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전에는 솔직히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으나….
막상 맞고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
카자흐스탄, 2월 1일부터 스푸트닉V 백신접종 시작
4월 들어, 일반 희망자 대상 대량 접종 시작
<접종 후 모습(사진 왼쪽)과 ‘스푸트닉 V’백신을 4월 5일에 접종했고 2차 접종일은 4월 26일이라는 정보가 적혀있는 1차 접종 증명서(사진 오른쪽)>
나는 카자흐스탄에서 27년째 살고 있는 한국국적의 카자흐스탄 영주권자이고 카자흐스탄의 경제수도 알마티에 살고 있다. 나는 현지의 의료진이나 교사 등 우선 접종 대상자는 아니지만 카자흐스탄 정부의 대량접종계획에 따라 최근 러시아제 스푸트닉 V백신 접종을 받았다.
나는 인터넷과 SNS를 통해 한국 주류 언론과 포털의 다소 지나친 백신 불신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지만, 워낙 이런 류의 뉴스들을 자주 노출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백신접종 후 이상 증상에 대해 불안감을 가졌고 내심으론 굳이 내가 먼저 맞을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백신 접종에 대해 유보적 자세를 취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가급적 전세계가 백신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상태를 가져오는 한편,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뾰쪽한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터라 대량접종이 개시된다면 내가 먼저 본보기로 맞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4월 5일 월요일 아침, 습관처럼 노트북을 열고 현지 뉴스창을 띄웠다. 그런데, 알마티에 대량접종을 개시하자 마자 일부 병원과 임시 접종센터에 백신이 부족하여 3~4일간 백신접종이 중단될 수 있다는 뉴스가 올라와 있었다. 이건 또 뭐람? 하필 내가 백신접종을 하러 가는 날 아침에 이런 뉴스가 나오다니…. 혹시 갔다가 허탕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내가 간 접종센터 (카자흐스탄에서는 병원외에도 대형 쇼핑몰에서도 접종센터를 설치하여 운영한다) 에는 예정대로 스푸트닉 V 백신접종을 할 수 있었다. 하루 전에 5명 한조로 팀을 만들어 미리 예약을 해 둔 오전 10시에 맞춰 갔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지역내 접종 희망자가 그만큼 많지 않았기 때문이지는 모르지만….
<알마티 시내의 한 쇼핑몰에 설치된 임시접종센터의 예진실의 모습. 체온과 협압, 맥박 체크 등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확인한다>
내가 접종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예약시간보다 약 10분 전이었다. 10시부터 시작하는 그곳엔 이미 4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난 두번째 그룹의 한명으로 접종 예진표를 작성하였다. 자신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직장명, 그리고 IIN(우리나라의 주민번호와 같음)번호를 적고 난 뒤 내 차례가 오길 기다렸다. 그때 비로소 내가 여권이나 영주권 등 나를 증명할 아무런 신분증 소지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 휴대폰에 저장된 현지은행(카스피 카드) 앱과 QR코드를 통해서 세금납부, 송금, 물건구입까지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에 평소에 지갑이나 신분증을 안 가지고 다니는 버릇이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휴대폰에 내장되어 있는 신분증을 보여주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내 차례가 되었음을 눈짓으로 알려왔다.
내가 러시아어로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자 간호사는 내가 제출한 예진표를 보고 자신의 장부에 나의 이름을 기록한 후 친절하고 능숙한 손놀림으로 체온과 맥박, 협압 등을 측정하였다. 괜한 걱정을 한 셈이었다. 체온은36.2, 혈압과 맥박은 정상이 나왔고 나는 비로소 주사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와이셔츠 단추를 풀고 팔을 걷어 올리는 사이 담당의사는 백신을 주사기에 넣고 내 왼쪽 팔의 어깨쪽에 알코올솜으로 소독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주사를 놓고 반창고를 발라주고 ‘빠즈드라불라유(축하한다는 뜻의 러시아어)’ 라는 말을 해준다. 오히려 내가 먼저 의료진들에게 ‘스빠시바(감사하다는 뜻의 러시아어)’를 말했어야 하는데, 이들로부터 축하의 인사말을 듣다니….
어쨋던 예진실의 친철한 간호사와 주사바늘을 찌르는지도 모를 정도로 주사를 놓아주는 나이 드신 아주머니 의사는 나에게 3주 뒤에 2차 접종을 하러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2차 접종을 완료하면 백신 여권을 받을 수 있다는 말과 함께…..
무료백신접종을 마친 나는 집으로 곧장 돌아와서 충분히 쉬었다. 다행히 난 열과 통증도 없고 기분이나 몸 컨디션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피로감이 몰려오지도 않았고 접종 부위의 통증과 열감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혹자는 근육통이 느껴지고 잠이 쏟아진다고 하던데, 나는 접종 후 사무실이 아닌 집으로 바로 와서 휴식을 취했기 때문인지 근육통과 잠이 쏟아지는 걸 전혀 느끼지는 못했다. 나는 접종 후 30시간이 지난 오늘 오후 늦게 평소처럼 약 4km의 잔디를 가볍게 걷는 운동을 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 이 접종 후기를 적고 있다. 물론, 아직도 조심하고 무리하지 않아야겠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는 걸 보니 내가 과한 걱정을 했나보다는 생각이 든다.
요컨대, 나는 접종 전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지만 정작 맞고 나니까 별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상욱)
(알마티의 경우 시내 쇼핑몰의 임시 접종센터나 16개의 민간병원을 포함한 56개의 국공립병원에서 백신접종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