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카자흐스탄 영향력 있는 기업인 1위 김 베체슬라브…블라디미르 김·에두아르드 오가이 등도 상위권
금융·핀테크부터 광업·유통까지…고려인 기업가들의 성공, 카자흐스탄 경제 발전의 한 축으로 부상
(한인일보) = 카자흐스탄 경제계에서 고려인 출신 기업인들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카자흐스탄 경제 전문지 포브스 카자흐스탄(Forbes Kazakhstan)이 지난 10월 8일 발표한 ‘2026년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50인’ 순위에서 고려인 출신으로 알려진 김 베체슬라브(Вячеслав Ким) 회장이 1위에 올랐다.
광업·금융 분야의 블라디미르 김과 에두아르드 오가이, 유통업의 에두아르드 김 등도 순위에 포함됐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이번 순위는 단순한 자산 규모뿐 아니라 주요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 의사결정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 대규모 사업과 투자 프로젝트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카자흐스탄 경제의 핵심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인들의 면면을 통해 고려인 기업가들이 현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김 베체슬라브 회장, 카자흐스탄 영향력 1위
올해 순위의 주인공은 금융·디지털 플랫폼 기업 카스피(Kaspi.kz)의 주요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 베체슬라브 회장이다. 그는 2026년 영향력 있는 기업인 순위에서 전체 50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김 회장이 이끄는 카스피는 금융 서비스와 전자상거래, 디지털 결제 등을 결합한 플랫폼 사업으로 카자흐스탄의 디지털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스피는 일상적인 금융거래와 소비 활동을 온라인으로 연결하며 현지 소비자들의 생활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김 회장은 금융 플랫폼 사업을 넘어 투자와 자산 관리 분야에서도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포브스 카자흐스탄에 따르면 그는 2025년 알라타우 시티 뱅크(Alatau City Bank) 인수에 나섰으며, 해당 은행은 향후 신도시 알라타우 개발과 관련한 투자·금융 사업에서도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김 회장은 앞서 발표된 2026년 카자흐스탄 부호 순위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자산은 78억 달러로, 카자흐스탄을 넘어 국제적인 기업인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 광업·금융·유통 분야에서도 두각
고려인 출신 기업인들의 활동은 디지털 금융에만 머물지 않는다. 광업과 금속산업, 금융, 유통 등 카자흐스탄 경제의 전통적인 핵심 산업에서도 이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광업·금융 분야의 블라디미르 김은 올해 영향력 있는 기업인 순위에서 10위를 기록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대표적인 구리 생산 기업인 KAZ Minerals의 주요 주주로, 악토가이와 보즈샤콜 등 주요 광산을 중심으로 한 자원 개발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 또한 금융 분야에도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금속산업 분야의 에두아르드 오가이는 15위에 올랐다. 그는 카자흐미스(Kazakhmys) 계열의 구리·석탄 관련 사업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광산 개발과 전력·산업 인프라 분야에서도 사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 분야에서는 가전제품 전문 유통업체 테크노돔(Technodom)을 설립한 에두아르드 김이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테크노돔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서 가전제품 유통망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들 기업인은 서로 다른 산업에서 활동하지만, 카자흐스탄의 산업화와 소비시장 확대, 금융서비스 발전 과정에서 각자의 사업 기반을 구축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 강제이주의 역사에서 경제계의 주역으로
고려인 사회의 이러한 성과는 역사적 배경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37년 소련 당국의 강제이주로 극동 지역을 떠나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고려인들은 낯선 환경과 어려운 생활 여건 속에서도 농업과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삶의 터전을 일궈 왔다.
이후 세대를 거치면서 고려인 사회는 교육과 전문직, 기업 활동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소련 해체와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 시장경제 체제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겼고, 일부 고려인 기업가들은 금융과 자원 개발, 유통 등 주요 산업에서 대규모 기업을 성장시켰다.
물론 오늘날 기업인들의 성공을 강제이주 이후 고려인 사회 전체의 발전 과정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기업가 개인의 역량과 사업 전략, 시장 환경, 투자 기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려인 출신 기업가들이 카자흐스탄의 주요 산업에서 높은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 한·카자흐스탄 경제협력의 새로운 연결고리
고려인 기업가들의 성장은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경제협력이라는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앙아시아 시장 진출과 자원 개발, 물류, 금융기술, 디지털 전환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현지 시장과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를 갖춘 기업인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특히 금융 플랫폼과 광업, 유통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은 양국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참고할 만한 사례다. 다만 고려인이라는 공통의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곧바로 사업 협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시장 정보와 기술, 자본, 제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포브스 카자흐스탄의 2026년 순위는 고려인 출신 기업가들이 오늘날 카자흐스탄 경제의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제이주의 아픈 역사를 딛고 정착한 고려인 사회의 후손들이 이제는 금융과 산업, 유통 등에서 국제적인 사업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이는 고려인 사회의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사례이자,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경제·문화적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