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오피니언칼럼, 기고그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며…

그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며…

김상욱(고려문화원장)

올해 만큼 ‘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있었을까?
한국과 카자흐스탄 수교 30주년이자 고려인 중앙아시아 정주 85주년, 고려극장 90주년인 2022년은 새해 벽두부터 국가전복을 시도한 반정부 시위로 시작됐다. 소위 ‘1월 사태’라고 불리우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적이었던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을 안겨주였다. 카자흐스탄은 구소련의 해체와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을 시도한 국가들중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뚜렷한 경제성장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는 국가로 알려져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토카예프대통령이 집단안보조약기구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하고 알리한 스마일로프(49) 제1부총리를 총리로 지명하는 등 정국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번에 발생한 비극적(유혈 시위) 사태는 상당 부분 심각한 사회·경제 문제와 일부 국가기관의 비효율적이고 무능한 업무 탓”이라고 자인했으며, 내각에 일부 기업의 자본 해외 유출 시도를 차단하라고 지시하고 보건·교육·사회복지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쓸 사회복지기금을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정치개혁을 필두로 경제와 사회부문의 공정을 강조하면서 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6월에는 카자흐스탄을 30년간 장기집권한 초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을 포함한 정치개혁안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실시되었고 통과된 개정헌법에 따라 치뤄진 대선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81% 득표로 재집권에 성공했다. 임기 7년의 첫 단임제 대통령을 뽑는 카자흐스탄 조기 대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함으로써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벗고 정치적 입지를 한층 더 공고히 하는 한편, 1월 사태 수습이후 추진하던 개혁정책들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되었고, 대외 정책에서도 지정학적 지위와 자국 이익 등을 고려해 러시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중국·서방과 협력을 추구하는 현 외교 노선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정치, 사회적 변화들은 9월에 치뤄진 고려인협회장 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예전처럼 사전 합의된 후보를 추대하던 형식에서 벗어나 복수 후보를 허용함으로써 젊은 차세대 지도자들의 도전이 가능해지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마침내, 고려인동포사회는 36세의 신유리 스타트핀그룹회장을 선출함으로써 시대적 흐름에 부응함고 동시에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어냈다.
신회장은 취임 직후 알마티의 다양한 동포사회 뿐만 아니라 지방출장을 통해 지역 동포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카자흐스탄 대선국면에서도 큰 역할을 하였다.
알마티고려문화중앙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그동안 동포사회의 든든한 재정적 후원자로서 온갖 일을 다 챙기던 신브로니슬라브회장의 후임으로 신안드레이 (주)신라인회장이 선출되어 22개 산하 문화단체들을 후원하며 이끌게 되었다.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극장장 김 옐레나)은 창립 90주년을 맞아 10월 1일 고려극장에서 기념식과 공연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유리 고려인협회장, 최유리 전 상원의원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문화부와 알마티시청 관계자, 고려인 동포, 한국에서 온 축하사절단 등 300여명이 참석했고 1932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돼 1937년 중앙아시아로의 강제 이주, 1991년 소련 해체라는 고난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90년 동안의 고려극장의 역사를 무대공연으로 표현했다.특히, 고려극장의 5세대, 6세대 단원들이 인민배우 김림마 선생을 비롯한 원로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고려극장의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아 우리문화를 영원히 계승시켜나갈 것”이라면서 “영원하라! 고려극장”이라고 말해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고려인 정주 85주년인 올해, 카자흐스탄 고려인 리더들은 차세대들이 함께 모여 멘토링과 네트워킹을 강화함으로써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황금의 가교’가 되자고 다짐하는 행사를 열었다. 아스타나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김 베라 하원의원과 최 알렉세이 아스타나 대통령병원 이사장(전 보건부 장관), 김 옐레나 카자흐스탄 국립아카데미 고려극장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고려인들이 초청연사로 참여해 본인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구홍석 대사는 “올해는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외교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며 “또한 고려인 동포들은 양국을 연결하는 가교 같은 존재로 지난 85년 동안 한민족으로서 정체성을 잊지 않고 한국 문화를 보존하면서 발전시켜온 점에 대해 깊은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한-카자흐 수교 30주년, 고려인 정주 85주년, 고려극장 90주년이었던 2022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해는 무엇보다 ‘새로운 카자흐스탄’의 건설을 주창한 토카예프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지지한 고려인협회가 젊고 새로운 리더쉽이 확립함으로써 세대교체를 통한 희망한 미래를 설계하는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고려극장 창간 100주년인 계묘년이 희망찬 한해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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