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리즈] 카자흐스탄 독립 30주년 기념 ‘유라시아의 심장, 카자흐스탄의 탄생과 성장’
‘노래하는 사막’과 카자흐스탄의 관광진흥책 (하)
노래하는 사막
전 세계에는 ‘노래하는 사막’이란 이름을 가진 사막이 3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에 하나가 카자흐스탄 알튼에밀 국립공원 내에 있는 ‘노래하는 사막’이고, 이 곳이야 말로 날씨에 따라 소리의 세기와 음조를 바꿔가면서 마치 노래를 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곳이다. 이는 또한 카자흐스탄에는 있는 카라쿰(Aral Karakum), 크질쿰(Kyzylkum), 모이은쿰(Moyynkum), 타우쿰 (Taukum) 및 사르예식-아뜨라우 (Saryesik-Atyrau) 등의 사막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막으로도 유명하다.
불가사의를 좋아하는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한 ‘노래하는 사막’은 일리강 우측 강변을 따라 약200미터 높이의 모래산이 3km가량 길이로 뻗어있는 지역을 말하는데, 알마티에서자동차로 이동하면 북동쪽 방향으로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미세하고 고운 모래로 만들어진 이 모래산은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모래가 날려가지 않고 일정한 모래산의 높이와 길이를 항상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예부터 이 곳은 단순한 모래 언덕이 아니라 전설적인 인물이나 왕이 묻혀 있는 고분이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기도 한다. 그 지역 노인들 중에는 징기스칸의 유골이 바로 ‘노래하는 사막’의 모래산 아래에 묻혀있고 정확한 자리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전설을 말하는 분들이 있다. 학자들은 이 모래산이 근처의 일리강변에서 바람에 의해 날려온 모래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나는 일행들에게 200미터 가량의 모래산을 오를 것을 권했고, 선두에 서서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아래쪽에서는 약하게 불던 바람이 산을 오르자 점점 세어지기 시작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이 땅에서 코로나19바이러스를 모두 쓸어버리기라도 할 같은 기세로 불어왔다. 나는 일리강쪽에서 불어오는 이 깨끗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거기에 더해, 바람의 세기가 적절하고 공기마저 건조해서 수백만 모래 알갱이가 부딪히고 뿌려지면서 만들어 내는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 모래 알갱이들이 바람에 날려서 흩뿌려지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행운과 함께….
사실, 소 칼칸 및 대 칼칸 (Small and Big Kalkan) 언덕사이에 일리강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서 생긴 ‘노래하는 사막’은 소련시절부터 관광객의 큰 관심을 끌었다. 그 당시에는 현재와 같은 도로가 없어서 직접 일리강을 도하해야만 겨우 이 곳에 올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56 년 알렉싼드르 베르긴 (Alexander Berggrin)는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일리강을 건너 이곳을 다녀간 여행 정보를 담아 «노래하는 바르한으로» 라는 자전거 여행 팸플렛을 냈고, 카자흐스탄의 자연을 전 소련에 널리 알린 사람으로 유명한 동물학자 파벨 마리커브스키(Pavel Marikovsky)도 ’일곱개 강(카자흐어로 제테수)을 따라’ (According to the Seven Rivers)”라는 흥미로운 책을 펴내기도 했을 정도였다.
특히, 파벨교수는 자신의 책에 “동쪽과 서쪽에서 두 개의 바람이 불어와서 모래산을 만듭니다. 한 쪽에서 불어온 바람은 모래산을 쌓아 올리기도 하고 반대로, 날카로운 산마루의 바깥 쪽에서 모래를 쓸어 내리기도 합니다. 다른 쪽에서 불어온 바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래둔덕 (모래가 쌓여서 이루어진 둔덕)은 잠시 후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며 쓸려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이 순간에 모래 칼칸(Kalkan)의 큰 노래가 들립니다. 이것이 바로 칼칸 (Kalkan)이 센 바람이 불 때만 노래를 부르는 이유입니다. 바람이 잦아지거나 비가 온 뒤 모래가 젖었을 때는 바람이 불어도 모래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모래산은 조용합니다.”라고 적고 있다.
나는 ‘노래하는 사막’을 방문하는 여행자에게 가능하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모래산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 보길 권한다.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며 모래산을 배경으로 찍는 사진은 비록 ‘인생샷’은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정상에 올라가서 일리강과 저 멀리 눈덮힌 천산산맥의 멋진 장관을 보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발가락사이 사이에 깨끗하고 고운 모래가 바람에 따라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는 것을 직접 듣는다면 그 어떤 여행자도 매혹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모래산 능선에 새긴 나의 발자국이 바람에 의해 금방 뭉개져 버리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노래하는 사막’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일까? 내가 생각에는 봄이야 말로 가장 적당한 계절이라고 생각한다. 4월이 되면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볕을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는 도중에 울긋불긋 피어나기 시작하는 들꽃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9월~11월까지의 가을에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바씨마을, 주유소와 화장실
나는 ‘노래하는 사막’을 뒤로 하고 징기스탄 군대가 솥을 걸었다는 숙영지을 둘러본 후 알마티로 방향을 잡았다. ‘노래하는 사막’에서 알튼에밀 국립공원의 출입구까지 다시 나오는 데는 약 한시간 정도 걸린다. 거리는 비록 40km이긴 하지만 도로가 비포장이기 때문이다.
바씨 마을은 알튼에밀 국립공원 여행자들이 반드시 거쳐야 한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여기서 각종 출입허가서를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씨 마을은 정부의 관광진흥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알튼에밀국립공원 편의시설 개선사업 덕분에 과거의 전통적인 유목민 마을에서 벗어나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춘 관광마을로 전환해가고 있었다.
마을 외곽에는 여행자 전용 캠핑장이 있고, 마을에는 깨끗한 침대와 화장실, 샤워실을 갖춘 현대식 게스트하우스들이 여러 동 들어서 있었다. 몇 년전에만 하더라도 여행자의 최대 불편사항이 바로 숙소의 부족이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들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우리네 가정식 백반과 같이 현지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었다. 다만, 사전에 식사를 할 것인지 아니면 여행자가 자신이 준비한 음식을 먹을 것인지 미리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마을에 식료품 가게가 있어서 음료나 생수, 라면류 등도 살 수 있지만 저녁7시가 되면 문을 닫기 때문에 그 전에 필요한 식료품을 구입해 놓아야 한다.
한편, 이번 여행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에 하나는 카자흐스탄 방문객들이 자주 지적해왔던 현대식 화장실과 고속도로 휴게소의 부재가 많이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알마티를 떠나 ‘딸띄구르간’을 향하는 고속도로에 진입한 직후 가장 먼저 들른 주유소의 깨끗한 화장실은 알마티를 막 벗어나 여행길에 오른 나와 일행의 기분을 더 상쾌하게 해주었다. 물론, 아직도 과거와 같은 재래식 화장실이 많이 남아있고, 그나마도 개방하지 않는 주유소도 있지만 고속도로변에 새로 짓는 휴게소와 함께 이번 여행길에서 카자흐스탄의 이미지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기에 충분하였다.(김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