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희/시인 우슈토베 역에서 멀지 않은 고려인 최초 정착지 바슈토베, 아주 먼 산과 광활한 땅이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언덕에 섰다. 기가 차다. 이 황량하고 얼어붙은 땅에 초겨울에 와서 토굴을 파고 한겨울을 났다니! 그나마 물기가 닿은 곳은 갈대와 잡초만 무성했단다. 갈대를 베어다 토굴에 덮고 추위와 굶주림에 꺾인 여리고 어린 목숨들을 그 땅만큼 황량한 가슴에 묻고…...
중앙아시아의 물 (3)
장진희 시인 이식쿨 호수는 건너뛰기로 하자. 제주도의 세 배 크기라는 해발 1,600미터 천산산맥 한가운데 자리한 바다 같은 호수, 물 너머 멀리 천산산맥이 보이고 아침 숙소에서 창으로 뒷산에 만년설이 보이는 곳, 유람선을 타고 호수 가운데로 나아가 수심 700미터 깊이 그 맑은 물에 풍덩 빠졌던 장면도. 이름난 휴양지가 되어가는, 호텔과 콘도와 식당 들이 들어서고...
[독자 투고] 중앙아시아의 물(2)
장진희 시인 자동차 바퀴자국만 나 있는, 길도 없는 길을 따라 깜깜한 밤을 달렸다. 호수가 보이는 듯한 곳에서 차는 바퀴자국을 잃었다. 해발 3,000미터 높이의 여름밤은 오돌오돌 추웠다. 운전수는 호수로 흘러드는 차가운 개울에 발을 담가 깊이를 가늠해보고 개울을 건너 바퀴자국을 찾았다. 일곱 시간도 더 달려서 새벽에 게르에 닿았다. 있는 옷을 모두 꺼내 껴 입고 게르에서 뻗어...
[독자 투고] 중앙아시아의 물(1)
장진희 시인 천산(天山)산맥에 간단다. 같이 갈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오픈채팅방에 들어가 언제 가는지, 얼마 동안인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 훔쳐보았다. 그림의 떡이었다. 오픈채팅방을 나왔다. 며칠 뒤, 하늘에서 돈이 뚝 떨어져 통장에 들어왔다. 딱 천산기행 다녀올 만큼.(궁금하다고? 무슨 재주로 하늘에서 떨어진 돈을 받냐고? 그건 극비사항이다.) 하늘의 뜻이다...
[카자흐스탄 연수 후기] 2026년 전농 광전연맹 카자흐스탄 역사·농업 연수를 다녀와서
톈산의 눈물과 사막의 지평선에서 독립운동의 역사를 찾고, 자주외교·경제교류의 길을 묻다 10여 년 전, 일본 오키나와를 방문해 미군기지 문제에 맞서 싸우는 일본 민중들의 조직적이고 치열한 대응을 목격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패권국의 군사적 압박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평화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당당히 목소리를 높이던 그들의 모습은, 저에게 ‘자주(自主)’가 민중의 삶에 어떤...
알마티의 판필로프 공원(28인의 전사공원)의 이름은 어디서 왔나?
김상욱 본지주필 알마티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반드시 들르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판필로프 28인의 전사 공원(28 Panfilov Guardsmen Park)이다. 울창한 수목과 넓은 산책로, 러시아 정교회의 아름다운 승천 대성당(젠코프 성당), 그리고 영원한 불꽃이 있는 전쟁 기념비가 어우러진 이곳은 오늘날 알마티 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 공간이자 카자흐스탄...
동서독 사례로 본 한반도 평화공존
평화공존과 함께 통일 가능성을 보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봉기(李鳳棋)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 북한이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이후 취하고 있는 일련의 조치는 1960년대 후반부터 동독이 서독에 대해 2국가성을 주장하고, 1970년 이후 2민족론을 내세우며 서독과의 차단을 강화했던 과정과 닮아있다. 이제 북한이 동독이 밟았던 전철에서 아직...
나를 변화시킨 한국에서의 4개월
탈가트 아루잔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동양학부 극동학과 한국학 전공 3학년 한국에 가기 전까지 나에게 한국은 드라마, K-pop, 그리고 맛있는 음식으로만 알려진 나라였다. 그러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강남대학교에서 보낸 4개월은 내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이 시간은 단순한 유학 경험이 아니라, 나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첫 번째 달 –...
벚꽃축제, 화전놀이 그리고 나우르즈
김상욱 카자흐스탄고려문화원장/본지 주필 ▲ 나우르즈 축제기간중에는 카자흐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알마티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사진=김상욱 원장 제공) 세상이 어수선하다.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테헤란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특히 이란이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유가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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