노프 대통령비서실 부실장은 4월 2일에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고 발표했으며, 우즈베키스탄의 압둘아지즈 카밀로프 외무장관은 3월 17일에 우크라이나의 독립, 주권 및 영토 보전을 인정한다고 발언했다. 키르기스스탄 사디르 자파로프 대통령은 2월 26일에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타지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아직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중립에 있다.

  결과적으로 중앙아시아 5개국 중에서 어떤 국가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중앙아시아 5개국의 이러한 입장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는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교류가 과거처럼 활발하게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중앙아시아에서 차지했던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이러한 미래 상황을 고려해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의 경제적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을 고려하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다음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카자흐스탄은 산업다각화와 정유 플랜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협력이 필요하다. 둘째,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으로의 새로운 물류루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고용창출과 생필품 자립화 사업이 필요하다. 셋째, 키르기스스탄은 희토류 등 전략광물 수출 확대와 고용창출이 가능한 사업이 필요하다. 넷째,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러시아로 떠난 이주노동자들이 귀국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고용창출이 가능한 사업이 필요하다. 다섯째, 투르크메니스탄은 추진 중인 플랜트와 가스관 사업을 서둘러서 천연가스 수출의 다변화와 고부가 가치 상품을 생산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새로운 대 중앙아시아 경제 전략 수립 필요성

한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은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카자흐스탄. 1991년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을 중상위 소득국가로 탈바꿈시킨 것은 석유 및 가스 부문에서 나왔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침체와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카자흐스탄 경제성장에 장애요인이 됐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석유 및 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산업다각화를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구조적 경제개혁 정책을 포함하는 장기개발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경우에는 자국 내수시장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수출다각화를 촉진하는 정책을 통해 산업다각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카자흐스탄과 새로운 경제교류를 추진해야 한다.

둘째: 우즈베키스탄. 2017년 9월에 우즈베키스탄은 외환자유화 환율자유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과감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의 시장 환경은 국제사회의 표준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은 기존의 경제 교류 방식에서 벗어나 해당 국가의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교류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우즈베키스탄 2017-2021년 5개년 개발 전략’을 수립했으며, 집권 2기에는 ‘2022-2026 새로운 발전전략’을 세웠다. 한국은 이러한 국가발전전략에 맞추어서 해당 국가에 대한 새로운 교류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양국은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영향력이 감소하면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은 상당히 악화될 것이다. 특히 러시아로의 이주 노동이 큰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실업률 상승과 재정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고용창출이 가능한 산업 부문에 투자하고 진출하는 새로운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넷째: 투르크메니스탄. 이 나라는 러시아로의 천연가스 수출에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투자와 진출 전략을 세워야 한다.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앙아시아에는 제2차 러시아 권력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비에트연방의 붕괴 이후 1990년대에 중앙아시아에서 처음 발생했던 러시아 권력공백 현상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그 당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러시아 간 경제 교류는 그다지 긴밀하지 않았지만 현재는 러시아의 경제적 영향력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한국은 향후 중앙아시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러시아의 경제공백을 채우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 가와 상관없이 러시아 시장은 장기간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러시아는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당분간 한국과 러시아는 과거와 같은 수준의 경제교류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입장에서 중앙아시아 시장은 과거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국에게는 오히려 중앙아시아 시장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러시아와 중국에게 밀렸던 영향력을 회복하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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