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기획특집[한-소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기획 : 우리는 고려사람이오 – 6]

[한-소 수교 30주년 기념 특별기획 : 우리는 고려사람이오 – 6]

김 베라 선생 댁의 일상음식

김 베라 선생댁은 부부가 모두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전형적인 도시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김 베라 선생은 70대후반으로서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으로 고려인 합창단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 쉐가이 게르만 선생은 고려인의 강제이주가 일어났던 1937년생으로서 전직 소련군의 예비역 장성이었습니다. 그 역시 장교클럽이라는 사회단체장으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분입니다.
슬하에 1남2녀를 둔 이 분들은 알마티시내에서 고려인이 주로 많이 사는 빠빠니나 거리의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대문을 들어서면 좌측에 이 부부가 기거하는 미니 2층의 본채가 있고 우측에는 창고가 있는 구조입니다. 대문을 열면 양 건물 사이에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고, 이 공간이 끝나는 지점부터 뒷집 담장까지 약 50평 정도의 텃밭이 있습니다. 이 텃밭에는 오이, 토마토, 가지, 호박 등이 심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과 텃밭사이에 포도나무가 심어져 있어서 그 덩굴이 터널모양으로 미리 만들어져 있는 구조물을 타고 포도열매가 열려서 한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기 까지 합니다.
부부가 기거하는 본채의 현관쪽 입구에는 여름철에 음식을 조리하는 여름 부엌이 위치해 있고 이를 지나면 외투를 걸 수 있는 옷걸이가 현관 좌측 벽에 만들어져 있고 우측에는 쉐가이 게르만 선생의 서재로 활용되는 방으로써 TV와 책상 그리고 침대를 겸할 수 있는 긴 쇼파가 놓여있습니다. 이 방 맞은편에는 김 베라 선생의 공간인 부엌이 있습니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아담한 식탁과 싱크대와 가스렌지가 놓여 있고 벽에는 주방용품과 식자개를 넣을 수 있는 벽장이 걸려 있습니다. 냉장고는 부엌 앞 복도에 놓여 있습니다.
복도식인 이 지역의 전형적인 주택구조를 닮아서 이 분들의 주택도 복도 끝에 거실이 있는데, 이곳에는 손님용 대형 테이블이 놓여 있고 벽에는 대형 TV가 걸려 있습니다. 거실은 양쪽으로 열 수 있는 두개의 문이 있어서 이 문을 받으면 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카자흐인 며느리를 두고 있는 이 가정은 평소에는 남편과 함께 두 분이 살고 있지만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만큼이나 손님이 끊이지 않는 편입니다. 손님이 방문할 때면 언제나 카자흐인 며느리가 와서 시어머니와 함께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김 베라 선생댁은 국이 있어도 밥을 말아먹지 않았습니다. ‘시락장물’ 이 있을 때에도 이 부부는 마치 러시아인들이 스프를 먼저 먹는 것 처럼 국을 먼저 먹고 밥을 한 술 떠서 물에 적혀서 먹거나 물그릇에 말아서 먹었습니다. 이를 ‘바비무리’ 라고 합니다. 이때 ‘마르꼬프채’나 ‘배챠짐치’를 반찬으로 해서 식사를 했습니다.
아침 상에 올라온 음식들은 주로 전날 저녁상에 올라왔던 국이나 반찬들이 그대로 올라왔습니다. 밥, 토마토 썬 것, 오이를 썬 것에 소금을 살짝 뿌린 것, 마르꼬프채, 북자이 등이었습니다. 점심은 아침에 먹고 남은 것을 다시 먹는 경우가 많았고 저녁에는 배고자 를 자주 만들어 먹었습니다.
김 베라 선생댁은 사회활동이 많은 만큼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가 매우 흔했습니다. 손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거의 일상화되어 있다시피 했습니다. 이때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것이 바로 ‘고려국시 ’와 감자배고자 였습니다. 원래, 중앙아시아에서 더운 여름철에 시원한 ‘고려국시’는 고려인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이나 카자흐인 모두가 좋아하고 즐겨 찾는 걸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전역에 있는 고려식당의 메뉴에 ‘고려국시’는 빠짐없이 들어있습니다. 국수의 면은 흔히 하는 방식데로 삶아서 건져내고, 국시추미(꾸미를 말함)를 준비합니다. 국시추미에는 양배추 김치, 오이채, 쇠고기를 얇게 썰어서 볶은 것, 고추 볶은 것, 계란 지단 등이 포함되고 국물은 물에 설탕을 조금 타고, 콩지러이 , 토마토 잘게 썬 것, 우크롭, 소금, 욱수수 를 넣고 미리 만들어 둡니다. 국시추미는 미리 따로따로 만들어 두었다가 국수를 먹을 시점에 면만 삶아 건져서 그릇에 담고 그 위에 국시 추미를 얹고 국물을 붓습니다.
그런데, 김 베라 선생댁은 다른 고려인 가정과는 달리 직접 집에서 국시분트리 를 이용해서 면을 뽑아서 먹었습니다. 손님이 올때는 카자흐인 며느리가 와서 음식 만드는 것을 도왔고 남편과 아들은 국시분트리에서 면을 뽑는 것을 도왔습니다. 전기 모터의 힘으로 기계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사람의 힘으로 돌려서 밀가루 반죽에 압력을 가해서 면을 뽑기 때문에 남자들의 힘이 요구되어졌습니다.
국시분트리는 창고에 놓여 있었는데, 면을 뽑을 때에는 창고문을 열고 두명의 남자가 기계를 사용하기 편하게 돌려놓은 뒤 본격적으로 면 뽑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이때 김 베라 선생이나 며느리는 국시가 떨어지는 지점에 큰 냄비에 뜨거운 물을 끓여서 바로 면을 삶아 내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면이 삶겼다고 판단이 되면 건져내서 찬물에 면을 바로 담궈서 여러 번 헹구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야 면이 쫄깃하고 맛있다고 합니다.
이 댁의 감자배고자는 고려인 합창단원들 뿐만 아니라 주변의 러시아인, 카자흐인 이웃들에게도 소문이 나 있을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감자배고자는 돼지고기, 양배추, 마늘, 상채, 고치갈기를 주재료로 하여 만드는 것으로 만두의 일종입니다. 감자배고자는 밀가루 반죽 대신 감자전분으로 만든 만두피에 잘게 쓴 고기와 양배추, 마늘, 상채 등을 넣어 만든다. 만두 찜기에 넣고 찌면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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