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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28]

[카자흐스탄 독립 35주년 기념 특별 기획 : 카자흐스탄의 근현대사 28]

유라시아 패권을 둘러싼 중러의 경쟁과 협력… 그 중심에 있는 카자흐스탄

<2025년 8월 18일에 열린  “러시아와 중국: 새로운 시대의 협력” 제10회 중러 국제회의 장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및 유엔 창설 80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 간의 포괄적 동반자 관계와 전략적 협력은 외교 정책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고, 평등, 상호 원조, 그리고 지원이라는 확고한 원칙 위에 구축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즉,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양국 국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양국 정상회담에서 밝혔다.>

유라시아 대륙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 반복적으로 권력의 중심으로 떠올랐던 거대한 무대였다. 이 대륙을 누가 어떻게 연결하고 통제하느냐에 따라 교역의 방향이 바뀌고, 자원의 흐름이 재편되며, 궁극적으로 세계 질서의 형태가 결정되었다. 그래서 유라시아를 둘러싼 경쟁은 결코 특정 시대의 사건으로 끝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시대마다 다른 방식으로 반복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유라시아 전체를 통합했던 최초의 세력은 몽골 제국이었다. 칭기스칸이 구축한 제국은 단순한 정복 국가가 아니라, 동서 교역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 거대한 네트워크였다. 실크로드는 단순한 교역로가 아니라 정치·경제·문화가 교차하는 통로가 되었고, 유라시아는 처음으로 하나의 체계 속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체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몽골 제국의 분열과 함께 유라시아는 다시 여러 권력으로 나뉘게 된다.

  이후 유라시아의 중심을 장악한 세력은 러시아였다. 모스크바 공국에서 출발한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팽창하면서 유라시아의 ‘심장부’를 장악했다. 특히 19세기 그레이트 게임 시기, 러시아는 중앙아시아를 군사적·행정적으로 통합하며 이 지역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 소비에트 체제를 통해 더욱 공고해졌다. 이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특히 카자흐스탄은 단순한 주변 지역이 아니라 제국의 전략적 핵심 공간으로 기능하게 된다.

  반면 중국은 오랫동안 동아시아 중심의 질서를 구축한 문명 국가였지만, 유라시아 전체를 통제하는 세력은 아니었다. 청 제국조차도 중앙아시아 초원과 서쪽 세계를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으며, 오히려 방어적 경계선에 가까운 위치에 머물렀다. 이 점에서 유라시아 패권의 역사에서 중국은 중심이라기보다 경계에 위치한 문명권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러한 구조는 20세기에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소련은 중앙아시아를 완전히 통합하면서 유라시아 내륙의 지배권을 유지했고, 카자흐스탄은 핵실험장, 산업기지, 군사 요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1991년 소련 붕괴는 이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았다. 중앙아시아는 다시 열린 공간이 되었고, 이 공간을 둘러싼 새로운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 새로운 경쟁의 핵심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는 여전히 유라시아 내륙에 대한 역사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앙아시아를 자국 안보와 직결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해양에서 미국과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전략의 중심을 대륙으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일대일로 구상이며, 이는 단순한 경제 프로젝트가 아니라 유라시아 전체를 연결하려는 장기적 전략이다.

  실제로 최근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5년 기준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의 교역 규모는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러시아를 넘어 최대 경제 파트너로 부상했다 . 이는 단순한 경제 지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군사력으로 유지되던 영향력이 이제는 무역과 투자, 인프라를 통해 재편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카자흐스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중국은 카자흐스탄과의 송유관 연결과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면서, 카스피해 자원을 직접 연결하는 통로를 구축하고 있다 . 이는 러시아를 거치지 않는 새로운 에너지 경로를 의미하며, 동시에 중국이 유라시아 내륙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한 협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카스피해를 둘러싼 경쟁은 이러한 긴장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다.

  카스피해는 세계적인 에너지 보고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를 ‘바다’로 규정해 자원을 분할하려는 입장을 취해왔고, 이란 등 다른 국가들은 ‘호수’로 규정해 공동 관리를 주장하며 갈등을 이어왔다 . 이 논쟁은 단순한 법적 문제를 넘어, 자원 통제권과 직결된 정치적 갈등이다.

  여기에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은 더욱 복잡해졌다. 중국은 자원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카자흐스탄 내부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자국 경제에 충분한 이익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이 아니라, 영향력 경쟁이 지역 사회의 구조와도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유라시아 물류 구조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러시아를 경유하는 기존 경로 외에도 카스피해를 통과하는 ‘중부 회랑’이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를 우회하는 새로운 전략적 경로로 부상하고 있다 .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물류 문제가 아니라, 유라시아 패권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다.

  결국 현재의 상황은 단순한 ‘중국 vs 러시아’ 구도로 환원될 수 없다. 두 나라는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상호 의존 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중앙아시아에서는 영향력 확대를 둘러싼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중요한 변화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태도다. 과거 이 지역은 강대국 경쟁의 대상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스스로 전략을 구성하는 ‘중견 행위자’로 변화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더 이상 강대국의 하위 변수로 존재하지 않고, 자국 이익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카자흐스탄은 이러한 변화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단순히 선택을 강요받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다방향 외교를 통해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확대하고, 러시아와는 안보 협력을 유지하며, 동시에 유럽과의 관계도 강화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필연적이다. 유라시아 중심에 위치한 국가에게 단일한 선택은 곧 종속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지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곧 생존 전략이 된다.

  유라시아 패권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이 공간은 결코 하나의 세력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 적이 오래 지속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몽골 제국 이후에도, 러시아 제국 이후에도, 항상 새로운 경쟁이 등장했다.

  오늘날 중국은 처음으로 유라시아 전체를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기존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 경쟁은 단순한 승패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유라시아는 너무 넓고, 너무 복잡하며,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하나의 패권이 등장하기보다, 여러 권력이 공존하는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서 카자흐스탄은 단순한 경유지가 아니라, 흐름을 바꾸는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유라시아의 패권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경쟁의 핵심 무대가 다시 중앙아시아로 돌아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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