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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재외동포언론인 대회, 정작 언론인은 어디에 있었나

[발행인 칼럼] 재외동포언론인 대회, 정작 언론인은 어디에 있었나

거창한 행사 이름 뒤에 가려진 재외동포 언론의 현실

동포를 위한 정책에서 동포와 함께 만드는 국가전략으로

재외동포 언론인들의 역할과 미래를 논의한다는 행사에 참석했다. 재외동포청장은 동포언론의 시대적 사명을 강조하며, 동포사회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동포의 권익을 지키고, 가짜뉴스와 편견에 대응하며, 재외선거와 복수국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낀 소감은 달랐다. 재외동포 언론인들을 위한 행사라는 이름과 달리, 정작 해외에서 언론사를 운영하는 재외동포 언론인들은 거의 참석하지 못했고 국내 비언론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행사의 취지와 실제 참여자 사이에 간극이 느껴졌다.

  물론 국내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그러나 재외동포 언론인 대회라면 당사자들이 충분히 참석해 자신의 현실과 고민을 직접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항공료와 체류비조차 부담스러운 영세한 언론사, 취재와 편집부터 광고 영업까지 도맡아야 하는 언론인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명만 강조한다면 공허한 주문에 그칠 수 있다.

   10년 전 보다 더 부유해진 대한민국에서 과거보다 더 초라해진 재외동포언론인 행사는 예산부족만을 원인으로 꼽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나는 행사장을 나오며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이 행사는 누구를 위한 대회인가.

  카자흐스탄에서 오랫동안 고려인 사회를 지켜보며, 고려인을 위한 행사에서 정작 고려인들이 소외되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재외동포 언론사를 위한 행사에서 정작 재외동포 언론사들이 소외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 행사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목소리가 중심에 놓였느냐는 점이다.

  그렇다고 재외동포 언론의 어려운 현실만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일부 언론사의 자질 문제와 언론인으로서의 공인의식 부족 역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열악한 환경이 사실 확인과 공적 책임을 소홀히 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언론의 이름을 사적 이해관계나 영향력 확대에 이용한다면 동포언론 전체의 신뢰를 훼손하게 된다.

  일부 재외동포 단체장들이 공적 지위에 걸맞지 않은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동포단체의 대표 자리는 개인의 권위를 높이는 자리가 아니라 구성원을 위해 책임지는 자리다. 정부의 지원 역시 특정 인물이나 단체의 영향력을 키우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포언론은 이러한 문제를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며, 동포청은 지원의 기준과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행사는 재외동포청이 가진 제도적 영향력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재외동포청은 동포사회를 지원하는 기관이지만, 정책과 예산, 사업을 통해 동포단체와 언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기관일수록 비판을 수용하고, 지원 여부가 언론의 보도 방향과 무관하다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언론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독립성을 실제로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서 논의를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은 재외동포를 바라보는 국가의 시각이다.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의 세게적 활동반경을 넓히는 국가적 자산이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위상과 실제 역할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호감도와 친근감은 개선되고 있으나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만드는 구성원이라는 인식은 아직 충분하지 하지 않다.

  특히, 중국과 구소련 등 특정 지역 출신 동포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며, 재외동포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도 국민의 일원인지라 이런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은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결할 노동력으로, 인구소멸 위기에 대응할 대안으로 여기는 시각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동포들이 지닌 경제적·문화적 역량은 소중하다. 그러나 그것이 동포의 존재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재외동포는 국가가 필요할 때 불러 쓰는 자원이 아니다. 모국과 역사적·문화적 유대를 공유하고, 각자의 거주국에서 삶을 일구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같은 한민족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서로의 삶을 존중하는 이웃이자 시민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재외동포청의 역할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재외동포청은 단순히 동포 관련 사업을 집행하고 민원을 해결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를 연결하는 중추기관이자, 세계 곳곳에 흩어진 한민족의 경험과 역량을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허브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동포사회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정책과 함께, 동포들이 국가의 미래를 논의하고 설계하는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동포언론 역시 단순한 정책 전달자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제기하고, 서로 다른 동포사회의 목소리를 연결하며, 국가전략에 대안을 제시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도 마련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동포를 위한 정책’을 넘어 ‘동포와 함께 만드는 국가전략’이다. 남북과 해외의 코리안 디아스포라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글로벌 코리안 네트워크가 그 지향점이다. 재외동포청은 바로 그 연결의 중심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재외동포 언론인 대회라면 재외동포 언론인들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동포사회를 위한 정책이라면 동포들이 그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동포의 역량을 국가의 자산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들을 동등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존중해야 한다.
  행사의 성패는 참석 인사의 면면이나 화려한 구호가 아니라, 누구의 목소리를 들었고 무엇이 달라졌는가에 달려 있다. 재외동포청이 진정으로 한민족 통합의 허브를 지향한다면, 이제는 동포를 지원의 대상이나 활용할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 곳곳의 동포와 함께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재외동포청이 지향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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